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청 평생교육국 교육정책과 류 희 경 도서관정책담당


 
오늘날 대표적인 주거형태로 자리 잡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입주민에게 통합전자경비시스템, 초고속통신망, 자연환기시스템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차고 넘치는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환경과 에너지에 관련된 이슈들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까닭에 근래 건설사들이 내보내는 광고에는 친환경적인 요소와 에너지 감축의 요소가 빠지지 않고 등장해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으며 아파트의 트렌드가 변모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해준다. 날이 갈수록 입주민에게 편리함과 쾌적함을 제공하는 아파트로 진화하고 있음은 틀림없지만 건설사들을 비롯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민이 간과한 것이 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는 도서관법 기준에 적합한 문고, 즉 33㎡ 이상의 공간에 6개 이상의 좌석과 1,000권 이상의 도서를 갖춘 작은 도서관이 설치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작은 도서관이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태반인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작은 도서관 설치가 건설사들의 의무사항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입주민이 열에 아홉이다. 만에 하나 작은 도서관이 설치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일지라도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이용하는 입주민이 전무한 이른바 ‘무늬만 도서관’인 상태로 방치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코자 최근 경기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SK그룹과 함께 아파트 도서관 운영 활성화 등 도서관 분야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재)행복한도서관재단을 설립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도청 평생교육국 교육정책과 류희경 도서관정책담당을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구실 못하고 있는 무늬만 도서관
활력 불어넣어 살려나갈 기반 마련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건설할 경우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기에 도면상에는 도서관이라 일컫는 공간을 넣어서 건설하지만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며, 새로운 도서가 보급되지 않은 채 처음 그대로의 도서가 그대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죽은 도서관이나 다름없다”
류 도서관정책담당이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작은 도서관 실태에 관해 이야기하며 내뱉은 말이다.
이어 류 도서관정책담당은 2,425개의 작은 도서관 가운데 실질적으로 등록돼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이 174개 단지에 불과한 실정에 방치된 작은 도서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최근 설립된 (재)행복한도서관재단을 거론한다.
(재)행복한도서관재단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지 내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 문화체육관광부, SK그룹 등 정부와 지자체, 민간 기업이 힘을 모아 설립한 사회적 기업 형태의 비영리 민간재단이다. 이는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한 재단을 최초로 설립한 것으로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작은 도서관은 인프라 구축에만 급급했던 탓에 전문적인 운영 인력 및 지원책 부재 등의 문제점이 꾸준히 대두돼 왔다”며 “지어 놓고 나 몰라라 했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작은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 기업이 팔을 걷었다”는 류 도서관정책담당은 운영의 사각지대에 놓인 작은 도서관 운영을 활성화하기로 하고 적극적인 협력 방안과 지원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한 경기도와 문화체육관광부, SK그룹의 이번 도서관 분야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가치 있는 움직임으로 평가한다.
 
 

작은 도서관 활성화 및 건립 위해
중앙정부·지자체·기업이 손잡다

 
(재)행복한도서관재단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작은 도서관을 건립하는 과정에 투입될 비용을 사회적 기업의 손에 쥐어줘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경기도, 문화체육관광부, SK그룹 등 3자 협력 모드로 운영된다.
이 같은 협력은 SK그룹에서 재단을 구성할 전문가 섭외 및 재단 설립 초기에 투입되는 비용 15억원을 지원하고 경기도에서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작은 도서관 활성화 사업비를 지원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순회 사서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류 도서관정책담당은 귀띔한다.
특히 SK그룹은 건설사가 작은 도서관을 아파트 건축허가를 위한 방편으로 인식한 나머지 행여 열악한 환경으로 건립하지는 않을까를 우려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작은 도서관 조성 시 투입되는 예산은 해당 아파트를 건립하는 시공사가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 건설사에서 작은 도서관 건립을 위해 투입하는 비용을 재단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내실 있는 작은 도서관 건립에 역점을 둔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경기도는 기존에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작은 도서관 조성 및 운영에 관련된 금원을 지자체에 지원해주고 있었던 방식에서 탈피해 (재)행복한도서관재단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 류 도서관정책담당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지금까지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문헌정보학 전공자들을 순회 사서로 파견하면서 파생된 문제점들, 가령 열악한 근무환경, 계약기간 만료 후 갈 곳을 잃고 회의에 빠지는 부작용 등을 극복코자 (재)행복한도서관재단이라는 사회적 기업에 순회 사서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되 이에 따르는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해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류 도서관정책담당의 전망이다.
 
 

일회성에 그치고 마는 사업 아닌
지속적인 운영 가능한 계획 마련

 
일회성 사업이 아니기에 향후 계획 및 특이할만한 사항을 묻는 질문에 류 도서관정책담당은 “올해에는 경기도 내 군포, 용인, 의정부를 시범지역으로 정하고 총 37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작은 도서관에 대한 운영지원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정보취약지역 및 계층에 대한 지원과 국민 독서진흥을 위한 사업의 하나로 도서기증 사업과 독서진흥 프로그램 개발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국내외 작은 도서관 조성 및 운영, 도서관 컨설팅 및 운영지원 사업, 도서관 또는 독서진흥 관련기금 및 모금사업 등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인다.
이 같은 계획은 한꺼번에 많이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듯 점진적인 진행에 역점을 둔다는 취지의 조심스럽고 체계적인 움직임이며, 이번 업무협약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 업무협력을 넘어 기업이 비생산 부문인 도서관 분야에 대한 사회 공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작은 도서관,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입주민 커뮤니티의 윤활유 역할 수행

 
류 도서관정책담당은 “도서관은 모름지기 책이 생명”이라고 운을 뗀 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작은 도서관에 신간도서가 지속적으로 보급되지 않는다면 입주민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또한 해당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정서에 부합되는 도서가 비치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단지 내 입주민의 특성을 파악해 아동, 주부, 노인 등의 분포를 분석해 각 계층에 유익하게 다가갈 수 있는 도서가 있어야만 작은 도서관이 활성화될 수 있는 체계가 잡힌다는 주장이다.
물론 (재)행복한도서관재단의 다각적인 노력으로 작은 도서관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 마련에는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류 도서관정책담당은 또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작은 도서관이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입주민의 커뮤니티 활동이나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것”이라며 “자신의 생활권 안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에 편안한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차림으로 찾아가 이웃과 정겨운 말 한마디 나눌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라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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