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정  채  경

익숙한 것에 몰두한다
늘 만나던 친구들을 만나고
다니던 미용실에서 전과 똑같은 파마를 하고
항상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일상이 브레이크를 건다
늘 시간 맞춰 오던 버스가 더디게 오고
다정하던 동료가 갑자기 화를 낸다
부장의 붉어진 얼굴은 이유 없이 불안을 증폭시키고
끙끙대며 기획한 업무 파일이 손가락 속으로 사라져
황당함으로 진정되지 않을 때

음…… 지금 시간은 3시 42.5분

퇴근하고 환승해 돌아오는 길
두 번 다 좌석에 앉아 뻣뻣한 다리를 누인다
아침을 눈부시게 했던 햇살은 스러지고
지평선이 품고 있는 구름 솜털과 노을의 색연필로
따뜻한 저녁 풍경을 그리다
생각의 초점을 맞춰본다
삶의 직선은 순간, 순간 ……
쉼표들이 만들어낸  현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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