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채 영  여행객원기자
여행비밀노트(http://chaey.me)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이상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 김광석, <서른 즈음에>

 

 

 

|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가슴을 울리는 잔잔한 노래가 자꾸 생각난다.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에 옷자락을 꽁꽁 여미게 되는 요즘.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그날들>……. 짙은 감성과 울림을 간직한 故 김광석의 노래가 자꾸만 떠오른다.

 

김광석의 노래는 우리 인생의 길목마다 늘 함께하며 애잔한 가사와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로 위로를 건넨다.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의 노래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은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며 그의 흔적을 찾아 대구로 향한다.
대봉동 방천시장 옆에는 김광석의 이름을 붙인 골목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하 김광석 길)이 있다. 대구에서 나고 5살까지 자란 김광석이 어렸을 적 뛰놀았다고 전해지는 골목이다. 그를 다시 볼 수 없지만 골목에선 다시 그를 느낄 수 있다. 길을 따라 그려진 벽화에는 김광석이 생전 모습보다 더 다양한 얼굴로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앞치마를 맨 김광석이 맞이하는 포장마차 벽화는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서른즈음에 그가 적은 메모도 벽에 옮겨 놓았다. ‘음유시인’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노랫말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벽화에서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피커에선 1년 365일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주말 오후에는 골목 중앙에 자리한 야외 공연장에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대구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김광석의 곡을 재해석해서 공연한다. 달라진 멜로디가 조금은 생소하지만 본래의 진한 감성만큼은 그대로다.


 

 

| 먹고 마시며 인생을 노래하라, 북성로 우동불고기 포장마차골목

‘한 바퀴 돌면 탱크 한 대쯤은 뚝딱 나온다’고 할 만큼 전성기를 누렸던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 하지만 산업화 시기가 지난 지금은 오랜 불황 탓에 한산하기만 하다. 오후 6시 무렵 공구상가의 간판이 모두 꺼지면 북성로 골목은 연탄석쇠불고기와 우동, 술을 파는 포장마차가 차지한다.
15개 남짓 되는 가게들은 북성로 곳곳에 포진해있는데, 서쪽 대구은행 북성로 지점 주변에 가장 많이 모여 있다. 포장마차의 메뉴는 연탄불고기와 우동 단 두 가지뿐이다. 메뉴가 단촐하니 주문도 쉽다. “불고기 작은 거에 우동 하나”면 끝난다. 이렇게 주문해도 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1차로 술을 한잔 걸치고 왔더라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연탄불고기는 주문이 들어오면 굽기 시작한다. 육질이 썩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조금씩 주문해서 불향을 느끼며 먹는 편이 낫다. 지글지글 구워 불맛 가득한 연탄불고기는 치열한 삶의 풍미가 배어있다. 연탄불고기에 맥주보다 소주가 더 어울리는 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푸짐하게 말아낸 우동 한 그릇에도 뜨거운 맛, 매운맛 다 본 인생의 희로애락이 우러나 있다. 차가운 현실에 꽁꽁 얼어버린 마음도 뜨끈한 국물 한 모금이면 사르르 녹아내린다. 그래서 매일 밤 북성로에는 밤새 먹고 마시며 희망을 노래하려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여행정보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주소=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450길
가는 길=지하철: 대구 지하철 2호선 경대병원역 3번 출구 버스: 309, 403, 609, 840, 939번 방천시장(김광석길) 앞 정류장

-북성로 우동돼지불고기 포장마차골목
주소= 대구시 중구 북성로2가 일대
주요 메뉴= 연탄불고기 5,000원~2만원, 우동 3,000원, 주류 3,000원~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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