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37>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김경렬

 

이목구비는 귀, 눈, 입, 코 즉, 얼굴을 의미합니다.
귀, 눈, 코는 혼자서는 일을 잘 못하지만 입은 혼자서도 잘 하는데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잘하니 문제입니다. 몸이 천량이면 눈이 구백량 이라는 말이나 백문이 불여일견처럼 눈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말이 있고, 불의한 말을 안 듣거나 잘 들으려고 귀를 씻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귀를 먼저 내세운 이유는 ‘귀가 얇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요?

1. 듣고 보는 것에 현혹되지 말자
잘 보고 잘 듣는 것은 중요합니다. 문제는 귀와 눈은 있는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입니다. 참과 거짓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눈은 허상에 현혹되고 귀는 헛된 소리를 듣게 되니 귀가 얇아지는 것입니다. 동대표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입니다. 더 이상 개인이 아니라 아파트의 크고 작은 일들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이런 결정을 위해 알리고 동의를 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입입니다. 입을 통해 나온 말이 상대방의 귀를 통해 전달되고 내 말이 진실인지 여부를 눈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일입니다.

2. 무엇을 보고, 어디까지 듣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어떤 단지에서 체중 100㎏에 달하는 40대의 건장한 남자가 63세 55㎏의 경비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회사에 항의한 일이 있어 원인을 확인하니 이 입주민은 전날 새벽까지 일을 하고 귀가해 쉬어야 하는데 문을 두드려 나가 봤더니 잡상인이었다는 것이고 왜 잡상인 출입을 통제하지 않느냐고 경비원에게 따지러 갔다가 말다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단지는 자동문이라 초소가 2개만 있는 단지였고 잡상인은 다른 입주민이 들어갈 때 뒤따라 들어간 것이었고 경비원의 지위나 체급을 봐도 도저히 입주민을 폭행할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회사에서 경비원 관리를 잘 못했으니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사과도 통하지 않고 단지로 돌아가서는 입주민을 모아놓고 “우리 단지는 12년이 됐으니 장기수선충당금이 15억원은 있어야 하는데 지금 4억밖에 없다”고 선동하자 입주민들은 자기 돈이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듣고 동조하기 시작했고, 입대의에서 장충금 징수와 사용내역을 알려줬음에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관리사무소를 점거하고 관리직원과 대표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관리소장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하고 대표들은 사퇴했으며 노인회에서도 간섭하지 않게 되자 비대위 명의로 관리업자 공고를 내고 후임 관리업자를 선정했습니다.

3. 왜 이렇게 됐을까요?
바로 입주민들을 모아놓고 “장충금이 15억원은 있어야 하는데~”라는 말이었습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장충금은 장기수선계획으로 정한 수선비용을 관리규약이 정한 요율에 따라 100% 적립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입대의에서 적립액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장기수선계획상 500가구가 40년간 수선해야 할 금액이 대략 90억원이 필요하고 100㎡인 동일평형의 단지에서 균분식으로 적립하는 경우라면 가구당 매월 3만7,500원씩을 적립했어야 합니다. 즉 ㎡당 375원입니다. 그러나 2015년 7월 현재 장충금 적립액은 전국 평균 ㎡당 93원입니다. 결국 현재도 25% 정도밖에 적립하지 않고 있으며 문제가 됐던 단지는 ㎡당 50원 정도를 적립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나쁜 입이 내 귀를 지배합니다. 잘 가려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동대표는 특히 잘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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