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손 세 관 소장

 
 

지난 5월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2011 AURI 건축도시포럼-주택정책,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다’를 개최하고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는 그동안의 주택정책은 주택공급, 주택시장 활성화와 안정, 주거복지를 중심으로 진행돼 오면서 주거문화적인 측면은 도외시되고, 오히려 주거환경의 질적 수준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포럼을 주관한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손세관 소장을 만나 우리 주거문화의 문제점과 주택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5월에 열린 ‘2011 AURI 건축도시포럼-주택정책,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다’의 포럼을 통해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행정가와 건축가, 주민 각각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한 소장님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면?

일부 제도를 바꾸거나 하는 방식으로는 주거문화의 혁신적인 개선이 빨리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이제는 하나의 운동이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신주거문화 정착을 위한 새로운 주거문화 운동으로 ‘뉴하우징 운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주거수요 증대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 증가에 따라 주택정책 패러다임의 새로운 전환기에 서 있으며, 여기에 대응키 위해서는 행정가를 포함해 건축가, 주민 등 주거와 관련한 모든 주체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택정책을 직접 수립하고 시행하는 행정가의 의식전환이 일차적으로 필요하겠지만 건축가 또한 획일적인 아파트를 계획해 내는 관행에서 탈피해 창의적이면서 주변을 고려한 주거지 계획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건축가의 창의적인 생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며 도시와의 맥락 고려, 거주자와 커뮤니티에 대한 배려 등 주거 계획가로서 건축가의 역량 또한 향상될 필요가 있습니다.
주민의 주거의식 전환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한데, 어린이들에 대한 주거문화 및 마을 만들기 교육 확충, 일반인에 대한 캠페인 확대 등을 통해 좋은 주택과 주거지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케 하고 주택과 주거지의 조성 및 정비 등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아파트를 단적으로 폐쇄된 공간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아파트 등 공동주택 중심 주거문화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매년 새로 지어지는 주택의 80~90%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고 전체 주택의 50% 이상을 아파트가 차지할 정도로 아파트는 우리 주거의 가장 일반적인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는 주거문화라는 관점에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획일성입니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공급방식에 따라 하나의 동에 동일한 평면의 주호가 배치되고, 단지 전체의 주동 또한 높이나 조합만 약간 다를 뿐 대동소이한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결국 거주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획일적인 경관을 만들어 도시 전체의 경관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단지성입니다. 이는 폐쇄성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으나 아파트가 조성되면서 도시기반시설을 사유화하고 외부에는 폐쇄적이고, 단지 내 입주민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일반화돼 버렸습니다.
세 번째는 상품화입니다. 기업은 아파트를 브랜드화하고 상품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데 이는 결국 아파트의 과소비 경향까지 유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또한 아파트를 구매할 때 주로 내부 이외에는 관심이 없고 모델하우스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실내만을 보고 주택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장소성의 부재입니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주변지역의 특성이나 도시조직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어디에나 똑같은 모습으로 건설되고 있어 주변지역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아파트가 지역 경관을 해치거나 도시와 장소의 연속성을 파괴하는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키 위해서는 우선 단지화 일색으로 공급되는 아파트의 규모를 좀 더 세분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대규모 단지를 규제하는 대책보다는 대규모 아파트와 경쟁할 수 있는 소단위의 다양한 주거유형 공급을 확대해야 합니다. 또한 그동안 공공이 민간에게 전가했던 도시기반시설의 조성에 공공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아파트 단지에 공공성을 부여해 단지가 주변에 닫힌 폐쇄적인 공간이 아닌 개방적인 공간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소단위 정비방식이나 가로형 주택 활성화 및 지역성과 역사성을 반영한 계획이 수립되도록 아파트의 계획체계나 심의방식 등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설립한 국가한옥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한옥은 공동주택 디자인에도 적용되는 등 새로운 주거환경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요. 국가한옥센터가 맡게 될 업무와 그 역할은 무엇인지?

