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한국의 당면한 주거문제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핵심단어로 축약할 수 있다, 이는 ‘주거격차’와 ‘양극화’다. 격차란 빈부, 임금, 기술 수준 따위가 서로 벌어져 다른 정도를 말한다. 격차를 잘 나타내는 용어로는 빈부격차, 임금격차 등을 들 수 있다. 양극화란 서로 다른 계층이나 집단이 점점 더 차이를 나타내고 관계가 멀어지는 것이다. 흔히 소득양극화, 사회양극화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다. 격차와 양극화의 내재된 핵심의미는 불평등이며 차별이 있어 고르지 못함을 뜻한다.
주거격차는 계층 간, 개인 간, 지역 간, 점유형태 간 다양하게 양극화가 발생되고 불평등이 존재함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주거격차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먼저 주거서비스에 대한 지불능력을 보자. 2014년 현재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을 보면 저소득층(1~4분위)은 평균 소득의 34%를 임대료로 지불하는데 비해 고소득층(9~10분위)은 21%의 임대료로 사용한다. 이러한 추이는 지난 10여 년간의 통계를 보면 별로 개선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임대료 과부담 여부는 국가마다 그 기준에 차이가 있으나 EU 국가의 경우를 보면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주거비(월 임대료+유틸리티 비용)가 40%를 초과하거나 총소득의 30%를 초과하는 경우다. 국제적으로 월 소득(세전) 25~30%를 부담하면 과부담으로 알려져 있다. 주거비 부담이 많은 계층을 보면 저소득층과 청년층 등 특정계층에게 집중돼 있으며 이들 계층의 점유형태는 주로 보증부 월세나 월세가 상대적으로 많다.
주거격차와 양극화를 극명하게 대변하는 것은 최저주거기준 미달 여부다. 2014년도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수는 99만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5.4%를 차지한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의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긴 하나 특히 저소득층의 약 40%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살아가고 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점유형태별로 구분해 보면 자가나 전세에 비해 월세에 거주하는 가구의 비중이 훨씬 높다.
한편 사회계층별 주거격차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는 주거빈곤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35세 미만의 청년층과 65세 이상의 노년층의 주거빈곤율이 높게 나타난다. 여기서 주거빈곤의 기준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면서도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RIR)가 20% 이상인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OECD 국가의 평균 노인 빈곤율이 13%인데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62%(2014년)에 달한다. 수많은 노인들은 주거빈곤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노인가구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체 가구중 노인 가구 비중이 2010년 17.8%였으나 2030년에는 35.4%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1인 가구 역시 그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인 가구 비중은 24.2%였으나 2030년에서 33.0%를 전망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 가구특성은 노인가구와 1인 가구가 핵심적이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며, 정책적 시사점으로 1인 가구와 노인가구가 주거빈곤의 주된 집단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할 것인가? 주거격차문제를 주택이라는 영역으로 국한해 접근하기는 한계가 있다. 주거격차와 양극화는 청년층과 노인층 중 저소득가구가 주거비부담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들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 중 월세에 거주하는 경우 전월세 전환율(7% 수준)이 시중금리(1~2%수준)보다 높아 주거비 부담이 전세나 자가 가구에 비해 과다하다.
주거격차와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으로는 첫째, 소득격차와 자산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소득 및 자산격차해소는 하루 아침에 해결하기는 어렵고 교육 및 취업기회 등이 충분히 부여돼야 한다. 일자리 창출, 신 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등의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택부문에 주거격차를 줄이는 방안은 공공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지불능력이 없는 계층에게는 공공저렴주택공급, 주거 바우처 (voucher) 확대, 금융 및 세제지원을 동시 다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끝으로 가장 핵심적인 정책방안으로는 주거서비스 공급과 전달은 맞춤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획일적이 아니라 지역특성과 가구특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주거서비스프로그램을 다변화하는 주택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