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대한민국은 부패국가다.
주관적 견해가 아닌 객관적 지수들이 이를 증명한다. 국제투명성기구(TI;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에서 한국은 늘 5점대에 머물며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깨끗한 나라 순위 상위권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싹쓸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뉴질랜드 싱가포르도 만만치 않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권에선 홍콩과 일본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잘 사는 나라는 청렴하다. 부패한 국가는 대부분 못 사는 나라들이다. 공직자와 엘리트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썩어 문드러졌는데 어찌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겠는가.
국제투명성기구 설립자인 피터 아이겐은 세계은행(IBRD)에 근무하던 중 부패가 후진국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퇴직한 뒤 이 기구를 만들었다. 이 단체 덕분에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공직자부터 청렴해야 한다’는 논지가 진리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그런데 한국은 대체 왜 이 모양일까? 경제규모로만 따지면 국제적으로 엄연한 선진국 대접을 받고 있는 국가가 부패지수에선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어떻게든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있는데, 부패지수가 나아지긴 커녕 오히려 역주행을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부탄이나 대만도 우리보다 점수가 높다.
부패가 대한민국의 ‘체질’은 아닐 것이다. ‘청렴한 나라가 잘 산다’는 말이 정말이라면 우리 사회에서 부패만 뿌리 뽑는다면 더욱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단 뜻이 된다.
반대로 썩은 고름을 속히 제거하지 못하고 더욱 썩어 들어가도록 방치한다면 언젠간 다시 후진국의 구렁텅이로 떨어질 수 있단 뜻이기도 하다.
결국 ‘부패척결’은 국가운영을 원활히 하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늪에 빠진 대한민국이 살아남기 위한 필생의 구명줄인 것이다.
한 줄기 희망 ‘김영란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로 3년 가까이 표류하다 사장될 위기에 처했던 ‘김영란법’이 햇빛을 볼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 공직자의 부패와 정경유착을 끊어내지 않는 한 대형참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었다. 결국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커다란 빚을 진 셈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법 시행에 앞서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즈는 “한국의 풍토를 바꿀 이례적 사건”이라고도 했다. 법의 창시자조차 통과를 암울하게 예견했을 만큼 우리 사회에 혁명적 변화가 예고된 것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이런 사회적 대격변에 대처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관련 기사 1면)
대주관이 발표한 ‘청탁금지법 가이드라인’을 보면 공무수행 사인(私人)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관리사무소장이나 주민대표가 분쟁조정위원이나 감사반원이 될 경우, 지자체 조례에 따른 각종 위원회의 위원이 될 경우 법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 주의를 환기시켜주는 적확하고 시의적절한 지적이다.
사회에 떨어진 핵폭탄의 위력은 어떤 방식으로든 공동주택관리 분야에도 파급력을 미칠 것이다. 능동적 대처로 깨끗하고 소신 있는 사람이 큰 힘을 발휘하게 되길 바란다.
마크트웨인이 말했다.
 “진실을 말한다면 어떤 것도 기억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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