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세월호 참사 2주기

이경석l승인2016.04.13 18:00:47l9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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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분향소와 하늘공원

4월의 안산 하늘공원과 합동분향소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벚꽃이 만개해 연분홍 물결을 이루고 개나리도 진한 노랑색을 뽐냈다. 잔디도 파릇파릇 초록색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따뜻하고 포근한 날씨까지 봄날의 자태를 돋보이게 해줬다.
그러나 분향소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름다움은 곧 처연한 슬픔으로 바뀌었다.
조용히 타오르는 향과 국화꽃 내음이 절묘하게 뒤섞여 실내 분위기를 더욱 장중하게 만들었다.
전면에 설치된 대형 제단엔 희생자들의 사진과 유품들이 놓여 있었고, 오른쪽 대형 스크린엔 희생자들의 행복했던 모습들이 한 장 한 장씩 스쳐 지나갔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하나 같이 활짝 웃고 있다.
하늘공원이든 합동분향소든 가장 눈에 띄는 건 꽃바구니들이었다. 그 꽃바구니들엔 대부분 생일축하 리본이 매달려 있다. 아이들은 영원히 늙지 않는 18살의 꽃바구니를 해마다 받게 될 것이다.
제단엔 꽃바구니 외에도 과자 음료수 소시지 초콜릿 등 간식과 인형 장난감 야구공 CD 그리고 아이들이 사랑한 연예인들의 사진도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답지한 편지들도 수북했다.
분향소 밖 유족 사무실로 쓰이는 컨테이너 한쪽 벽면엔 아직까지 물에서 돌아오지 못한 허다윤 양의 사진이 걸려 있다. “18살에 떠난 수학여행, 20살이 되어서도 못 오고 있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 아래엔 “내 딸 냄새라도 맡고 싶어…”라는 엄마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하늘공원엔 단원고 100명의 아이들이 모여 있다. 조그마한 아이들의 공간엔 예쁘게 장식된 사진들이 붙어 있고 사진 속 아이들은 의젓하거나, 예쁜 표정을 짓거나, 활짝 웃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덥거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이를 만나러 오는 엄마도 있다.
아이들 100명이 밤낮으로 함께 있으니 외롭진 않겠지….

 

분향소 편지

분향소를 나가는 출구 쪽엔 작은 책상과 노트 한 권이 놓여 있다. 방문객이 추모글을 남길 수 있도록.
그 안에는 단원고 졸업생 윤세영(가명) 양이 희생자 이지혜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글이 들어 있다.

지혜 선생님.
너무 오랜만에 와서 죄송해요.
제가 올해 대학생이 됐어요.
대학 합격증을 들고
가장 먼저 선생님께 달려오려고 했는데 이제야 왔네요.
선생님. 며칠 전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선생님이 계신 하늘나라에 가셨으니
선생님께서 저희 아버지 좀 잘 챙겨주세요.
아버지는 저와 똑같이 생겨서
선생님도 금방 알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지혜 선생님.
또 인사드리러 올게요.
저희 아버지 잘 부탁드려요
                                               윤세영 드림.

 

 

