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여행 떠나Go!


 
 
진 은 주  여행객원기자
홍냐홍의 비행(jineunjoo.blog.me)
 
 
‘지붕 없는 박물관’ 경주. 이렇게 한 도시를 잘 표현한 문장이 있을까. 경주는 도시 곳곳에 유적지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단순히 발굴되어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 속에 전시된 유물이 아니라 울타리 없이, 벽 없이도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거대한 유적지들이 경주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유적지를 대할 때, 그 사이에 존재하는 오랜 시간으로 인해 벽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경주에서는 ‘옛날’과 ‘지금’을 가로막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 때문인지 도시 전체에 자리 잡은 유적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경주여행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높은 건물이 많지 않은 경주의 도심 속을 활보하고 다니면서 시간여행을 해본다. 굳이 특정 장소에 가지 않아도 오랜 역사의 시간과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유적지 곳곳을 활보하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경주여행의 묘미는 밤에 있다. 조명에 반사된 아름다운 유적지의 자태는 그가 지나온 시간과 만나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경주에서도 야경이 멋있는 안압지에는 어둠이 깔리고 불이 켜지면서 사람들이 더욱 많이 몰려든다.
안압지로 가는 길 주변에는 연꽃단지가 있다. 서서히 어둠이 깔릴 무렵 찾은 연꽃단지에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연꽃들로 가득하다. 가운데 세워진 정자가 분위기를 더욱 서정적으로 만들어준다. 뒤편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기차 또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이곳에도 밤이 되면 작은 조명들이 켜지는데, 마치 연꽃 사이사이로 반딧불이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처럼 아름답다.
연꽃단지를 지나쳐 안압지로 들어서면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건축물이 드러난다. 안압지는 통일신라시대 별궁 안에 있던 것으로 신라 원지(苑池)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신라 문무왕 14년에 나라의 경사를 맞아 축하연을 거행했던 동궁(東宮)으로 지었으며, 궁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귀한 새와 기이한 짐승들을 길렀다고 전해진다. 조명으로 인해 수면위로 반사되어 또 하나의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환상적인 곳이다. 안압지는 서울 경복궁의 경회루처럼 연회나 귀빈접대 장소로 이용되었는데, 경회루와 비교하면 더 화려하고 복잡한 동선을 가지고 있다. 동서남북 약 190m 규모의 인공 연못인 이 못의 원래 이름은 월지(月池)였는데 조선시대에 폐허가 된 이곳에 기러기(雁)와 오리(鴨)가 날아들어 안압지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안압지에서의 황홀하고 화려한 야경을 감상한 뒤에는 근처에 있는 첨성대로 향했다. 첨성대는 선덕여왕 때 만들어진 천문 관측대인데, 각 돌의 숫자가 상징하는 1년 사계절의 의미와 더불어 원과 사각형을 적절히 배치한 안정감 있는 형태가 돋보인다. 2중 기단 위에 30cm 높이의 돌 27단을 쌓아올렸고, 꼭대기에는 우물 정(井)자 모양의 사각형 돌을 짜 올려 안정감을 주고 있다. 안압지와 마찬가지로 첨성대 역시 밤이 되면 붉은 조명을 받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다. 짙은 어둠 속에서 홀로 서 있는 모습이 외로워 보일 법도 하지만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듬직해 보인다. 안정감 있는 구조와 함께 오랜 시간 견뎌온 세월의 힘이 더해져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닐까.
도시 구석구석 가볼만한 곳이 넘쳐나는 경주. 낮에는 조용하고 탁 트인 유적지의 모습을, 밤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야경의 모습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행지이다. 야경을 보고 있으면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경주의 낮과 밤의 모습은 많이 다르지만 오랜 시간 속에서 지켜온 아름다움은 한결같은 곳이다.
 
 
안압지 찾아가는 길
경상북도 경주시 인왕동 (바로 옆에 연꽃단지가 붙어있으며, 첨성대와는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있다)

주변 먹거리
경주에서는 경주황남빵과 찰보리빵이 유명하다. 안압지와 첨성대 주변에도 찰보리빵을 파는 곳이 즐비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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