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김초록  여행객원기자

요즘 어딜 가나 봄기운이 가득하다. 바야흐로 봄의 길목, 수도권에서 가까운 충남 당진은 봄맞이 여행지로 제격이다. 서해대교를 지나 송악나들목을 빠져나오면 당진땅 북부해안길이 꿈결처럼 이어진다. 그 길에서 만나게 되는 한진, 안섬, 성구미, 장고항, 왜목, 도비도는 포구 특유의 정감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포구의 봄을 즐기다

해안길이 시작되는 38번 국도는 당진 경제를 이끌어가는 고대, 부곡공단을 가로지른다. 공단 우측으로는 작은 어촌마을이 줄줄이 자리 잡았다.
먼저 한진포구로 들어선다. 30년 전만 해도 당진쌀을 실은 70~80톤 규모의 대형어선이 정박했던 곳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옛 영화가 돼버렸다. 포구 앞 갯벌은 예부터 바지락, 피뿔고둥, 박하지게, 낙지 어장으로 유명세를 탔던 곳.
또한 아산만과 삽교천 방조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준치, 민어, 삼치, 숭어, 꽃게의 주산지로 이름났던 곳이지만 이것도 다 옛일이 돼버렸다. 세월은 이렇듯 자연환경을 바꿔놓는다. 포구 앞에 서면 푸른 바닷물이 잔잔하게 펼쳐져 있고, 서해대교의 대형 주탑 2개가 그 위에 그림처럼 떠 있다.
한진포구에서 북쪽 해안길로 조금 더 가면 당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철강단지가 나오고, 안섬-성구미 포구가 차례로 나타난다. 안섬은 원래는 섬이었으나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됐다. 주말이면 밀물과 썰물에 맞춰 바지락, 낙지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해마다 봄철에는 어민들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안섬당굿(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5호)이 열리는데 약 350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석문방조제와 붙어 있는 성구미는 포구 사람들의 도타운 정도 옛날 그대로이고 선창에서는 싱싱한 활어를 쌓아놓고 파는 상인들의 호객이 끊이지 않는다.
한때는 “성구미 가서 돈자랑 마라”는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활력은 느낄 수 없다.

상쾌한 드라이브 

성구미를 나오면 상쾌한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직선으로 곧게 뻗은 석문방조제길(길이 10.6km)은 한마디로 아득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방조제길이 10여 분 동안 이어진다. 들바람 바닷바람을 마시며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석문방조제는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와 서산시 대산읍 화곡리를 연결하는 동양 최대 규모이다. 방조제가 끝나는 지점에서 바다로 나가면 화성땅과 당진 사이 바다에 떠있는 어선과 갯벌이 정겹게 펼쳐진다.
석문방조제를 지나면 곧바로 장고항이 나오고, 서해에서 유일하게 일출을 볼 수 있는 왜목항도 지척이다. 장고항은 포구를 에워싼 뭍의 모습이 장고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장고항 앞 용무치에는 어촌계에서 마련해놓은 개펄 체험장이 있다. 호미로 뻘을 뒤지면 조약돌 같은 바지락과 각종 조개류가 올라온다. 운이 좋으면 낙지도 잡을 수 있다.
장고항을 지나면 일출과 일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왜목마을이다. ‘왜목’은 왜가리의 목처럼 불쑥 튀어나왔다고 해서 붙은 이름. 일출은 하지와 동지를 기준으로 국화도와 장고항의 해안선 끝자락인 노적봉을 사이에 두고 떠오르는데 마을 사람들은 맑은 날보다 약간 안개가 낀 날 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마을 뒤편 석문산(해발 79m)에 오르면 해가 지고 뜨는 광경을 좀더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
왜목마을 앞을 지나는 38번 국도는 대호방조제로 이어진다. 방조제 앞은 강과 드넓은 습지로 이뤄진 간척지로 철새들이 날아드는 생태계의 보고다. 방조제 끝에는 해수탕, 숙박시설, 전망대, 음식점, 해변 산책로, 유람선 선착장, 잔디밭, 운동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도비도 휴양단지가 조성돼 있다. 유람선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섬 앞에 떠 있는 난지도로 갈 수 있다. 아름다운 해안절경을 자랑하는 이 섬에는 당진에서 하나뿐인 아담한 해변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검은머리물떼새가 살고 있다. 여객선은 도비도를 출발해 대조도-소조도-비경도-우무도를 거쳐 난지도에 닿는다.

도비도 휴양단지에서 서산 쪽으로 접어들면 수백 척의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삼길포항이 나온다. 둥그렇게 돌아간 포구 양쪽으로 횟집과 카페들이 즐비하고 그 앞으로 펼쳐진 쪽빛 바다는 지중해 연안에 와 있는 것처럼 아름답다. 바다에서 갓 잡아온 횟감용 생선을 사서 배에서 직접 먹을 수 있다. 시간이 남는다면 항구 한쪽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인근 섬들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여행정보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송악나들목으로 나와 한진포구-안섬포구-성구미포구-석문방조제-장고항-왜목포구-대호방조제-도비도 순으로 돌아본다. 충청권에서는 대전당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당진행 직행버스 이용, 30분 간격. 대전, 천안, 평택, 수원, 인천, 성남, 서산 등지에서 당진행 시외버스 이용. 도비도-난지도행 여객선, 20분 간격, 어른 왕복 8,400원, 어린이 4,200원. 도비도 선착장: 352-6867, 6864.

숙박
일출(일몰)을 보려면 왜목마을에 숙소를 잡는 게 좋다. 메종드라메르(041-354-1711), 해뜨는집(041-353-3855), 블루비치펜텔(041-358-1222) 등. 난지도에도 펜션과 민박집이 여럿 있다.

맛집
안섬포구, 성구미포구, 장고항, 고대리 주변에 횟집이 많다. 송악읍 고대리의 ‘게눈감추듯’(041-356-0036)은 간장게장 맛이 일품이다. 함상공원이 있는 삽교호 바다공원 주변에서 백합과 맛조개, 피조개, 가리비 등 조개구이를 맛볼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