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과학과 수학은 공통점이 있다. 처음 접할 땐 재미있고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게 그것이다.
어떤 이는 과학은 재밌는 학문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알고 보면 수학은 단순한 학문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그들의 생각일 뿐 그런 두뇌를 가지지 못한 평범한 이들에게 둘은 어렵고 난해한 학문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과 문학을 가질 수 있지만(설사 그것이 ‘개똥철학’ ‘저질문학’이라고 하더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과학이나 수학을 가질 순 없다. 사소한 것이라도 그 안에서 ‘법칙’을 ‘증명’해 내야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가설을 가지고 아무리 떠들어 봐야 증명하지 못하면 공상에 불과할 뿐이다.
일상은 모두 과학적이고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우린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원심력과 구심력도 그 중 하나다. 학교 다니면서, 그것도 초등학교 과학시간부터 배웠지만 막상 설명해 보라고 하면 과학의 원리를 풀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학을 좀 아는 사람끼리도 설명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까지하다.
여기서 과학을 논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원심력은 회전하는 물체가 회전이 아닌 직선운동을 하려는 관성력으로 인해 원의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하는 힘, 구심력은 원심력으로 인해 밖으로 향하는 물체를 안으로 끌어당기며 회전운동을 만들어 내는 힘 정도로만 알고 있으면 될 듯하다.
야구공을 멀리 때려내려면 배트를 강하게 휘둘러야 하고 그러면 회전하는 힘에 비례해서 원심력이 커진다. 이때 타자가 배트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 배트는 공을 맞히기도 전에 타자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와 투수 쪽으로 날아가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타자의 구심력이 배트의 원심력을 버텨내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반대로 구심력이 너무 강해도 배트는 원활한 회전운동을 하지 못한다.
야구든 골프든 모든 회전운동은 원심력과 구심력이 대등한 힘으로 작용해야 원활하고 호쾌한 스윙이 이뤄질 수 있다.
아파트에선 어떨까.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로 이뤄진 입주민들이 원심력이라면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는 견고한 구심점이 돼야 한다.
아파트 생활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입주민들이 동대표 등 여러 가지 단지 내 활동을 경험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다수 입주민들은 입대의와 관리사무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한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이 오르고, 보험료와 승강기 검사비가 오르면 관리비도 함께 오르는 건 필연이다. 그에 따라 입주민의 불만이 고조되는 것 역시 당연한 현상이다.
이럴 때 주민대표와 관리사무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불만이 팽배한 입주민에게 인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알려주고, 관리비 적은 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자상하게 설명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반작용으로 경비원 휴게시간을 대폭 늘려 급여를 낮추는 건 현명한 해결책이 못 된다는 점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 긴급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비가 무슨 소용인가.
원심력을 가진 물체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구심력을 가진 중심축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면 훨씬 더 빨리 원리를 깨우칠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할 줄 아는 능력이 인생에 큰 도움을 주는 덕목이 된다.
입주 초기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가졌던 입주민이 동대표가 되고 나서 관리사무소의 열악한 환경과 적은 인원을 보고 호의적으로 바뀌었단 얘기는 요즘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아파트 역사가 길어지면 동대표로 입대의 경험을 하게 되는 입주민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모든 입주민이 돌아가며 주민대표로 구심점 역할을 해보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그러면 오해와 불신에서 빚어지는 현재의 여러 가지 갈등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당신도 다음 동대표 선거에 한 번 도전해 보시길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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