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의 문화답사

 

▲ 영남루

◈조선의 16경 중 하나이자 밀양의 제1경
조선시대 후기의 대표적인 목조 건축물인 밀양 영남루는 신라 경덕왕(742~765)때 신라의 5대 명사 중 하나였던 영남사의 부속 누각에서 유래됐다. 고려 공민왕 때(1365) 밀양부사 김주가 규모를 크게 중수했으며 현재 누각은 이인재 부사가 1844년에 중건한 것이라 한다.
진주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누각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으며 보물 제147호로 지정돼 있다.
낙동강의 지류인 밀양강(일명 남천강)변 절벽 위에 위치한 영남루는 깨끗한 밀양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외적인 아름다운 모습뿐만 아니라 높은 누각에 올라 바라보는 풍광은 조선 16경의 하나이며 반대편에서 보는 영남루의 야경은 밀양이 자랑하는 제1경이다.
특히 화려한 단청과 다양한 문양조각이 한데 어우러진 누각에는 퇴계 이황, 목은 이색, 문익점 선생 등 당대 명필가들의 시문현판이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할 뿐 아니라 그 중에서도 1843년 당시 이인재부사의 아들 이중석(11세)과 이현석(7세) 형제가 쓴 영남제일루(嶺南第一樓)와 영남루(嶺南樓) 현판은 수많은 서예가들로부터 불가사의한 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영남루 일원에는 단군을 비롯한 8왕의 위패를 모신 천진궁과 아랑낭자의 전설을 간직한 아랑사당, 영남루 앞뜰에 꽃으로 피어난 석화 군락, 530여 년을 이어 온 밀양읍성, 옛 영남사의 부속 암자였던 천년 고찰 무봉사가 있어 영남루는 밀양의 대표적인 관광지일 뿐 아니라 야외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영남루를 찾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여름이면 밀양시장에서 커다란 수박을 한 덩어리 사서 외할머니, 외숙모, 어머니와 함께 영남루에 올라 굽이치는 남천강을 바라보며 즐겁게 먹던 추억이 절로 아득하다.
오늘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과 같이 천진궁에 모셔진 신라 경명왕의 큰아들인 밀성대군의 제례행사가 엄숙하게 열리고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항상 참석하셨던 행사였는데 우연찮게 불청객으로 참석해 나름으로 시조 할아버지에 대한 예를 표했다.
문화유산해설사의 설명을 건성건성 들으며 영남루 내에 있는 여러 곳을 주마간산 격으로나마 둘러봤으나 다른 일행들에게 다 보지 못한 아쉬움을 표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일정상 ‘아랑사’만 둘러보겠다는데 어쩌겠는가? 단체여행은 노상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라 위로하는 수밖에 없다.
영남루를 오르는 계단을 나선형으로 만들었는데 그 이유가 참으로 기특하다. 지체가 자유롭지 못한 분들이 휠체어를 타고 아랑사에 참배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는 우리가 허술하게 지나칠 수 있는 것, 다름 아닌 타인을 위한 배려 정신이 배어 있어야만 실현 가능한 것이다.

*영남루 현판풀이
문경새재 이남의 이름 높은 누각/ 낙동강 좌측의 아름다운 고을/ 높은 절벽에 우뚝 솟아 있는 아름다운 누각/ 영남루에 오르니 사방이 높고 넓게 나타난다./ 강과 밀양읍성이 한데 어울려 마치 그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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