멀고 먼 ‘안전한 나라’
1년 만에 다시 만난 덕하아빠

덕하아빠는 지난해 9월 직장을 그만뒀다. 조용하고 깨끗한 아파트 단지여서 군포지역에서 ‘일하기 좋은 곳’으로 인정받는 단지였다.
하지만 덕하가 떠나고 난 후 출근할 때마다, 또 일하는 중간 중간에도 2년 전 악몽이 떠올라 힘들었다.
직장을 군포로 옮겨 새로운 결의를 다지며 출근한 지 일주일째 되는 날.
정신 없이 일하던 오전 무렵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전날 저녁 수학여행을 떠난 덕하가 제주도에 도착해 신나는 여행을 즐기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시각, 옆으로 누워 있던 배는 바다로 가라앉아 버렸고 250명의 아이들을 포함한 300여 명의 승객들도 배와 함께 물에 잠기고 말았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요했다. 마치 빈 배처럼.
“가만히 있으라”는 말 한마디가 3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수장시켰다.
유가족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이유는 선내방송에 따라 가만히 있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밀려드는 바닷물에 잠기며 경험했을 지옥 같은 상황 때문이다. 말 잘 듣고 기다리면 당연히 구조될 것으로 믿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겪었을 아비규환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유족의 가슴을 찢어지게 한다.
최 소장이 직장을 그만 둔 이유는 또 있다.
그를 바라보는 직원들과 동대표들, 그리고 입주민들의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의 앞에선 모두가 정중하고 배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최 소장은 그런 배려들이 더 힘들었다. 최 소장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며 웃지도 못하고, 슬퍼하지도 못했다. 결국 사고 후 그를 기다려 준 고마운 직장에 지난해 9월 사표를 제출하고 말았다.
3개월을 쉰 그는 집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다른 지역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올 1월 첫 출근한 현 직장은 5,000가구가 넘는 초대형 아파트 단지다. 관리직원이 150여 명, 경비원과 미화원이 100명을 넘는 기업규모다. 게다가 경기지역에서 명성을 떨칠 정도로 악성민원과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은 오히려 편해 보였다. 수백 명의 직원들과 수만 명의 주민들 중 그가 세월호 유족임을 아는 사람은 없다. 측은하게 여기는 눈길이 없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그래서 사진 촬영을 사양하며 실명을 쓰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유족임을 알면 다시 힘들어질 것 같아서.
최 소장은 사고현장인 진도 팽목항을 한 번 밖에 다녀오지 못했다. 함께 다녀온 아내가 며칠을 앓아누웠다. 그 이후론 아무도 현장방문 얘길 꺼내지 않는다.
단원고 교실존치 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유족들은 영구보존을 원하고 있지만 재학생들을 생각하면 무조건 우길 수만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몇 가지 대안을 논의 중이라 한다.
2년 전. 대한민국은 대오각성하는 듯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것처럼 보였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모든 국민이 함께 아파했다.
그런데 그 통곡의 봄이 두 번 더 찾아오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다.
지난해 선박사고는 오히려 세월호 이전보다 대폭 늘어났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5년 해양 선박사고는 2,740건이 발생해 11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세월호 이전 3년간 연평균 1,367건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정비불량과 장비관리 소홀 등 안전불감증이 주된 원인이었다.
최 소장도 이런 점을 안타까워했다. 모든 걸 바꿀 것처럼 보였던 정부당국도 유족들을 점점 외면하고 있다.
그동안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과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등이 격려방문했다. 그들은 쉽게 끝날 싸움이 아니라고 알려줬다. 사고를 둘러싼 기득권층이 건재하는 한 진실규명은 자동적으로 되지 않는다고 그들의 경험을 들려줬다.
유족들은 이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결코 싸움을 멈출 수 없다.
‘안전한 나라’는 너무 멀기만 하다.

끝나지 않은 고통, 가족해체까지

성진이(가명) 아빠는 지금 혼자 살고 있다.
성진이를 떠나보낸 후 단란했던 가정이 파국을 맞았다. 처음엔 서로 위로하고 아픔을 보듬어 줬지만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비탄에 빠진 가족들은 점점 예민해졌고 순간 순간 폭발하는 분노는 다른 가족에게 상처를 줬다. 서로 마주보는 것조차 고통이 돼 버렸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무너져 내린 부부는 이혼이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보상금 문제까지 얽혀 원수처럼 갈라서고 말았다.
이런 일은 성진이네 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2년 동안 여러 부부가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형제자매를 잃은 아이들까지 우울, 불안 등 정서적 장애를 겪으며 갈등의 당사자가 돼 가족이 해체되는 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덕하아빠처럼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사람도 많다.
덕하아빠는 그나마 잠시 쉬고 새 직장을 구했지만, 술에 빠져 폐인처럼 돼 가는 유족도 있다.
국민들은 세월호를 잊어 가고 있지만 유족들은 아직도 2차, 3차의 피해를 겪으며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갈라서는 엄마 아빠를 보는 하늘나라 아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살아 남은 자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경석 편집국장】

이경석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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