최근 웰빙주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자연친화적인 한옥이 대안적 주거유형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 전통문화유산의 창조적 계승이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저희 연구소에서는 지난해 5월 ‘국격 향상을 위한 신(新) 한옥플랜’이란 주제로 국가한옥센터 설립 필요성을 정부에 보고하고 그에 따른 설립을 추진해 지난 5월 연구소 내에 한옥센터를 개소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국가한옥센터에서는 한옥의 가치 발굴과 기준을 제시하고 기존 한옥의 보전 및 활용정책, 신한옥의 육성정책 개발과 한옥관련 산업의 실태를 조사·분석해 한옥기술의 고도화를 지원하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게 됩니다. 동시에 이를 활용하는 정부 및 지자체의 시범사업을 지원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한옥정보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한옥관련 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앞으로 한옥문화 진흥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수립과 사업계획을 지원, 한옥 산업의 활성화를 선도해 한옥정보의 대국민 서비스를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현 아파트 중심의 주택정책의 문제점과 앞으로 주택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여전히 우리의 주택정책은 무주택 가족에게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저렴한 주택을 빨리 공급키 위해 소품종대량화의 아파트 일변도 공급정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양적 충족에 몰두하다 보니 재고주택의 주거수준 향상 등 주택스톡 관리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관심이 취약했고 분양주택 위주로 주택을 공급하면서 양질의 저렴하고 다양한 임대주택 공급정책 또한 상대적으로 미흡합니다.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중앙집권적 총량공급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역의 필요성이나 장소의 특성을 고려할 겨를도 없이 취득이 용이한 곳에 표준화된 아파트를 건설하기에 급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공공이 주택공급 주체로 적극 참여하면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 또한 모호해졌습니다. 이제 그동안의 경제성과 효율성 위주의 공급중심 주택정책에서 탈피해야 할 때입니다.
우선 분양주택 중심의 신규주택 공급확대보다는 재고주택의 주거수준 향상과 양질의 저렴하고 다양한 임대주택의 공급확대로 정부의 정책비중이 전환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주택유형과 주택공급방식을 보다 다양화하기 위해 경직되고 획일화된 주택관련 기준들을 보다 유연화해야 합니다.
공공은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민간은 시장에 따라 다양한 주택유형을 개발·공급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필요성이나 장소의 특성과 상관없이 중앙에서 일방적인 물량위주로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지역의 주택수요와 장소적 상황, 지역 도시계획 등을 감안한 지역 중심의 주택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 대한 소개와 국내 도시 및 건축분야의 발전을 위해 올해 추진 중인 계획이 있다면?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건축·도시공간분야의 국책 연구기관으로 국가 및 지자체의 건축·도시 관련 정책수립을 위한 지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다양한 공간정책을 수립해 보다 좋은 건축·도시 공간창출과 건축도시문화의 정체성 발견 및 계승을 도모합니다. 특히 다양한 연구보고서 출간과 함께 정기적인 포럼을 개최해 체감 가능한 실질적인 건축문화 향상을 선도하고 국민들에게 건축·도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주거문화 진단 및 주택정책 방향설정 연구 ▲건축의 다양성을 위한 건축법 형태규제 개선방안 연구 등의 연구보고서 출간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와 함께 건축·도시·조경 등 분야 간 자유로운 소통을 도모하고 주거문화의 문제점과 주택정책의 새로운 대안 모색을 위해 ‘주택시장의 양극화, 대안은 없는가’, ‘수직 도시로 인한 주거환경의 황폐화’, ‘주택정책,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다’ 등을 주제로 건축도시포럼과 ‘건축법,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등을 주제로 정책포럼을 진행하려 합니다.
또한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 관리제도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이 명확한 것은 사실이기에 추후 여러 가지 여건이 마련된다면 연구소 차원에서 공동주택 관리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부분까지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국가와 국민 등 수요자 요구에 연구 성과물 창출을 유도하고, 연구 잠재능력 및 역량 강화와 ‘건축·도시 분야의 세계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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