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배  영  모

 

목소리가 쩌렁쩌렁 하신 할머니. 젊은 시절엔 훤칠하신 여걸이셨겠다. 100세가 넘었는데도 작은 주판으로 살림하시고 신문도 보시는데 추사선생을 흠모하시는지 스크랩을 보여 주시며 참 잘 생기셨지 하신다. 몇 년 전까지도 관리소에 손수 오셔서 쩌렁하신 목소리로 소장을 찾으시고 첫 대면 때는 소장 미남이네 하셨는데 근래엔 못 오시고 수시로 댁으로 호출하셨다. 지금도 일 년에 한번 유일 혈육 미국 아들집에 가시는데 한때는 대한항공 조중훈 회장이 직접 나와 비행기 좌석까지 모시고 동향인 김정례 보사부장관도 언니라며 따랐단다. 내가 퇴직할 때 미처 인사  못 드리고 왔는데 그 후 몇 번이나 나를 찾으셨단다. 동장이 댁을 특별방문했을 땐 자신의 후일을 아들과 소장을 얘기하셔 동장이 소장은 아니라고 했단다. 그 할머니 얼마 전에 돌아가셨단다. 106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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