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용 칼럼

 

 

류 기 용 명예회장

무지와 야만 그리고 미망과 혼돈 속에서 사이비가 넘쳐나던 시절, 빛과 소금이 되겠다는 소명의식 하나로 분연히 떨치고 일어섰던 주간 전문지 한국아파트신문이 어언 1000호 출간을 맞이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제 돌이켜보면 무늬만 국가자격, 의무배치였을 뿐 실제로는 ‘총성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일선 관리현장에서 펜 하나로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뛰어들었던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그 당시 가슴에 새겼던 미국의 전설적인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의 ‘언론은 누구에게 충성해야 하는가’라는 화두는 지금까지도 여전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일반적으로 신문은 우선 독자에게 충성해야 하고 신문사주와 광고주의 눈치도 살펴야 하지만 한국아파트신문의 경우 주무관청과 지자체 관련부서를 비롯해 법정법인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위탁관리회사, 입주자대표, 학계, 시민단체 등 의식해야 할 대상이 유난히 많고 또 복잡하다. 그런데 리프먼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다름 아닌 진실, 진실에만 충성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척박한 이 땅의 관리풍토, 정부의 관리정책 미흡과 정책의지 결여 등등 현실을 감안할 때 진실 추구나 진실에 충성하는 일은 참으로 지난한 과제일 수밖에 없었다. 앞뒤가 너무나도 안 맞게 뒤틀려 있었기 때문이다.
주택관리사는 ‘사적자치’ ‘주민자율’이라는 미명 하에 일정한 체계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다 각종 안전사고, 주택기능의 마비 등 관리 시스템이 철저히 망가지고 난 뒤 사회 개혁 차원에서 도입된 공익질서의 규범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들 국가공인 전문관리 자격사들의 신분안정과 집행권한 등 최소한의 기본 토대를 마련한 뒤 소신껏 관리 능력을 펼쳐 보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책임 있는 조치는커녕 자격증조차 처음에는 건설부 마크의 금박무늬도 선명한 장관 명의였던 것을 시도지사나 구청장 명의로 바꿔버렸다.
생부(生父)가 건설부인데다 적자(嫡子)가 아닌 얼자(   子) 아니 사생아(私生兒)라는 이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주택관리사들의 앞날은 그저 암담할 뿐이었다.
더구나 유교문화와 군사문화, 천민자본주의가 뒤엉킨 우리 사회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풍토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능력을 인정하는 데도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 와중에 무자격 소장들의 반발과 원성은 하늘을 찌를 듯했고 이들과 함께 얽히고설켜 온 위탁관리회사와 입주자대표들은 저들 편에 서서 ‘관리는 자격증이 아니라 경험이 중요하다’ ‘의무배치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며 ‘아우성 3중주’에 혈안이 돼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특징은 그 밖에도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예컨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하나의 단지가 5,000가구를 넘는 경우를 비롯해 ‘전세주거제도’ ‘한국형 아파트 단지’ ‘재건축 광풍’ 등이 그것이다.
하여 우리는 관리권의 보호 및 공적 개입의 강화를 끊임없이 주장해 왔던 것이다.
어쨌든 이런 분위기는 한국아파트신문의 창간 시점인 1995년 4월쯤 거의 절정에 달했다.
이에 신문사에서는 관리업무를 ‘공익실현을 위한 공공업무’로 보고 이에 따른 새로운 ‘관리문화’ ‘주거문화’ ‘공동체 문화’ 창달에 매진키로 했다.
하지만 당시 건교부 실무 담당자들은 여전히 “공동주택 관리의 기조(基調)는 주민자치로서 안전관리, 하자보수, 건축행위 등 규제가 불가피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입주민에 의한 자율관리가 원칙이다”라며 변죽만 울려댔다. 특히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전문관리 기법으로 공동주택의 수명을 연장한다구요? 그런 거 다 필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건설경기가 경제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헐 때 되면 헐고 다시 지어야 건설경기가 살아나고 그래야 사회경제도 활성화되며 국가 경제도 발전하게 되는 겁니다.”라며 비수를 들이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무지몽매한 세월은 다 지나갔고 각 분야에서 이뤄지는 전문화 속도도 빨라졌다.
또한 입주자 중에는 주택관리사 못지않은 이론가도 많아졌다. 따라서 이제 신문사 기자들은 모든 기사를 탐사보도 쓰듯 전문성을 더욱 높여가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지령 1000호를 축하하며 오늘을 기점으로 더욱 분발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론지로서의 위상 정립은 물론 독보적인 그 앞날에도 무궁한 발전과 영광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류기용의 아파트세상blog.daum.net/yk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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