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이 성 영  여행객원기자
laddersy@hanmail.net

 

▲ 오색의 빨래가 걸려 있는 명사해변

 

섬은 짙은 안개를 뚫고 지나다 바라보면 말을 탄 장군이 옷깃을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 같기도 하고 선녀가 춤을 추는 것 같다 해 무의도라 불렀다. 무의도 샘꾸미 선착장에서 호룡곡산을 오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뒤돌아 보면 탁 트인 바다에 삿갓 하나 던져진 형상으로 햇살이 부서지다 모인 작은 섬. 그 섬에는 바람의 말들이 전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일상의 삶이 신성한 축제가 되는 곳

무의도 동쪽 끝자락 광명항에서 여울 같은 바다 건너, 마주보며 한 움큼 손에 넣을 것 같은 소무의도. 면적이 1.22㎢이고 해안선 길이가 고작 2.5㎞의 작은 섬이다.
소무의도는 300년 전 박용기 씨가 딸 3명을 데리고 들어와 섬을 개척한 후 유씨 청년을 데릴사위로 삼으면서 유씨 집성촌이 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그곳 명사의 해변에서 가족들과 함께 자주 휴양을 즐겼으리만큼 있을 것은 다 갖춘 비밀의 정원 같은 섬이다. 서쪽마을과 동쪽마을을 경계하듯 빽빽이 들어선 키 작은 소나무들은 거센 해풍을 흘리며 스스로 짧은 잎의 수간을 만들어 먼 바다와 수평을 이룬다. 붉은 기암이 이어진 풍경은 수석 같은 섬 하나를 떼어 바다에 내려놓았다. 주민들이 만선을 기원하던 부처깨미(꾸미)바위는 너럭을 만들며 바다로 들어가고 몽여해변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의 밀물에도 잠기지 않고 고운 모래를 드러내고 있다.
2011년 말에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잇는 인도교가 완공되면서 외부의 관심과 함께 사람들의 발길이 차츰 이어졌다. 

 

▲ 키 작은 소나무길

 

바다누리길 코스는 섬의 독특한 지형 이름들을 따서 작은 섬을 8구간으로 나눴다. 8구간이라 하지만 한 바퀴를 둘러보는 시간은 1시간 반 남짓이다. 그러나 짧은 구간은 독특한 풍경들이 전해주는 느낌들로 인해 한나절을 머물러도 길지 않는 시간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머물며 느낄 수 있는 여유의 시간이 그만큼 색다르다.
키 작은 소나무길과 해녀섬길에서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상쾌함이 채 가시기 전 바다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모래를 만나 밟으며 붉은 해벽들을 끼고 돌면, 푸른 물살에 갈매기가 떼를 지어 노는 모습들은 푸른 동해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몽여해변길의 동쪽마을 풍경들과 전망 데크에서 보는 바다는 깊어 푸르다.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 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는 복효근 시인의 ‘섬’이란 시구가 어울리는 곳이다.
사람마다의 옆구리에는 절벽이 있는 것일까.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의 매운 향기가 난다”고 하였었지.

 

 

몽여해변에는 오색의 깃발들이 펄럭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갖 옷들이다. 어린아이의 옷가지부터 반바지 긴 바지에 어느 여인이 입었을 고쟁이가 빨랫줄에 걸려 숨기고 싶은 빛바랜 팬티며 브래지어 등 속옷과 함께 오색으로 펄럭인다. 이 섬에서는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일상의 이야기처럼 평범한 것일까.
티벳으로 가는 고산 지대에서 오색 물결로 펄럭이는 타르쵸를 봤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경전이 새겨진 오색 천을 걸어두면 바람이 펄럭일 때마다 그 사람의 염원이 하늘까지 올라간다 했었지. 누군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마음에 새겨진 염원은 바람결에 말을 전한다.
섬은 조용해 속삭이는 바람에 귀 기울여 본다. 갖가지 사연들이 바닷바람에 펄럭이며 오색으로 널려 있는 빨래들은 일상의 삶이 얼마나 신성하고 축복인가를 생각나게 한다. 좁지만 아름다운 자연 공간에 순응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때 묻지 않은 염원은 척박한 자연에서 만들어진 소박한 일상으로 조용히 시작된다.
2015년 행정자치부는 소무의도 문화예술섬 개발을 위해 테마형 둘레길을 선정·지원하기로 했다. 이미 빨래라는 일상을 들여놓은 축제가 삶의 축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일까.
수도권과 가까운 영종도와 용유도는 차량으로 반나절 만에 훌쩍 다녀 올 수 있다. 소무의도는 용유도, 잠진도 선착장에서 30분마다 있는 배편으로 무의도의 하나개해수욕장과 호룡곡산이나 국사봉까지 섬 산행을 연계하고 물때를 잘 이용하면 실미도 열린 바닷길과 붉은 해벽들이 있는 바다도 흠뻑 만끽할 수 있다.

 

여행정보
대중교통편은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 3층 7번 승강장에서 2-1, 222번 버스를 타고 잠진도 선착장까지 가면 된다. 무의도에 도착하면 배 도착시간에 맞춰 마을버스가 출발한다. 휴일에는 서울역에서 용유 임시역까지 바다열차가 운행된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배편으로 무의도로 건너가 광명항에 주차하고 소무의도 인도교를 통해 도보로 갈 수 있다.

잠진도 선착장 ☎032-746-0077
무의도 마을버스 ☎010-6321-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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