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인천 oo아파트 입주민 이진숙

 

우리가 공동주택의 입주민으로서 생활함에 있어 제일 중요한 법은 관리규약이다. 특히 관리주체나 입주자대표는 관리규약을 꼭 알아야 하고 내용대로 아파트를 관리해야 한다. 관리규약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에서 질서를 잡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주택법과 관리규약이 계속 진화한 내용은 곧 공동주택의 질서 바로잡기의 역사다. 관리규약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꽤 있어 관리주체가 어려운 점도 있으나 개선돼 나가리란 희망을 갖고 있다.
우리 아파트의 예를 들어보면 관리사무소는 초보 관리소장 훈련소처럼 운영돼 왔다. 500가구 미만의 소규모 아파트에 근무 가능한 관리소장은 경력 3년 미만인 주택관리사보 자격자다. 인사권한이 있는 위탁관리회사는 초보 소장들만 배치시켰고 초보 소장들은 ‘보’를 떼는 경력만 채워지면 더 좋은 조건의 자리로 바로 옮겼다. 우리 아파트가 경험 없는 초보 소장들만이 와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가능성 하나. 입대의 집행부가 초보만을 원했다. 주 목적은 아무 것도 모르는 소장을 데려와 맘대로 부려먹으려는 거였다.
가능성 둘. 위탁관리회사의 농간이다. 관리소장 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격을 갓 취득한 취업열망이 가득한 초보소장들을 충성파로 키워 배치시켜주는 것이다.
가능성 셋. 낮은 급여 때문이다. 솔직히 실력을 갖춘 경력 많은 관리소장은 절대 낮은 급여를 받고 일하지 않는다. 그래서 위탁사는 낮은 급여 때문에 좋은 소장을 배치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텐데 이것은 먼 과거 이야기다.
하지만 그동안 눈에 띌 정도의 큰 문제점은 없었다. 대다수의 입주민들은 온순했고 무관심했기에 아파트는 조용했고 아파트 관리는 몇 명의 동대표에 의해 주도됐다.
그러나 주택법과 관리규약에 어긋나게 집행돼 온 것이 있으며 이렇게 된 주된 원인은 무능력한 초보 관리소장에게 있다고 본다. 관리규약 속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숙지하고 있지 않았고 주요 사안 집행 결정 전에 적법성 여부의 충분한 확인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입주자대표회의 눈치만 보다가 그 결정에 따랐다.
그 문제들은 지금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최근 2차에 걸쳐 관리규약 개정 안건이 입대의에 상정됐으나 처리되지 않았다. 회장님의 주장대로 관리규약은 이번에 개정하지 않기로 의결됐다. 그 이유는 급하게 개정할 중요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관리소장이 준비한 개정안의 내용이 그렇게 돼있었으니까.
즉, 관리소장은 관리규약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 관리소장이 시 표준관리규약 준칙이 관리규약의 상위법이라면서 관리규약과 다르게 돼 있는 시 준칙 내용을 따라서 집행해도 된다고 입대의에서 주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입대의 회장은 자신 있게 말했다. 관리규약을 철저히 검토해 문제가 되는 조항을 다 찾아내서 다음에 개정할 때 반영시키겠다고. 관리규약 검토는 비전문가인 입대의 회장이 할 게 아니라 전문가인 관리소장이 해야 한다. 관리소장의 능력을 인정할 수 없으니 직접 하시겠다는 건가?
사실 무리한 기대였는지 모르지만 이번에 관리규약 개정안을 관리소장이 안건으로 상정할 때 주요 문제 조항들을 찾아낼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규약대로 집행이 안 되는 것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도 회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관리규약대로 집행하겠다고 했다. 그럼 만약 관리규약대로 집행이 안 되는 것이 있으면 회장이 책임을 지시겠다는 의미인가? 악법도 법이라고 하는데 악법이 있다면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나중에 ‘관리규약 위반’이란 문제점을 지적당했을 때 관리주체는 ‘악법이라 지킬 수 없었습니다’라고 변명할 텐데, 참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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