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 김옥선 소방경


 
 
백화점의 천장이 무너지고 멀쩡한 다리가 끊기는 끔찍한 참사로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과거의 비극은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소홀한 관리와 부실한 안전점검이 원인이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화재발생이라는 위험천만한 상황 또한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탓이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시민은 살기 위해 불길 속에서 뛰쳐나오지만 소방관은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화재현장에서 화마에 대항해 불철주야 뛰고 있는 소방관들은 ‘화재는 예방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근래에 발생한 몇 건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화재가 소방당국의 발 빠른 대처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인명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전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 김옥선 소방경을 만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화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성공적이었던 ‘화재와의 전쟁’ 성과
 
근래 화재통계를 묻는 질문에 김 소방경은 “화재피해저감 원년의 해로 정한 지난 2010년 이후 소방방재청은 전국의 소방역량을 집중해 화재에 총력으로 대응하고 화재피해저감 종합대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경주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소방경의 말처럼 지난 2010년 소방방재청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 대비 화재건수 13.3%, 인명피해 25.5%, 재산피해 9.4%를 각각 저감시키는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다. 이 같은 통계는 당시 소방방재청의 맞춤형 소방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으며, 2005년부터 2009년까지의 화재가 연평균 12%의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2010년을 기점으로 9.5%의 감소를 이뤄냈다는 통계가 뒷받침하고 있다.
김 소방경은 “지난해는 화재피해저감 정착의 해였고 화재로 인한 사망자를 30% 이상 저감시키는 성과를 거뒀다”며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감소했지만 그동안 나타난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해 더욱 내실 있는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화재예방 요령
 
아파트 등 공동주택 화재의 문제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실례로 음식물 탄화 등 부주의로 인한 화재 증가, 고층화로 인한 인명구조 및 화재진압의 어려움, 다가구 거주로 인한 화재위험요인 상존 및 다수의 인명피해 우려, 계단 및 승강기를 통한 연기의 급속한 확산, 소방차량 진입 및 주차공간의 절대부족, 화재경보기가 울려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 있다.
이에 김 소방경은 “점검·교육·훈련의 내실화를 통한 자체 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방시설은 항상 작동되도록 유지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아울러 화재예방 홍보물 게시 및 방송으로 방화환경을 조성하고, 화재예방 순찰 및 CCTV를 통한 감시활동으로 방화를 예방해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소방차 진입에 따른 장애요인의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신속한 화재진압 위한 공간 확보 必
 
김 소방경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화재 발생 시 소방차의 진입이 곤란하다거나 막상 진입에 성공해도 아파트 내 조경시설이나 주차된 차량 등으로 고가사다리차를 전개하거나 공기안전매트를 설치하기 어려워 이들 장비가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원활한 화재진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소방차와 고가사다리차 등의 진입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어야 하고, 고가사다리차 전개와 공기안전매트의 설치가 용이할 수 있을만한 공간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입주민이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에 불법 주정차하는 행위를 확실히 근절시켜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한다.
김 소방경은 이처럼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차 등이 아파트 단지에 진입하는데 따르는 장애와 화재진압에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공간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신속한 대처에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토로한다. 이 같은 문제점들은 안타까운 인명사고로 이어지거나 막대한 재산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꼬집으며 화재경보기에 관해 거론한다.
 
 
더는 양치기소년이 아닌 화재경보기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설치된 화재경보기는 입주민들로부터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고 있지만 만약 실제 화재를 알리는 경보음이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일침을 가하는 김 소방경은 근래에는 화재경보기의 내구성이 높아지고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오작동을 일으켜 입주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드물다고 이야기한다.
김 소방경은 아울러 “화재를 알리는 경보를 오작동이라고 생각해 대피하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는 입주민들의 행태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며 “화재경보음이 오작동으로 울린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던 과거의 몇몇 대형 참사와 같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 안전 불감증의 대표적 예임을 주지해야 한다”고 밝힌다.
김 소방경의 말처럼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이 빈번하다는 이유로 전원을 차단하는 등의 행위는 입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고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으나 전원이 차단된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아 피해를 더욱 키운 실례도 많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무분별한 발코니 확장으로 대피공간 부족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민의 대다수는 당장의 편리성만을 생각한 나머지 화재 발생 시 대피하거나 탈출할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없애고 있다.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면 경량구조로 이뤄진 발코니 가구 간 경계벽을 허물어 비상탈출구로 이용하거나 발코니 자체를 대피공간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이 실제로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 탓에 화재와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입주민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법은 소방관이 재빠르게 화재를 진압하고 구조해주길 기다리는 것뿐이다.
이와 관련 김 소방경은 “최근 행해지고 있는 무분별한 발코니 확장은 문제가 많다”며 “화재 발생 시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한 대피방법은 발코니에서 버티며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지만 이런 장소마저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그러면서 “발코니 확장 시 준수해야 할 안전기준도 시공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준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아파트의 값어치가 상승한다거나, 좀 더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혹은 미관상 보기 좋게 한다는 이유로 확장하는 발코니는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민들의 마지막 안전망이자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한다.
 
 
화재 시 유용한 하향식 경보형 비상사다리
 
김 소방경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건설되고 그에 대한 수요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따른 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 소방 활동 공간 확보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더욱 시급한 것은 대피공간이나 비상탈출구 등의 피난시설 구비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라고 지적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되는 발코니 안전시설을 엄격하게 관리해 유사시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동주택에 ‘하향식 경보형 비상사다리’를 설치해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소방경은 “우리나라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계단실이 좁고 화재 시 발생하는 매연을 완벽하게 막을 수도 없을뿐더러 소방관의 화재 진압이 가장 어려운 곳”이라며 “이러한 우리나라 공동주택의 현실상 화재발생 시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하향식 경보형 비상사다리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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