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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호 열  주택관리사

경비원 J씨는 경비원 생활이 이곳에서 처음이다. 어디에서건 누구나 신입으로 가면 처음에 한직에 배치한다. 그가 근무하게 된 곳은 그 아파트에서 담당 가구수가 가장 많은 초소다. 그러다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어떤 때는 정신적으로 1초라도 쉴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니 저녁때가 되면 때때로 자기도 모르게 존다.
처음 몇 달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 와중에 그에게 생긴 요령이 하나 있다.
계단이나 통로에 전구가 나가면 기전실에 연락해서 갈아달라고 하는데 기사들이 이를 무척 귀찮아하고 어떤 때는 짜증을 내고 금방 갈아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비로 전구를 사다 놓고 직접 전구를 갈아놓고 기전실에 얘기해서 전구를 받았다. 그러자 기사들이 매우 좋아하는 눈치였다.
J씨는 이곳에 와서 아이들 이름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주면서 항상 먼저 인사를 했다.
J씨는 아이 사랑이 있다. 모든 아이들을 좋아한다. 다만 여학생 아이들은 성희롱의 오해를 받을까봐 멀리서 이름만 부르고 접근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이러다보니 아이들이나 입주민들이 초소를 지나가면서 J씨에게 인사를 한다. 이를 본 동료들이 놀라워한다. 인사가 거의 만사인 것이다. 그는 ‘인사를 잘 하는 것이 곧 진리’라고 여긴다.
입주민들과 친분이 두터워지자 그의 책상 위에는 먹을 것이 끊이지 않았다. 누가 뭘 갖다 준다. 토마토, 떡 등 여러 가지를 받는데 어떤 때는 이를 관리사무소에도 돌린다.
J씨가 관리사무소에 가면 직원들에게 대환영을 받는다.
J씨는 맡은 업무도 성실히 하지만 관리사무소에도 성심 성의껏 잘 하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날에는 관리사무소에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음료수도 사다가 준다.
그렇다고 그에게 어떤 다른 의도가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냥 마음에 우러나서 그러는 것이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이를 알기에 J씨가 관리사무소에 들를 때마다 반가워한다.
이런 경비원 J씨가 어느 날 저녁에 졸고 있었다.
날씨가 추운 겨울이라 저녁을 먹은 후 난로 옆에 몸을 녹이고 있으면 잠이 쏟아졌던 것이다. 경비실이 1층 현관 입구에 붙어있기에 누구든 지나가다가 경비실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지나가던 여자 아이가 졸고 있는 J씨를 보고 그를 깨웠다. “아저씨!”
J씨는 소리를 듣고도 금방 눈이 떠지지 않았다. “아저씨! 아저씨!”
재차 부르는 소리에 J씨는 어렴풋이 눈이 떠졌고 자기 앞에 평소 자기가 많이 귀여워해 주는 여자 아이가 있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났다.
J씨는 졸다가 아이한테 들켰다는 사실이 창피하기도 하고 아이한테 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 이곳에 와서 아이들에게 나서서 아는 척하고 귀여워해 주니까 부모들은 J씨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으나 J씨의 본심이 아이 사랑이란 것을 알고 다들 J씨의 친절을 흔쾌히 받아들이게 됐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뭔가 해야 할 것 같았기에 며칠 후 J씨는 그 여자아이에게 조그만 선물을 했다.
J씨 아내는 부업으로 집에서 예쁜 카드를 만드는데, 이 카드 두 개를 갖다가 여자아이에게 줬다.
예쁜 카드를 받아든 아이는 기뻤지만 어떻게 사용할지를 몰랐다.
“아저씨, 이 카든 어디에 쓰는 거예요?”
“엄마 아빠한테 하고 싶은 얘기를 적어서 드리면 돼!”
그의 말대로 여자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글을 써서 카드를 드렸다. 아이의 부모는 뜻밖의 선물에 깜짝 놀랐으며, 또한 이 카드가 경비원 J씨가 준 것임을 알게 됐다.
그 후 한 달쯤 지났을까?
성탄절 날 J씨는 평소처럼 근무를 하고 있는데 이 여자아이 부모가 찾아왔다.
성탄절 선물이라며 근사한 케이크를 주시는 게 아닌가!
조그만 선물이 커다란 보답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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