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용 칼럼

 

류 기 용 명예회장

올해 광복절은 조국이 해방되고 분단된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나이별로 달리 부르는 명칭에 따르면 70세는 ‘예로부터 드물다’는 고희(古稀), ‘강산도 변하는 10년이 일곱 번이나 지났다’는 칠순(七旬) 그리고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도에 어그러지지 않는다’는 종심(從心)에 해당한다.
이제 돌이켜보면 일제의 질곡에서 벗어나 나라를 세우자마자 동족상잔의 참화를 겪었고 그 잿더미 속에서 떨치고 일어나 산업화·민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70년의 발자취는 파란만장한 역정의 대서사시였다. 해방 당시 1인당 소득 67달러로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 3만1,000배 증가, 1인당 국민총소득 420배 상승,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콧대 높은 선진국에 수출하고 정보기술을 선도하는 나라,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세계 8위 무역강국, 동·하계 올림픽 유치와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 한류 수출 문화강국,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겁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의 지난 70년은 경이와 축복의 역사라 할만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작금의 현실은 지난 70년의 기적에 자족하며 안주할 정도로 그리 녹록지 않다.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고 양극화의 병세는 깊어만 간다. 저출산·고령화로 ‘늙은 국가’가 되어가고 급증하는 복지수요로 해마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한다. 3포와 5포에 이어 ‘7포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에게 미래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주변국의 상황은 더 엄준하다. 70년 전 일본의 패전을 둘러싼 ‘오늘날의 전쟁’은 8월 15일 이후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 일본의 아베 총리는 “전후 세대는 사죄할 필요 없다”며 궤변과 오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강력한 동맹국이지만 우리보다는 일본에 가깝고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하여 ‘사드’에 이은 중국의 ‘제2차 대전 전승기념식’ 참석 여부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지구촌의 대표적인 실패 국가’로 전락한 북한은 걸핏하면 핵무기로 세계를 향해 삿대질을 해대더니 이제는 표준시간까지 변경하는 등 온갖 망나니짓을 다하고 있다.
이런 위중한 때일수록 국민 모두 뜻과 힘을 모아 하나가 돼야 하는데 좌와 우, 빈과 부, 동과 서, 노와 사의 날 선 대립과 갈등 양상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정치가 이런 혼란을 수습하고 국민적 역량을 결집시켜 위기를 극복하는 중심이 돼야 하는데 중심은커녕 여당은 친박 비박으로, 야당은 친노 비노로 갈라져 조선시대 사색당파를 방불케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정치 탓만은 아닐 게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구심력이 허약한 축에 속한다는 특성이 있다. 입헌군주국처럼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국왕이 없고 압도적 세를 가진 종교도 없는데다가 이념적 분화가 이토록 심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바른 정치가 필요하고 영명한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들은 되풀이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한말의 한반도처럼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낀 채 국민통합마저 쉽지 않은 이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광복과 분단 그리고 지난 70년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힘이 없었다. 나라를 빼앗긴 것도 그렇지만 순수한 우리의 힘만으로 광복을 쟁취하지 못한 것도,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외세에 의해 결정된 분단도 모두가 힘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근면성, 교육열, 위기극복의 DNA를 품은 강한 민족성과 끈기로 다시 일어서 2차 대전 종전 후 독립한 110여개국 중 가장 성공한 나라가 됐다. 따라서 광복과 분단으로 얽힌 이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 ‘완전한 광복’을 찾기 위해서는 다시 뛰면서 힘을 더 키워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을 따라잡고 강대국이 되면 어느 누구도 우리를 얕잡아 볼 수 없고 남북통일도 쉽게 이룰 수 있다.
다시 새로운 각오로 광복 70년의 성공 신화를 이어나가자. 그리하여 마침내 자유와 평화, 여유와 기쁨이 넘쳐나는 나라, 자랑스러운 세계 일류의 선진국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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