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일기 80


 

입대의 최 병 용 회장
경기 청평 삼성쉐르빌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민의 대표기관이고 국회와 같은 기능을 하는 곳이다. 회의에서 의사봉을 이용해 개회와 폐회를 알리는 것도 입대의 의결이 만만치 않은 법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그 권위를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입대의에서 의결한 사항들이 제대로 권위와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적법한’이란 전제에 근거해 의결해야 한다.
아파트 관리규약에 ‘회장이 회의를 소집하고자 할 때는 회의 개최 5일 전까지 일시·장소, 안건 및 입주자 등의 방청방법을 동별 대표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고, 관리주체는 이를 게시판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규정하고 공고하는 이유는 입주민 중에 공고된 안건에 관해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고 동대표들에게도 의견을 준비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회의 안건 초안을 관리소장이 작성해 메일로 보내주면 회장이 검토 후 추가하거나 수정해 회의안건을 확정해 공고했다. 이럴 경우 ‘동대표에게 서면으로 통지한다’는 규약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어서 관리소장과 동대표들이 가입한 밴드에 회의안건 초안을 올리고 동대표들이 검토 후 안건을 추가하거나 수정하도록 보완했다. 이 밴드에 관리소장이 ‘일일업무 보고’를 올리게 해서 회장과 관리소장이 1:1로 일을 하던 방식을 벗어나 동대표들에게 아파트 업무를 모두 공개해 동대표들도 평소 아파트 일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
회의 공고를 알리는 게시문 하단에 “회의 방청을 원하는 입주민은 누구나 방청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관리사무소로 신청하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누구에게나 회의를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 입주민들이 신뢰감을 갖도록 했다.
회의 안건은 가급적 구체적으로 다 명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명시되지 않은 안건을 의결했을 경우 “입대의가 개최되기 전 공지 사항이 아니고 더욱이 긴급을 요하는 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일 제시한 의안을 의결할 경우 무효에 해당한다”라고 명시한 판례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회의 안건 공고 시 ‘기타 안건’이라고 기재하고 간단한 내용을 의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입주민 중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무효가 될 수 있으니 가급적 구체적으로 회의 안건을 공지하는 것이 문제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입주 초기에는 처리할 일들이 산더미여서 한 달에 서너 번 입대의 회의를 진행했다. 입주 4년차인 지금은 매월 셋째 주 금요일에 정기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회의를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따라 회의 시간이 천차만별이고 회의 간에 고성이 오고가기도 하고 화기애애하기도 한다. 회의 분위기가 부드럽고 안건이 이견 없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평소 동대표들끼리 소통이 잘 돼야 한다. 동대표 간에 소통 없이 자기 동의 이익만을 내세우며 안건에 사사건건 반대하면 회의시간만 길어지고 결국 소득 없이 끝나게 된다.
4년 전에는 카페에 동대표 방을 만들어 주요 안건에 대한 정보를 게시했다. 이견이 있을 경우 카페를 통해 의견 교환이 충분히 이뤄지고 회의에 참석하다 보니 불필요하게 다투며 긴 시간을 토론할 일이 없어졌다.
회의 시에는 안건을 상정한 후 동대표들이 자기 의견을 충분히 발언할 수 있도록 발언권을 부여했다. 동대표 간 상호 토론이 가능하도록 기회를 주고, 어느 정도 토론이 진행된 후 합의가 안 될 경우 절충안을 회장이 제시하고 이를 동대표들이 인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끝까지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표결을 거쳐 안건을 확정했는데 4년간 회의를 진행하면서 표결까지 간 경우는 5회 이내일 정도로 동대표들 간에 소통이 잘 됐다. 회장으로서 최종적인 중재안을 낼 때는 오직 한 가지 아파트의 가치 향상에 어느 방안이 더 도움이 되는가?’만 생각했고 동대표들도 자기 동의 이익만을 생각지 말고 아파트를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고 양보하도록 요구했다.
사석에서 동대표들과 만나는 자리를 되도록 많이 만들었다. 동대표들의 부인, 남편까지 참석한 식사자리를 통해 동대표로서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데 감사를 표하고 외조나 내조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회장으로서 아파트를 사랑하는 열정과 솔선수범, 언행일치, 투명하고 공정한 처신이 선행되면 잡음 없는 입대의는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