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회자되는 사드, 우리의 본말전도에 저쪽의 적반하장이라는 사자성어가 올 여름을 더욱 뜨겁게 하고, 다 같은 애국이 방향을 놓고 구석구석 다투니 입추 다음날 창녕의 온도가 39.2도란다.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날 아침 C조 예선 첫 경기에 축구가 여덟 골을 넣었다고 사천닭발로 소주를 하는 오후, 사상 최초의 많은 골이라 올 들어 대한민국의 수은주도 최고의 기온이란다.
전 세계 206나라, 1만500여 명의 선수 참가, 금메달 306개의 향방이 치열한데 지구촌 어디가 뜨겁지 않으리오. 어쩌면 최고 기온이라는 여름보다 더 뜨거운 올림픽이리라. 모두가 국가대표인 올 여름은 어차피 깊은 잠이 들기는 틀렸다.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따는 날마다 열기는 더해 온도도 기록 갱신을 한다. 경주가 영천이 39도를 찍더니 경남의 창녕이 39.4도, 경북의 경산이 39.5도라고 헐떡거린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노래 부르는 저 할머니, 내 평생 이런 여름은 처음이란다. 그래서 정조준이 아니라 오조준의 포인트도 알아야 세월도 화살도 과녁을 뚫는다. 바람 불고 비가 내려도 정조준이 아니라 오조준의 포인트를 알았기에 우리의 태극화살이 올림픽의 금메달을 싹쓸이로 움켜쥐었다.
극장가에는 이 무더위를 식힌다고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피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행’ 열차가 숨 가쁘게 달린다.
성공확률 5,000:1, 작전 개시는 3일 뒤, 어머니보다도 처자식보다도 조국을 마지막으로 택한 사람들이 기어이 팔미도 등대에 불을 밝히고 인천으로 가는 길을 여는 ‘인천상륙작전’이 개시된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앞서간 사람들, 별을 빛나게 하는 건 숨어 있는 어둠 때문이다. 군번도 없는 사람들이 전선의 별을 빛나게 한다. ‘X레이작전’이라는 첩보임무를 완수한 숨어 있는 영웅이 있어 인천상륙작전은 성공을 거두고, 영화 막바지 대규모 전투신은 내 고장 마산 로봇랜드 조성사업 현장에서 촬영했다. 
모든 자취를 숨기고 사라졌던 한 사나이가 음모를 알게 되며 벌이는 액션 블록버스터, 첩보물의 제왕이라고 하는 맷 데이먼이 ‘제이슨 본’으로 질주를 한다. 오전 7시 40분에 1관에서 부산행을, 오전 10시엔 4관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오후 2시에 5관에서 제이슨 본을 보며, 세상에는 완벽한 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매력이 있을 뿐이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영화도, 사람도….
영화를 좋아한다고 막내딸이 갖다 준 문화상품권이 아직 5장이나 남아 있다. 내일은 심야로 ‘터널’을 보아야겠다. 극장은 피서지로도 참 좋다.
지리산 둘레길에 주인도 없는 마루에는 맥주, 소주, 막걸리가 정렬을 하고 아이스 홍시가 안주인양 앉아 있는 저만치에는 돈 통도 퍼질러 앉아 있다. 그래도 전화를 하니 가격표대로 돈만 놓고 가란다. 아름다운 둘레길에는 아름다운 사람도 많다.
얼마나 더운지 시내 병원 옆 본죽에서도 한정메뉴로 여름을 이기는 별미식이라며 이열치열의 ‘불짬뽕죽’이 환자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얼음물을 뒤집어 쓴 땡볕보다 매운 땡초국수가, 검정고무신보다 질긴 인절미 넣은 한국산 팥빙수가 이쪽이라면, 길 건너 바보형제 주꾸미의 두 번째 이야기는 뜨거운 감자탕과의 만남이란다.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가 300만 마리에 육박하고, 농협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숫자까지를 합한다면 얼마나 더 많을꼬.
계속된 폭염으로 올여름 1,5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응급실을 찾아도 아직 여름은 진행형이고, 부산의 기온이 113년만의 무더위라고 한다.
아무리 더워도 우리들의 애인은 옛날 애인이 좋고, 우리들의 이야기는 옛날이야기가 좋다. 서원곡 입구 옛날통닭이 개업을 했다고 일 만원에 옛날 통닭 세 마리를 가지고 온 여동생이 고스톱 한판 치잔다. 작은 오빠도 오라 캤단다. 오늘은 아무래도 에어컨을 돌려놓고 3남매의 목소리가 커지겠다.
광박에, 피박에, 흔들고, 삶이 선악과 흑백의 이분법으로만 산다면 무슨 재미가 있으랴. 비는 오지 않는데 마른 번개는 쳐대고, 나는 수레를 막아서는 버마재비의 배짱으로 쓰리고를 외친다.
뜨거운 여름보다 더 큰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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