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짙푸른 바다, 거대한 모래 언덕, 유명 만화를 모티브로 한 테마 거리…. 잔잔한 감동과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 일본 돗토리현 여행.

 

▲ 미즈키 시게루 로드

요괴가 점령한 마을

돗토리현 서부 사카이미나토(境港)는 ‘요괴 도시’다. 요나고 공항과 사카이미타노역을 오가는 열차에서부터 요괴와의 동행이 시작된다. 두량 가량의 열차는 온통 요괴 캐릭터로 장식돼 있다. 돗토리현 출신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水木 しげる)의 작품 ‘게게게노 기타로(ゲゲゲの鬼太郞)’ 속 등장인물들이다. 게게게노 기타로는 일본 요괴물의 시초인 작품으로 무덤에서 태어난 기타로가 요괴 친구들과 힘을 합쳐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악한 요괴들을 해치운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다. JR사카이미나토역에서 미즈키시게루 기념관까지 이어지는 약 800m의 거리에는 눈알 모양의 주전부리를 파는 가게, 캐릭터 라테 아트를 선보이는 커피숍, 독특한 기념품을 파는 상점, 요괴 테마의 신사 등 갖가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150여 개에 달하는 요괴 동상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거리의 끝에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념관도 자리 한다.
 

▲ 돗토리 사구
▲ 돗토리 사구

바다와 모래가 빚어낸 절경

돗토리 사구(鳥取砂丘)는 돗토리현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다. 동서로 16㎞, 남북으로 2.4㎞에 달할 정도로 광활한 규모의 사구에서는 마치 사막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막에서처럼 시원하게 모래를 가르며 내려가는 샌드보드를 타거나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돗토리 사구에서는 누구나 모래 언덕을 넘는다. 힘겹게 정상까지 오르면 바다와 세월이 빚어낸 걸작을 마주할 수 있다. 짙푸른 바다와 사막이 맞닿은 듯한 풍경은 누구라도 숨이 턱 막힐만한 절경이다.
사구를 이루는 모래알갱이들의 고향은 주고쿠산지(中國山地)다. 바람에 쪼개지고 갈라진 주고쿠산지의 화강암 조각이 센다이강(川內川)을 타고 해안선까지 흘러든 뒤, 다시 파도와 바람에 깎여 고운 모래가 된 것이다. 도토리 사구 옆 모래미술관에서는 사구의 모래로 조각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세계의 유명 모래조각가가 참여한 전시는 매년 다른 테마로 채워진다. 오직 한 해 동안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라 더 의미 있다.

 

▲ 하쿠토 신사

토끼야 내 사랑을 이뤄줘!

우라도메해안(浦富海岸)의 서쪽 끝 하쿠토 해안(白兎海岸)에는 흰 토끼를 모신 신사가 있다. 돗토리에서 흰 토끼는 사랑을 이뤄주는 신이다. 옛날 옛적 외딴섬에 살던 흰 토끼가 자신을 도와준 남자와 아름다운 공주를 이어줬다는 설화를 계기로 흰 토끼가 ‘인연을 맺어주는 신’으로 추앙받은 것이다. 하쿠토 해안의 오키노시마섬이 바로 흰 토끼 전설이 시작된 곳이다. 신사로 가는 길 양옆에는 돌로 만들어진 토끼조각이 신사를 향해 깡충깡충 뛰어가는 모습으로 놓여있다. 유일하게 신사 방향이 아닌 바다 쪽을 바라보는 첫 번째 토끼에는 흰 돌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하나씩 올려두고 간 것이다. 사랑을 이어주는 신사인 만큼 연인이 함께 들르면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만약 아직 짝이 없다면 흰 토끼에게 소원을 빌어보자. 어쩌면 정말로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 코난마을

‘명탐정 코난’ 만나러 가볼까?

만화 좀 봤다는 사람 치고 ‘명탐정 코난(名探偵コナン)’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돗토리시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호쿠에이정(北榮町)에는 ‘명탐정 코난’을 그린 아오야마 고쇼(靑山剛昌)의 고향이 있다. 마을은 원래의 이름보다 ‘코난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코난역’(원래의 이름은 JR유라)이라는 이름을 내건 기차역부터 시작해서 신호등의 장식, 곳곳에 세워진 동상, 길을 따라 늘어선 표지석 등 마을곳곳에는 ‘명탐정 코난’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가득하다. 코난 마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靑山剛昌ふるさと館)’, 일명 ‘코난 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명탐정 코난의 원작자 아오야마 고쇼의 작품세계와 추억이 담긴 물건, 세계 각국에서 출판된 명탐정 코난 도서 등이 전시되어 있고, 작품에 등장하는 발명품과 속임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알차게 잘 꾸며져 있는 편이라 하나씩 둘러보고 체험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 채 영  여행객원기자
여행비밀노트(http://chaey.me)

 


INFORMATION

항공편: 에어서울에서 주 3회(화, 금, 일)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문의처: 돗토리현(www.tottori-tour.jp/ko)
돗토리시 1000엔 택시: 돗토리시를 여행하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1대당 1,000엔, 최대 이용시간은 3시간이다. 여권을 지참하고 JR돗토리역에 있는 돗토리시 국제관광객 서포트 센터에 방문해서 신청한 뒤 차량을 배정받으면 된다. 추천 코스가 마련돼 있지만 택시 기사와 상의하면 코스를 수정할 수 있다.
산인·오카야마 패스: 시마네, 돗토리, 오카야마현 세 지역을 운행하는 JR특급, 쾌속, 보통 열차의 자유석을 이용할 수 있다. 4일 패스가 4,500엔(현지 구매 시 5,000엔, 어린이는 50% 할인)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