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리사무소장이다 48

 

 

유 벽 희  주택관리사
☞ 지난 호에 이어

먼저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개별면담을 하면서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우리가 회사를 한번 살려보자, 회사가 살아나면 결코 당신들의 노고를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한편으론 이렇게 어려운 때에 영업정지 등 행정제재가 가해지거나 강제집행 등이 이뤄지면 모든 것이 끝이므로 어떻게든 그것부터 막아야 했다.
관공서에 체납된 부분에 대해 시와 세무서에는 탕감의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몇 번이고 직접 찾아가서 탕감을 요청하는 한편 예상매출에 맞춰 실현 가능한 상환계획을 통보해 행정적인 부분에서의 협조와 압박을 줄여줄 것을 부탁했다.
40명 가까운 퇴직직원들을 한명, 한명 직접 찾아가서 설득하고 읍소해 진정을 넣었던 대다수로부터 취하서를 받아 노동부 건으로부터 한숨을 돌리고 한국전력과 수도과 등 공공요금뿐만 아니라 일반 거래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체납금 상환 연기와 도움을 요청했으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채무를 탕감받기도 하고 때때로 대물 결재 또는 단체숙박 등의 영업효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도 정말 고마운 분들이라 생각한다.
악몽 같았던 1997년 겨울부터 2년을 그렇게 보내고, 나라와 회사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며 새로운 천년을 얘기하던 해에 지배인으로 승진을 했다.
그 후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대표이사직을 역임하기도 했으나 회장님께서 돌아가시고, 두 차례 회사의 오너가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채권단에 회사가 넘어갔으며, 그렇게 치열하게 내 인생의 가장 많은 부분을 바쳐 일했던 곳을 눈물을 머금고 떠났다.
이후 치명적인 실패를 경험하고, 절망의 끝자락에서 기적같이 주택관리사를 만나 2010년 6월 관리소장으로 첫 발을 떼면서 내 인생의 마지막 직업이라는 생각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선택의 기로에서 안타깝고 후회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내 자신에게 크게 부끄러운 짓을 한 것이 그리 많지 않았음을 다행이라 여긴다.
글을 쓰면서 창피한 과거사를 굳이 남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중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하게 될 개연성도 있어 많이 망설이기도 했다.
나보다 훨씬 힘겨운 삶을 살아온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돌아보면 어려운 중에도 그 시간들은 지나갔으며 때로는 위기의 시간들이 전화위복의 결과로 귀결된 경우도 많았다.
드물게는 비상식적인 입주자대표회의나 진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만한 입주민들 또는 속 썩이는 직원들이나 여타의 업무 및 인간적인 갈등으로 힘들어 하는 관리소장들과 그런 관리소장들조차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예비소장들도 있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어려움은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부디 지금의 난관을 잘 이겨내고 뜻하는 바대로 이루기를 기원한다.
지난 1년 동안 졸필로 이어진 일천한 관리소장 경력과 속 좁은 생각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꼈을 분들에게는 너그러운 이해를 바라고 성원을 보내준 모든 독자제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끝>


지난 1년간 ‘나는 관리사무소장이다’를 기고해 주신 유벽희 소장님이 이번 48회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감합니다. 바쁜 단지관리 업무수행 중에도 주옥같은 글을 보내주신 유소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현장의 보람과 아픔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줄 새로운 필진을 모시고자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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