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한국의 중산층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30~50대 중산층 11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2016 대한민국 중산층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의 내용 중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우리나라의 중산층 10명 중 8명은 자신을 빈곤층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중산층의 기준으로 소득기준과 소득 외 기준으로 대별해서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통계청이 말하는 중산층이란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 즉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구의 균등화 중위소득은 187.8만원(월 기준)이다. 4인 가구가 중산층에 들기 위해서는 187.8만원(50%) ~ 563.4만원(150%) 사이의 월 소득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준으로 한국의 중산층 비율은 65.4%라고 한다.
그러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우리나라 중산층 기준은 다섯 가지로, 부채 없는 아파트 99㎡ 이상 소유, 월 급여 500만원 이상, 자동차는 2000cc급 중형차 소유, 예금 잔고 1억원 이상 보유, 해외여행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닐 것이다.
중산층의 기준은 국가마다 상이하다. 소득기준뿐 아니라 소득 외 기준으로 비계량적인 기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제시한 영국의 중산층기준은 페어플레이(fair play)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가질 것,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그리고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등이다.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으로 최소 1개 외국어를 구사하며, 스포츠를 즐기며 악기를 다룰 줄 알고,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중산층의 일반적 모습은 주택의 경우  본인 소유 약102㎡ 아파트에 살면서 중형급 이상 자가용을 보유한다. 그리고 사교육비는  자녀 1인당 월 평균 37.4만원을 지출한다. 이러한 중산층은 물리적이고 소득의 관점에서 도출된 중산층의 평균모습이다.
한국의 중산층은 영국의 중산층의 기준으로 보면 과연 그 비중은 얼마나 될까? 보유한 재산이나 주택의 규모가 아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도 하고 페어플레이(fair play)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중산층의 모습인지 모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에 대응할 수 있는 정의감과 시민으로서의 규범을 지닌 사람이 중산층의 참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중산층을 소득 및 물질적 기준이 아닌 사회문화적인 비물질적 기준을 개발해 측정해 보는 것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우리사회는 여전히 사회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진정한 중산층은 주변의 어려운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이 충만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앞장설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은 중산층인가?”라고 질문한다면 소득수준이 아닌 비물질적 관점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당당하게 중산층이라 답할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사회는 부자와 가난한 자로 나뉜다. 사회발전의 위기 증상은 중산층의 몰락이다. 요즘과 같은 총체적 불황 시 경제침체가 가속화되면 사회양극화가 더 심화될 수 있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경제적인 면은 말할 것도 없고 비물질적인 면에서도 양극화를 막아야 한다. 건강한 중산층이 확대돼야 사회가 안정되고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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