앙코르 여행자의 새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다.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늦어도 새벽 5시에는 숙소를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새벽임에도 사원 안은 일출을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불그스름한 기운이 하늘에 감돌기 시작하면 5개의 첨탑이 고고한 모습을 드러낸다. 첨탑 사이로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는 장엄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새벽부터 부산스레 달려온 고생스러움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만 같다.

 

크메르 최고의 걸작, 앙코르와트 Angkor Wat

홍콩영화 <화양연화(花樣年華, 2000)>의 주인공 차우(양조위)는 첸(장만옥)과의 비밀스러운 사랑을 앙코르와트의 수많은 돌구멍 중 하나에 속삭인 뒤 진흙으로 막아 꽁꽁 감춘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화양연화’. 앙코르와트가 건설되던 12세기는 캄보디아 역사상 가장 크게 영토를 확장하며 번성했던 시기다. 하지만 그때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아 밀림 속 돌무더기에 봉인돼버렸고, 이내 폐허가 돼버렸다. 앙코르와트를 본다는 것은 곧 크메르 왕조의 화양연화를 엿보는 셈이다. 크메르 건축예술의 극치라 불리는 앙코르와트는 크메르 제국이 건설한 100여 개의 사원과 신전이 모여 있는 앙코르 유적지 중 가운데 하나로, 수리야바르만 2세가 힌두교 유지의 신 비슈누(Vishnu)를 위해 30여 년에 걸쳐 세운 사원이다. 길이 5.4㎞ 성벽과 폭 190m의 해자로 둘러싸인 사원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사원의 사면을 둘러싼 해자는 바다를, 성벽은 신성한 산맥을 상징하며 신과 인간 세계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내부로 들어가면 높이가 65m에 달하는 중앙 성소를 중심으로 5개의 원뿔형 탑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볼 것은 1층 회랑의 부조다. 회랑의 벽면에는 힌두신화와 수리야바르만 2세의 전투 모습 등이 생생하게 조각돼 있다. 부조는 서쪽 회랑의 랑카의 전투, 쿠루 평원의 전투부터 시작해서 남쪽 회랑의 ‘수리야바르만 2세’, ‘천국과 지옥’, 동쪽 회랑의 ‘우유의 바다 젓기’, ‘비슈누의 승리’, 북쪽 회랑의 ‘신과 악마의 전투’, ‘크리슈나의 승리’ 순서로 보면 된다. 3층의 중앙 성소는 비슈누 신이 거주하는 천상의 궁전이다. 가장 높고 성스러운 곳인 만큼 오르기도 쉽지 않다. 난간을 붙잡고 반쯤 기어 올라가야 할 정도로 계단이 가파른 데다가 어깨와 무릎이 드러난 옷을 입고서는 입장조차 할 수 없다. 앙코르와트를 보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오후다. 앙코르의 다른 건축물과 달리 서쪽을 바라보고 있어 오전에는 사원이 해를 등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새벽에 일출을 본다면 오전에 앙코르 톰에 다녀오면 좋다.

 

거대한 고대 도시, 앙코르 톰 Angkor Thom

앙코르 톰은 캄보디아 크메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중 하나인 자야바르만 7세가 건설한 고대도시다. ‘큰(Thom) 도시(Angkor)’라는 이름처럼 그 규모가 인공위성에서도 보일 정도로 거대하다. 앙코르 톰으로 들어가는 남문의 양옆 쪽에는 신들의 석상이 줄지어 서 있다. 신과 아수라가 협력해 우유 바다(힌두 문화의 천지창조 신화)를 젓는 장면이다. 다리 왼편의 석상이 신, 오른편이 아수라다. 남문을 지나서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바욘 사원이 나오고 이어 바푸온 사원, 왕궁터, 코끼리 테라스와 문둥왕의 테라스가 나온다. 앙코르 톰을 대표하는 유적은 ‘크메르의 미소’로 유명한 바욘 사원(Bayon Temple)이다. 1177년 참파 대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자야바르만 7세는 기존의 기득권 세력인 힌두교 사제와 왕족을 견제하기 위해 대승불교를 들여왔고, 자신이 만든 새 도시의 중심에 바로 이 사원을 세웠다. 바욘 사원의 특징은 200여 개의 얼굴로 구성된 54개의 탑이다. 거대한 돌로 만들어진 사면상은 어느 하나도 같은 얼굴이 없는데, 각도에 따라 표정이 다르게 느껴져서 더욱 신비롭다. 바욘 사원의 일층은 지옥, 이층은 세상, 삼층은 천국을 의미한다. 높은 층으로 갈수록 ‘크메르의 미소’ 사면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바욘 사원에서 놓쳐서는 안 될 또 한가지는 1층 회랑의 정교한 부조다. 현재 중부 베트남에 해당하는 참파 왕국과의 전투 장면과 당시 왕궁의 생활상이 꼭 살아있는 것처럼 정교하게 조각돼 있다.

 

할리우드 영화 속 그곳, 타프롬 Ta Prohm

영화 <툼 레이더(2011)>에서 그려진 ‘정글 속 고대 사원’의 모습은 전 세계 여행자들을 캄보디아로 불러들였다. 거대한 나무뿌리가 기묘한 모습으로 사원을 휘감고 있던 바로 그곳이 타프롬(Ta Prohm)이다. 타프롬은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바라며 지은 사원이다. 한때는 사원 중앙탑에 500㎏에 달하는 금과 35개의 다이아몬드, 4만여 개의 진주로 장식됐을 정도로 화려했다고 하지만, 보물은 이미 다 약탈당했고, 현재 사원의 대부분은 무너져 폐허 같은 모습이다. 사원을 휘감은 나무는 스펑(Spung)나무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나무는 엄청난 무게로 사원을 짓누르며 침식하고, 한 편으로는 무너지는 사원을 지탱하는 기둥 노릇을 한다. 나무를 제거하면 타 프롬의 생명도 끝이 난다니 참 얄궂은 운명이다. ‘통곡의 방’은 타 프롬 사원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일설에 따르면 생전에 효도하지 못한 게 한이 돼 이곳에서 가슴을 쿵쿵 치며 통곡했다고 하는데, 오직 가슴을 치는 소리만이 메아리가 돼 울리는 것이 신기하다.

여행정보
-비자 : 3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는 도착비자를 공항 또는 국경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여권, 신청서, 여권용 사진, 발급비가 필요하다. 
-항공 : 대한항공·에어서울·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 등에서 직항노선을 매일 1회 운항한다. 약 5시간 30분 소요.
-입장권 : 입장권은 1일권 37달러, 3일권 62달러, 7일권 72달러다. 일정이 넉넉하다면 3일권 이상을 구입해서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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