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혼합

時事 논단 하성규l승인2016.02.17 18:00:11l9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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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서구의 상당수 학자들은 가난한 자와 부자, 사회적 지위가 높은 자와 낮은 자, 신체적으로 정상인 자와 지체부자유자가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삶이고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는 길이라는 주장이 많다. 이를 쇼셜믹스(social mix), 즉 사회적 혼합이라 부른다. 이들 주장은 소득이나 인종 간 더불어 살아야 계층 간 위화감이 해소되고 보다 더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주택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주택개발사업을 통해 제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형주택 및 임대주택 의무비율 공급제도를 예로들 수 있다.
서민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1990년대 도입된 이 제도는 처음 시행 때는 전체의 40%(서울 기준) 이상을 소형으로 짓도록 규제를 해오다 소형주택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자 1996년 30%로 완화가 됐다. 이후에 외환위기로 주택가격이 폭락하면서 1998년 일시 폐지됐다가 2001년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다시 도입됐다. 그러나 2010년을 전후로 해서 주택 가격이 하락을 하게 되면서 소형주택 선호를 하는 경향이 확대되자 규제와는 상관이 없이 재건축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소형주택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2012년 2월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할 때 법적 상한용적률에서 정비계획으로 정해진 용적률을 뺀 용적률에 다음과 같은 비율에 해당하는 면적에 주거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주택을 건설해야 한다.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 30~50%, 과밀억제권역에서 시행하는 주택재개발사업의 경우 50~75%, 과밀억제권역 외의 지역에서 시행하는 주택재개발사업의 경우 75% 이하로서 시·도 조례로 정하는 비율이다.
소규모 주택의 의무비율과 유사하게 임대주택 건립비율에 대한 제도적인 지침이 있다. 이는 대부분 저소득층이 자기 집을 소유하지 못하고 남의 집에 세 들어 살아가는 세입자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일정 비율 공급하게 하는 정부의 시장개입정책이라 할 수 있다. 뉴타운 사업 시 임대주택 건립비율을 전체 가구 수의 17%로 하는 것과 용적률의 증가가 일어난 구역일 경우 ‘용적률 증가분의 50% 이상’으로 한다는 규정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2011년 임대주택 의무 건립비율 17%를 짓도록 한 것을 수도권의 경우 8.5~20%로 완화시켰다. 또한 용적률 증가분의 50~75%를 임대주택으로 건설해야 하는 의무건설 비율을 30~75%로 완화시켰다. 임대주택 건설비율 최하한선이 50%에서 30%로 하향화됐다.
이러한 소형주택과 임대주택 의무비율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제도는 아니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에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실시하는 제도(Chapter 40R and Chapter 40S, Massachusetts)로서 도시 내 주택단지를 개발할 시 20%의 주택은 저소득층이 거주 가능한 임대주택(affordable housing)을 공급해야 한다는 제도이다. 대신 이러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게 될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된다. 영국의 경우는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혼합을 도모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예를 들면 “programs of municipalization” 라는 제도로서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공공임대주택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서민들이 거주하는 주거지역에 있는 민간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용하는 제도다. 이러한 민간임대주택매입을 통해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이유는 ‘편견과 배제문제’를 해결하고자 함이다. 빈곤층만이 거주하는 공공임대아파트 단지를 건설 운영해 온 결과 공공임대주택단지는 가난한 사람들만 거주하는 ‘빈곤의 섬’으로 전락하고 사회적 편견이 증대됐다는 점이다. 일반 서민주거지역에 민간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함으로써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예방하고 사회적 혼합을 이룩하겠다는 정책 의지라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쇼셜믹스 정책이 성공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다. 단지 내 중대형면적과 소형면적이 혼합되고, 자가 주택과 임대주택이 혼합된 것을 환영하는 주민은 많지 않다. 우리 사회에 수용 가능한 쇼셜믹스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돼야 하는지는 학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하성규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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