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의 이해와 정책방향

時事 논단 하성규l승인2016.09.28 18:00:29l9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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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최근 언론보도에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무슨 뜻인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어원은 상류사회계층인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된 것으로 특정도시를 고급스럽게 변화시키는 젠트리파이(gentrify)과정으로서 주거지의 고급화 현상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영국의 도시학자인 글라스(R. Glass)가 1964년 런던의 쇠락한 도심주거지가 중산층의 유입으로 부유한 주거지역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설명한데서 출발한 것이다.
이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유럽, 북미도시뿐 아니라 남미, 아시아 등 세계 많은 도시에서 보편적 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런던의 경우 가난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심 주거지에 개발업자의 재개발투자로 아주 훌륭한 주거지역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타 지역에 거주하던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도심의 편익시설과 문화시설에 근접 용이하고 교통여건도 좋아진 저소득층 주거지가 중산층 주거지로 변모하게 된다.
서구의 경우 젠트리피케이션을 주도하는 세력은 교외지역 중산층 거주자들이다. 이들은 오랜 세월 교외지역에 살다가 도심 주거지역으로 이주해 온다. 아울러 또 하나의 집단은 젊은 고소득 독신가구와 전문직에 종사하는 중산층이다. 독신가구들은 도심의 편리한 교통과 서비스를 향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고학력 전문 직종 종사자들로서 문화, 금융, 서비스업에 일하는 사람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의 주도적 집단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먼저 장점으로는 기존 도심 낙후 저소득층 주거지 범죄의 감소, 불량지구의 안정화, 주택공실률 감소, 지역세수 증대, 임대료 상승, 발전가능성 증대 및 교외지역의 무질서한 확산(sprawl)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은 심각한 문제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으로 원주민 저소득층이 이 지구에 계속 거주하기 힘든 상태로 쫓겨 나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왜냐하면 중산층이 거주하는 주거지로 변화돼 저소득층의 소득으로는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지역의 서비스 비용 증가, 사회적 다양성 감소, 일시적이지만 빈곤층과 중산층이 함께 거주함에 따라 커뮤니티 갈등과 이질성이 심화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떤 모습일까? 가장 흔하게 목격하는 현상으로는 임대인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임대료와 보증금을 올리는 행위다. 이 경우 많은 임차인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비자발적 이동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상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택임대료에도 마찬가지다. 재개발로 인해 현대식 아파트로 변모한 단지에서 종전의 저소득 임차인들은 임대료(보증금 등)를 감당하기 힘들다. 결국 쫓겨 나가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저소득 임차인의 축출 현상은 그동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재개발사업을 통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시가 시행하는 대책을 보자. 핵심내용으로는 지역공동체 붕괴를 예방하고 해당 지역에서 축출위기에 몰린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들이다. 눈에 띄는 정책내용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협약’ 체결 유도다. 지자체는 기반시설 개선 등을 통해 상권 활성화를 지원하고, 임대료 상승을 예방하는 노력이다. 아울러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기존 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 임차인에 대한 정책프로그램으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주민이 원하지 않는 재개발사업을 중단하게 하는 방안 등이다.
서울시가 시도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은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도시가 직면한 도시경제구조의 변화와 도심지 부흥을 기대하는 재생이라는 도시 정책적 과제를 중앙정부,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 등 연관된 주체별 역할 분담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설정돼야 하고 동시 민간부문(기업, 시민단체, 해당주민)의 역할과 기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상호 상생하면서 도시의 낙후지역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키워 나가는 한국적 젠트리피케이션 모형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하성규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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