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일기 68

 


입대의 최 병 용 회장
경기 청평 삼성쉐르빌

아파트에서 잘 사는 법, 세 번째는 주차 문제다. 아파트 주차장이 열악해 이중주차를 해야 할 불가피한 상황에서 조금만 남을 배려하면 서로 기분 상하지 않을 수 있다. SUV나 RV, 중형 차량은 차체가 크기 때문에 남성이 밀어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 차가 가로막고 있는 차주가 여성이라면 어떻겠는가? 동절기에 지상 주차장이 싫다고 기어코 지하에 이중주차를 하려는 마음을 바꾸고 지상에 주차하면 서로 편해진다. 필자의 아파트는 ‘이중주차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을 꾸준히 실시한 결과 지하 주차장에서 이중주차를 찾아볼 수 없다.
이중주차를 허용하는 아파트라면 이중주차 후 연락을 받으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주차된 차를 옮겨줘야 한다. 연락을 받았음에도 조금도 미안한 기색 없이 느긋하게 걸어오는 사람을 보면 감정이 상하게 된다. 심지어 이중주차를 하고도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워 놓거나, 전화를 받지 않거나, 전화기를 꺼놓고 자는 등 공동주택에 살 자격조차 없는 사람도 있다.
주차 후에는 자신이 내릴 공간도 중요하지만 먼저 옆 차 운전자가 탈 공간이 충분한지 고려해야 한다. 자기 쪽만 넓게 확보하고 옆 차는 운전석 문을 열지도 못하게 바짝 붙여 주차하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이며 ‘문콕’ 사고를 초래해 또 다른 분쟁을 유발한다.
네 번째,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는 입주민이 의외로 많다. 어르신들이 그런 경우가 많은데 쓰레기봉투 값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으로 자녀들이 부모님의 행동을 관찰하고 일깨워줘야 할 부분이다. 스티커 비용을 아끼려 이사할 때 대형 폐기물을 무단으로 버리고 간다. 이사할 때 관리사무소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업무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관리사무소에서 따로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무단 투기하는 일부 입주민 때문에 전 입주민이 손해를 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폐휴지 박스 안을 보면 정말 낯 뜨거운 물품들이 많다. 아기들이 쓴 기저귀를 박스에 넣어 버리는 ‘맘충’에 가까운 젊은 엄마들도 많고 치킨을 먹고 난 뼈 조각, 담배꽁초, 개의 변까지 비양심적인 투기품목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재활용품은 아파트 잡수입의 주 수입원인데 제대로 분리수거가 안 되는 단지는 업체에서 계약을 기피하게 되고 결국 입주민들의 손해로 귀결되게 된다. 비양심적인 일부 입주민의 행동이 부메랑이 돼 모든 가구의 피해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올해부턴 잡수입의 70%를 관리비 할인으로 돌려주도록 의무화가 돼 잡수입이 적게 되면 그만큼 관리비 할인 폭이 줄어들게 된다.
다섯 번째, 승강기 문제다. 승강기를 타기 위해 현관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있을 때 잠시 기다려 같이 타고 올라가면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데도 그냥 올라가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반대로 상대를 너무 기다리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누군가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려는데 내가 무리하게 동승해야 할 상황이라면 일부러 늦게 걸어가 먼저 올라가도록 배려해야 한다.
승강기를 타고 가려다 현관으로 입주민이 오고 있어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는데 그 입주민이 승강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상대가 자기를 기다리는 것을 눈치 챘으면 미리 승강기를 안 탄다는 사인을 보내주면 좋을 것이다. 승강기를 잡고 일행이 다 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게 하는 것보단 타고 있는 다른 입주민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 승강기로 이삿짐을 나를 때 바쁜 사람이 있다면 사람을 먼저 가게 하고 이삿짐은 천천히 나르는 배려도 필요하다.
등산이나 주말농장에서 일하고 오면서 신발의 흙을 제대로 털지 않아 승강기 안을 흙으로 더럽히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미화원들이 청소할 곳이기 전에 먼저 입주민들이 깨끗이 해야 할 공간이다. 아이들이 음식물을 먹으며 승강기를 탈 때는 흘리지 않도록 지도가 필요하고, 승강기에 쓰레기나 음식물을 흘렸다면 자신이 깨끗이 치우는 예절이 있어야 한다.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는 계단을 이용하거나 다른 비닐을 이용해서 밀폐시킨 후 나르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특히 현관 밖에서 흡연하고 바로 승강기를 탈 경우 담배냄새가 승강기 안에 고약하게 퍼진다는 것을 알고, 담배 냄새가 어느 정도 사라진 후 승강기에 타야 하는 것은 흡연자들이 꼭 알아야 할 아파트에서 잘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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