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공동주택관리법이 드디어 지난 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택의 건설·공급·관리·자금조달 등을 포괄해 규정하고 있던 주택법의 시대가 저물고, 공동주택 관리를 체계적·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공동주택관리법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로써 주택법은 주택건설·공급·투기억제 등으로 그 역할이 축소됨과 동시에 공동주택관리법·주거기본법·주거급여법·주택도시기금법 등으로의 분법이 완료됐다. 재석의원 183명 중 1명의 기권을 제외하고 182명 국회의원의 찬성으로 공동주택관리법이 의결된 것은 공동주택관리법의 필요성에 대한 전국민적 공감대의 정도를 나타내주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입주자대표회의의 부당간섭을 배제하는 규정이 보완됐고, 경비원 등 근로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한 조항도 신설됐다. 국토교통부에는 중앙 공동주택 관리 분쟁조정위원회를, 각 지자체에는 지방 공동주택 관리 분쟁조정위원회를 각 설치해 입대의 구성·운영 및 동별 대표자의 자격·선임·해임·임기, 관리비·사용료 및 장기수선충당금 등의 징수·사용, 층간소음, 혼합주택 단지에서의 분쟁 등에 관한 사항을 다루게 했고, 조정이 성립되면 중앙 공동주택 관리 분쟁조정위원회의 경우에는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지방 공동주택 관리 분쟁조정위원회의 경우에는 조정조서의 효력이 각 부여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민원상담 및 교육, 공사용역 자문, 관리상태 진단, 공동체 활성화 지원 등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공동주택 관리 지원기구도 설치된다.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민원과 분쟁이 폭증하고 있고, 관리비 관련 비리가 좀체 줄어들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공동주택관리법의 제정을 통해 신설·보완되는 여러 제도와 기구들이 공동주택의 투명하고 체계적인 관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8월 11일 공포돼 1년 후부터 시행되는 공동주택관리법의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법규의 정비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전문가 회의 및 공청회 등을 거칠 예정이라 한다. 모쪼록 시간에 쫓기지 말고 공동주택관리법의 취지를 올바로 살릴 수 있는 하위법규의 정비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필자의 의견을 몇 가지 제시해보고자 한다.
우선 관리주체의 입지와 권한을 강화할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입대의 부당간섭에 대한 시장 등에의 보고와 사실조사 의뢰 권한을 관리사무소장에게만 부여한 것은 아쉽다. 시장 등의 사실조사 및 행정처분은 위탁관리업체나 입주자 등의 문제제기에 의해서도 발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 등에의 보고나 사실조사 의뢰를 이유로 관리소장을 해임하거나 해임 요구한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하고 부당간섭이 사실로 드러난 경우에는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만 가능하도록 한 부분도 미흡하다. 관리주체에게 부과된 의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입대의의 부당간섭을 강력히 규제할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입대의에서 의결한 공동주택의 운영·관리·유지·보수·교체·개량에 관한 업무와 이를 집행하기 위한 관리비 등의 청구·수령·지출 및 관리 업무에 대해 관리소장에게 재판상 대리권을 준 부분도 시정돼야 한다. 이는 변호사 단체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수정없이 국회를 통과했다. 주택관리사 자격시험에서 소송대리를 수행할 만큼의 법률적 전문성을 검증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관리소장에게 소송대리권한을 부여한 것은 과도한 책임 전가다. 법무사의 소액사건 소송대리권도 부인하고 있는 현행 법 체계와도 맞지 않고, 일선 주택관리사 등의 심적·업무적 부담은 고려치 않은 과잉입법이다. 국토부 장관이 지정해 고시할 공동주택 관리 지원기구를 어디로 할 것인지 및 국토부에서 공동주택 관리 지원기구에 출연 내지 보조할 예산의 범위를 어느 정도 규모로 책정할 것인지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을 맞는 국토부의 의지와 결단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러 저러한 의구심과 걱정을 넘어 올해와 내년이 공동주택 관리의 혁명적 변화의 시발점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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