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적봉보다 높이 치솟은 단결의 함성

[특집] 제26주년 주택관리사의 날 기념행사 이경석l승인2016.05.04 18:00:49l수정2016.05.05 11:18l9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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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감마저 감돈 기념식

4월은 다면성을 가진 달이다.
봄의 전령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이 만개했다 지는 달이고, 아름다운 찰나의 봄이 찬란하게 빛나다가 허무하게 저무는 달이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관리현장의 근무자들은 단지 조경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봄이 왔음을 느낄 뿐, 일상의 업무에 파묻혀 지내다보면 계절의 흐름조차 감지하기 어렵다.
4월은 찬란하지만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하게 괴롭히는 때이기도 하고 ‘4·19혁명’과 ‘4·3사건’ ‘세월호 참사’ 등 국가적 대사들이 많이 벌어져 엘리엇의 표현처럼 ‘잔인한 계절’로 불리기도 한다.
그 4월에 ‘주택관리사의 날’이 있다.
가장 경사로운 때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관리현장은 초긴장상태에 빠져 있다. 경기도의 일제 점검 때문이다.
지난 3월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외부회계감사 결과 전국 아파트 19.4% 부적합 판정’이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회계감사에서 지적된 사소한 업무처리 미숙까지 모두 포함해 발표한, 침소봉대식 보도자료였다.
이를 받은 언론들은 한 술 더 떠 ‘전국 아파트 5곳 중 1곳은 비리단지’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비리 지뢰밭’이란 잔인하고 가혹한 제목까지 등장했다.
정부의 실적 부풀리기와 언론의 황색저널리즘으로 인해 관리 종사자들은 한동안 멸시의 눈초리를 감내해야만 했다. 업무환경의 작은 불만조차 쉽게 제기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을’들이 ‘갑’의 돈을 빼먹는 도둑놈으로 몰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 여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경기도가 바통을 이어받은 형국이 되니 현장근무자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맞은 ‘제26주년 주택관리사의 날’ 기념식은 잔칫집의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최창식 회장은 인사말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잣대로 부적합 판정을 남발하는 무작위적 과잉감사와 실적위주의 적발감사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공동주택의 퇴행적 운영을 근절하고 취업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국민 호소 왜곡 확대 과장 삼가라

대주관은 이날 행사에서 ‘공동주택 관리 상생문화를 위한 대국민 호소와 정책제안’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전기환 전북도회장이 낭독한 호소문은 “공동주택이 비리공간으로 치부되는 작금의 상황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관리현장의 주택관리사는 어떤 외부압력이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임을 다해야 하고, 입주자대표는 의결과 집행이란 분리제도의 취지를, 위탁관리업체 대표는 부조리한 채용행태를 근절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공인회계사와 지자체장, 언론사 편집책임자들에게 ‘비리와 단순과실을 구분하고 왜곡 과장하지 말아줄 것’도 요청했다.
김창현 이사가 대표 선서한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우리의 다짐’에선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입주민의 입장에서 공명정대하게 업무를 처리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기념식엔 서영덕, 전문웅, 김홍립 전임 협회장과 본지 황용순 발행인, 류기용 명예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특히 국토교통부에서 김종학 주택건설공급과장, 이상우 사무관, 강현정 주무관이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대주관의 생일을 축하하는 강호인 장관의 축사를 전달해 이목이 집중됐다.
기념식에 이어진 ‘전국 확대 간부 워크숍’에선 ▲협회장 직선선출 ▲회원복지 ▲언론대응 ▲제도개선 추진경과와 향후 방안 등을 발표했다.
발표가 끝난 후엔 최창식 회장과 4인의 발표자가 모두 강단에 올라 참석자들과 1문1답을 진행하며 진지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참석자들은 ‘회장 직선제’와 관련한 질문들을 쏟아내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최 회장은 “질의와 건의들을 훌륭한 조언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맘고생 많았지만 그래도 더…”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저녁식사와 함께 한 ‘소통화합의 시간’이었다.
전국 시도회장단, 지부장, 운영위원 등으로 구성된 260여 명의 참석자들은 건배 제의와 함께 대화와 토론의 향연을 펼쳤으며 각 시도회별 장기자랑에선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고유의 개성을 최대치로 뿜어냈다.
마지막엔 전 인원이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고 행사장을 둘러싼 채 합창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합창이 끝나자 서로 얼싸안고 “현장에서 맘고생 많았지만 그래도 더 분발하자”고 격려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속개된 워크숍은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의 ‘이순신, 경영전략과 필사즉생의 리더십’으로 시작됐는데 휴식시간 없이 두시간 동안 이어진 강연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은 강연시간 연장을 요청할 정도로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마지막 순서인 덕유산 향적봉 트래킹까지 모두 마친 참석자들은 도시락 점심식사 후 귀갓길에 올랐다.
한편 이번 행사엔 외부전문지 기자도 함께 했는데 한 언론사 오모 편집부장은 “최근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의 정부발표 반박자료를 접하고 아파트 관리현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갖게 됐다”며 “관리소장을 비롯한 종사자들이 억울하게 매도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하고 “직접 와보니 대주관이 이렇게 짜임새 있고 결속력 강한 조직인 줄 몰랐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광주시회 소속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먼 길을 달려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다시 먼 길을 달려가야 해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1년에 단 한 번뿐인 전국 지부장모임에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현장의 애환을 함께 토론하니 십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리는 기분”이라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모든 회원이 이런 자리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여운을 남기고 미소 속에 길을 재촉했다.
 

 

 

이경석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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