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이 채 영  여행객원기자
여행비밀노트(http://chaey.me)

 

쇠 깎는 소리, 묵직한 쇳덩이가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예쁜 예술의 꽃이 피어났다. 

서울 영등포 문래동의 이야기

 

서울여행이 좋은 건 익숙한 도시에서 마주치는 낯섦과 그로 인한 설렘 때문이 아닐까.
화려한 서울의 중심가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익숙한 주택가도 아닌 골목을 걸으면 잠시나마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든다.
문래동은 몇 년 전부터 예술가들의 마을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동네다. 철공소 밀집지역인 이곳에 자신들만의 공간을 꿈꾸는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피어나고 있는 것.
문래동이 더욱 특별한 것은 낡고 오래된 폐 공장을 개조한 예술가들의 놀이터가 아닌 여전히 쇠를 다루는 이들이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며 살아가는 노동의 현장이라는 것이다.

살아 있는 노동의 현장에 섬세한 예술가들의 감성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된 사진동호회 사람들과 블로거들이 찾아오면서 이곳은 ‘문래창작촌’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문래동을 구경하기 가장 좋은 요일은 철재상가가 문을 닫는 토요일 오후 3시 이후다.
문래동 창작촌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2호선 문래역으로 가야 한다.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와서 2분 정도 걸으면 문래동에 왔음을 실감나게 하는 철공소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갈림길을 지나쳐 조금 더 걸으면 ‘카페 수다’라는 카페가 나온다. 카페가 위치한 건물 사이의 좁은 길로 들어가면 철강촌 사이에 자리잡은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나타난다.
직접 만든 향초와 그릇을 빚는 사람들, 철강소에서 얻어온 철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실과 협업공간까지 좁고 투박한 골목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새로운 공간이 펼쳐지는 것이 놀랍기까지 하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얼마 전부터는 작업실 사이사이에 작은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매달 조금씩 다른 가정식 메뉴를 선보이는 카페말랑이나 1만원대의 가성비 좋은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선보이는 쉐프스마켓, 문래동을 대표하는 북 카페 치포리와 사진작업실 빛타래는 이곳을 빛나게 하는 보물이다.
문래동 여행의 테마는 크게 두 가지다. 벽화와 조형물이 그려진 골목을 산책하는 것과 공장지대 속에 숨어 있는 예술가들의 둥지를 구경하는 것.
문래동을 여행한다는 것은 낯선 곳을 탐험하는데서 오는 설렘과 처음 만난 풍경 자체를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포털사이트, 혹은 SNS에 올라온 사진만을 보고 문래동을 찾았다면 백이면 백 실망할 수 밖에 없다.
문래동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그 본 모습을 보여주는 콧대 높은 곳이다.
문래동은 ‘노동’과 ‘예술’이라는 두 직업군의 사람들이 불편한 동거(혹은 공존)를 해오며 지금의 형태에 이른 곳이다. 때문에 문래동의 ‘핫플레이스’는 철공소 곳곳에 숨어 있고, 낯선 골목을 오랜 시간을 두고 산책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찾아낼 수 있다.
또 그렇게 발견한 가게나 작업실, 벽화의 가치도 그곳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느끼는 사람들만이 알아볼 수 있다.

 

사진을 위한 오픈 스페이스 - 빛타래

철강단지 사이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사진 전시 공간. 유명 작가의 사진집과 여행서, 빛타래 작가들이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카페는 아니지만 빛타래에 입장한 사람들은 작가가 직접 내려주는 원두커피를 무료로 맛볼 수도 있다. 천천히 사진을 둘러보고 책을 읽으며 오래 머물다 가도 누구 하나 눈치 주는 이가 없다. 입장료는 무료지만 입구 옆 돼지 저금통을 통해 자발적인 기부금은 받고 있다.
 
-주소: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128가길 3  ☎070-8247-1782

 

 

 

시끄러운 철강단지 속 고요한 공간 - Caf、FLAT FIC

건물 입구에 붙은 작은 간판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절대로 찾지 못할 카페. 문래동 철공소 사이에 둥지를 튼 디자이너가 작업과 병행하며 운영하는 곳이다.
아이디어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기도 하며 전시공간을 대여하기도 한다. 깔끔한 분위기에 세련된 인테리어가 디자이너의 취향을 말해주는 듯하다.
 
쪹주소: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128가길 13-8  ☎02-2678-6780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 - 쉐프스마켓

드라이에이징 소고기와 수입식품을 유통·판매하는 와이월드가 차린 그로서란트(식료품 가게 겸 음식점).
철강 골목 입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급호텔에 납품하는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와 와인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쪹주소: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128길 21  ☎070-419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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