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간접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어

 

 

서울남부지방법원(판사 서영효)은 최근 서울 양천구 소재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인 A씨가 이아파트 우편함에 우체국 소인이 찍혀 각 동에 배달된 우편물을 이 아파트 전기과장을 통해 수거하도록 하는 등 총 137통의 우편물을 임의 수거하고 이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4년 5월 A씨는 우편함에 입대의 회장이었던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우편물이 각 가구 우체통에 투입됐다는 전화를 받고 관리사무실에 있던 전기과장에게 전화해 “나를 비방하는 우편물이 배포되고 있으니 확인해 보고 발신자가 없고 무단으로 배포된 것이면 뽑으라”라는 취지의 통화를 하고 전기과장은 경비반장과 함께 5동 우편함에 투입됐던 우편물을 전부 수거했다. 이후에도 전기과장과 경비반장은 다른 동의 우편물 수거를 위해 각자 역할을 분담해 수거를 진행, 이후 이를 지시한 A씨는 기소됐다.
법원은 우선 A씨의 지시에 따라 전기과장이 우체국 소인은 찍혀 있으나 발신자의 명확한 주소도 없이 단순히 ‘입주민 드림’으로만 기재돼 있는 우편물을 발견하게 되자 A씨에게 우체국 소인이 찍힌 우편물의 수거 여부에 대해 자세히 확인하거나 문의하지 않은 채 종전 근무지에서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이를 수거하더라도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독단적으로 우편물을 수거한 것으로 봄이 옳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기과장이 우체국 소인의 날인 여부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우편물을 수거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음에도 스스로의 경험과 판단에 따라 우편물을 자진 수거했고, 전기과장이 우편물에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음을 알면서도 입대의 회장인 A씨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이 우편물을 수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편물을 수거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 나머지 입대의 회장을 비방하는 내용의 우편물을 자신이 적극 나서 수거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봤다.
결국 이런 전기과장의 행위에 앞서 A씨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고 A씨에게는 전기과장의 행동에 대한 간접정범으로서 ‘행위지배’ 내지 ‘의사지배’를 모두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A씨는 우체국 소인 여부와는 상관없이 우편물을 전부 수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전기과장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채 묵인 내지 방임했던 것으로 봐야 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수거를 지시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따라서 전기과장에게는 우체국 소인이 찍혀있는 우편물을 자신의 경험과 판단에 따라 자진해 수고하려는 ‘정범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하므로 A씨를 ‘간접정범’으로 의율해 처벌할 수는 없고, 둘 사이에 공동으로 협력해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의사의 연락이나 서로 실행행위를 분담하겠다는 공동가공의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공동정범’으로도 처벌할 수 없어 A씨에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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