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관리사무소장  박 방 님
광주 금호2차 진흥 더루벤스아파트

 

출근길, 주말드라마 ‘엄마’의 OST곡인 인순이의 ‘이렇게 아름다웠음을’을 감상하며 달리는 차창 밖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연이어 이문세의 “슬픔도 지나고 나면”이 흘러나온다.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가던 길 뒤돌아본다.
저 멀리 두고 온 기억들이
나의 가슴에 말을 걸어온다.
그토록 아파하고도
마음이 서성이는 건…

67세 노 여소장에게 주어진 직장이기에 젊은 소장보다 더 많은 노력과 열정이 요구되는 업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계절따라 달라지는 차창 밖을 보며 듣는 노래들은 그날 그날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오늘은 눈이 쌓일까?”
“한낮 기온은 영상이라 했는데…”생각하며 출근한다.
눈이 내리면 제설작업으로 부산해지는 관리사무소인지라 적게 내리는 게 백번 좋지만 겨울이 이렇게 따뜻하면 내년 수목 병충해가 심할 것 같다.
오늘은 동화 속에 나오는 키다리 아저씨가 아닌 우리 단지의 보물단지 키 작은 아저씨 이야기를 하고 싶어 글을 쓴다. 키 149㎝의 아담한(?) 체구를 가진 아저씨다.
조회시간에 우리 키 작은 미화원아저씨가 관리사무소에 들어서며“소장님! 염화칼슘 장사하시는 아주머니 큰일 났네요. 소설 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다는데 이번 겨울은 아직까지 한 번도 눈이 쌓인 적 없네요. 오늘도 하늘에서 눈하고 염화칼슘 섞어서 같이 뿌려 눈이 내리면서 녹아버리네”하며 들어서신다.
키 작은 미화원 아저씨의 위트에 아침 조회시간이 웃음으로 시작된다.
소장직을 20여년 동안 해오면서 유일하게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표창과 포상을 줘야 한다고 강력히 추천하는, 나와 동갑내기인 키 작은 미화원 아저씨를 나는 그 누구보다 존경하고 신뢰한다. 눈 오는 날엔 미화원으로서 제일 고생이 많으실 것임에도 염화칼슘 공급하는 아주머니 사장이 걱정이 된 듯싶다.
입주민들의 요청대로 키 작은 미화원 아저씨는 매년 표창과 포상을 계속 받는다. 포상금 20만원을 받자 동료인 전 직원들에게 점심을 사주시기에 그렇게 다 쓰시지 말고 아끼시라 권하자 남은 포상금으로  요양원에 계신 고모님과 다른 친족 분들 선물을 사다드렸다며 “그래도 상장은 남았잖아요”하시며 해맑게 웃으셨다.
어떤 날은 “소장님 이번 달에 오백만원 적금든 것도 찾네요”하고 아이들처럼 자랑스레 기뻐하며 속삭이듯 말하신다.
당신 생일날엔 당신처럼 착하게 생긴 부인과 함께 직원들 드시라 약밥을 해오시고 부인과 무등산 산책나들이 가신다며 관리실을 나서는 사이 좋은 두 분의 모습이 20대 연인이나 신혼부부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삶에 지칠 법도 한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별 불만 없이 늘상 씩씩하고 밝은 표정으로 부지런히 일하시며 남을 배려할 줄도 아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그 어떤 부자들 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시는 모습이다.
☞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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