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교체공사 입찰비리…소장·회장 금품수수 정황 사실로

 

대구지법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아파트 관련 입찰비리. 이번에는 승강기 교체공사에 대한 입찰과정에서 국내 대형 승강기회사가 협력업체들을 들러리로 내세워 입찰담합을 하는가 하면 관리사무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승강기회사 직원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은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형사5단독(판사 김승곤)은 지난 16일 대구시 모 아파트 관리소장 A씨와 입대의 회장 B씨에 대해 업무상배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배임수재, 입찰방해죄를 적용해 각각 징역 1년에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징역 10월에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으며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관리소장 A씨와 회장 B씨가 승강기회사 계장 C씨로부터 각각 받은 1,000만원과 500만원은 각각 추징 조치했다.  
승강기회사 계장 C씨에 대해서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과 배임증재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같은 승강기회사 팀장 D씨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만 적용해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의하면 관리소장 A씨와 회장 B씨는 무인경비시스템 전환에 따른 경비비 절감액을 입주민에게 부과하는 관리비에서 제외시키거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함에도 입주민들의 동의나 입대의 결의 없이 임의로 ‘승강기 교체충당금’ 명목으로 계속 징수해 지난 2009년 7월경부터 2012년 12월경까지 6억원 이상을 적립했다. 
한편 2011년 7월경 입대의는 승강기 교체공사를 의결했는데 관리소장 A씨와 회장 B씨를 제외한 나머지 동대표들은 승강기 교체충당금이 절감된 경비비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법원이 관리소장 A씨와 회장 B씨에게 입찰방해죄를 적용한 것은 이들이 승강기 교체공사의 감리업체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감리업체를 미리 내정해 놓고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1년 7월경 감리업체 입찰에 참여한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과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투찰가가 동일했음에도 국토교통부 고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의거한 ‘추첨’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술원을 감리업체로 선정해 입찰을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승강기 교체공사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관리소장 A씨와 회장 B씨는 시공사로 내정한 승강기회사의 계장 C씨,  팀장 D씨와 공모해 협력업체들을 ‘들러리’로 참여시켜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C씨가 자사의 투찰가보다 높은 금액의 투찰가를 기재한 입찰서식을 만들었고 이를 협력업체들에게 전달한 정황을 파악한 것이다.      
또 관리소장 A씨와 회장 B씨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눈감아준 뒤 C씨가 소속된 회사를 낙찰자로 선정, 공사비로 약 6억1,600만원을 지급함으로써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자유로운 경쟁입찰을 통한 낙찰가 및 공사비와 입찰담합에 의한 낙찰가 및 공사비 차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주민들에게 가했다며 업무상배임죄도 추가됐다. 
특히 관리소장 A씨는 승강기회사 계장 C씨로부터 교체공사 완료시점을 전후해 아파트 승강기 기계실과 대구지방경찰청 인근 주차장에 세워진 C씨 승용차 안에서 총 1,000만원을 교부받았고, 회장 B씨도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관리소장과 회장은 입주자들의 이익을 위해 승강기 교체공사 및 감리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공정하게 진행해야 함에도 특정 업체들이 선정되도록 입찰을 진행, 입주자들에게 피해를 끼쳤을 뿐 아니라 업체 선정 대가로 금품까지 수수했다”며 “이는 공동주택의 관리자로서의 기본적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승강기회사 계장 C씨와 팀장 D씨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시공사로 선정되도록 협력업체 등을 동원해 공정한 경쟁입찰을 무력화시켰고 C씨는 그 과정에서 금품까지 지급했다”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관리소장 A씨와 회장 B씨는 검사 측과 함께 쌍방 항소를, 승강기회사 계장 C씨의 경우 검사 측만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다수의 관리종사자들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만 간혹 터지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공동주택 관리현장이 마치 비리의 온상인양 비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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