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조사과 김 은 미 과장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아파트 경비원의 연령차별로 인한 진정 결정을 내놨다. 이 결정은 경비용역업체가 경비원의 모집·채용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71세 이상의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아파트 관리현장에서 경비원 등 근로자의 경우 연령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이 차별이 차별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현장에서의 관행이라 여겨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
 연령과 관련한 차별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고 법 시행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인권위는 진정신청 접수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 그동안 연령과 관련한 드러나지 못한 차별이 법 시행과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인지 진정 접수건수는 법 시행 전 연평균 진정의 3배 이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차별조사과 김은미 과장은 “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고령 연령차별에 대한 인식은 과도기적 상황”이라며 “법이 있다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그 법의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령차별 관행 해소 위해 법 마련
 고용 모든 단계에서 연령차별 금지

 
 지난 2008년 3월 고령자에 대한 고용정책이 고용촉진정책에만 치중해 있던 상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고용에서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연령차별금지정책을 병행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고령자고용촉진법’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연령차별금지법)’로 법률 제명을 변경하고 고용의 모든 단계에서 연령차별을 금지토록 했다. 또한 차별행위에 대한 구제절차를 마련해 차별행위로 피해를 입은 자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만일 근로자가 차별에 대한 진정, 소송, 신고 등을 한 것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시정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자에게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벌칙 및 과태료도 규정했다. 연령차별금지법 개정으로 아파트 경비원 등 고령 근로자들이 연령차별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김 과장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아파트 관리 현장에서 연령차별로 인한 진정 사건은 몇 건 있었는데 연령차별금지법이 마련돼 있어 조사 중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는 “연령차별금지법에 대해 설명하면 경비용역업체 및 위탁관리업체 등에서 인권위 권고 전에 자체 시정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경비원, 고령자 근무 가능한 기회 중 하나
 연령차별 엄격하게 접근토록 의견 모아

 
 그러나 최근 아파트 경비원 채용 시 연령차별 결정례의 경우(관련기사 685호 2010년 4월 14일자)는 자체시정이 안 돼서 권고에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지난 3월 말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에서는 서울시 강북구 소재 S아파트의 경비원 채용 시 S경비용역업체가 71세 이상 경비원을 불합격시켜 나이를 이유로 채용과 관련해 불합리하게 차별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향후 경비원 충원 시 진정인들에게 채용의 기회를 제공하고 앞으로 직원 채용 시 연령에 의해 차별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김 과장은 “이 결정이 나오고 나서 해당 업체 또한 바로 차별시정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했다”며 “이미 인원을 다 충원한 상태여서 이번에 고용승계가 안된 진정인들은 지금 당장 채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결원이 생기면 충원하기로 했다”고 결정례가 나온 후의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아파트 경비원의 연령의 경우 시장에 맡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논쟁이 있었다”며 “사실 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사회가 되고 예전과 다르게 생활수준도 나아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집에서 쉬어야 하는 고령자 보다는 활동할 수 있는 고령자가 많아,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고령자가 일할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로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연령차별에 있어서는 엄격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결정례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는 주로 정년을 마치고 퇴직한 고령자들이 새로 갖는 직업인 경우가 많고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쉽게 만나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연령 또한 고령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가 고령자도 수행할 수 있는 업무라는 반증이라 할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는 아파트 내 도난, 재난, 침입 따위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살피고 지키는 업무로서 일정 정도의 체력과 건강이 요구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강도 높은 신체적 능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대체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가 적은 사람에 비해 건강이나 신체적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나 그렇더라도 71세를 기준으로 해 71세 이상인 자는 일률적으로 이러한 신체적 능력과 건강을 갖추지 못했으니 경비업무에 적합하지 않고 71세 미만인 자는 적합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덧붙여 김 과장은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업장에서 정년으로 정한 연령과 다른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령 제한, 입대의 등 요구 많아
 고령자에 대한 사고 전환 절실

 
 또한 아파트 경비원 등의 채용 시 연령의 기준은 업체에서 직접 정하기도 하지만 해당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입주민 등의 요구에 의해 정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입대의, 입주민 등은 고령 경비원의 경우 고령을 앞세워 경비업무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잠깐의 실수를 모든 고령 근로자들이 그럴 것이라고 일반화해 관리비를 내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인식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고령자에 대한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확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장유유서, 선후배, 고령자, 연소자 등 연령과 관련해 구분이 뚜렷한 나라도 드물다. 나이든 사람은 당연히 대접을 받아야 하고 연금 등을 받으며 편하게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다. 이것이 고령자에 대한 연령차별을 해소, 금지하자는 취지에서 보면 바꿔야 할 인식 중 하나라고 그는 진단했다.
 “사실 존중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인생의 연륜이나 많은 사회적 경험, 이것들을 활용할 수 있고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분명하다”며 “그렇다고 해서 같이 일하는 현장에서 그들을 존중해 업무를 분담하지 않거나 무조건 쉴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다”고 봤다.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혼란기’
 고령자 스스로 일할 준비와 자세 필요

 
 대부분 서구 선진국들은 20세기 초를 전후해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영국·독일·프랑스 등은 1970년대에 고령사회가 됐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1994년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우리나라는 2000년에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7%로 이미 고령화 사회로, 2020년경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14.4%에 달해 고령사회로, 2026년경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고령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 우리도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시기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는 과도기적 상황”이라며 “유럽, 일본 등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앞세워 대접 받으려 하고 연금수혜만 누리면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고령자들 스스로 일할 준비와 자세가 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일할 준비가 돼 있는 고령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고령자도 있어 사회적 인식이 혼돈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고령자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차별받았다면 인권위에 진정
 6하 원칙 정도만 알면 OK

 
 그리고 연령 등으로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인권위에 진정을 넣어 대처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과장은 “다른 권리구제 기관이 있음에도 인권위를 만든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 저렴하고 신속하게 권리구제를 받도록 하자는 취지가 있다”며 “변호사, 노무사 등에 의뢰하지 않아도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진정인이 자기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증거나 자료를 제공해 주면 좋지만 대부분 억울한 심정만 있고 법 규정이 있다는 것만 알지 어떻게 입증을 해야 하는지는 모른 채로 인권위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렇더라도 진정 접수하는 것을 꺼려할 필요가 없고 꼭 자료를 갖추지 않았더라도 6하 원칙 정도만 알면 된다”고 당부했다. 진정이 접수되면 사실여부 확인을 위해 내부규칙, 채용심사 과정, 서류 등 자료의 제출을 피신청인 즉, 업체 측에 요구한다. 피진정인들이 자료를 제출해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가 끝나면 그 결과를 차별시정위원회에 보고해 인권위원들이 조사결과를 보고 차별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해당되면 어떤 권고를 할 것인가 등에 대해 심의한다.
 
 
 
 업체 측 회피보다 적극적 소명해야
 자료제출 거부·기피 시 과태료

 
 특히 이때 피신청인, 업체 측에서는 자료 제출을 회피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만일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면 과태료 대상이 된다. 그는 “자료제출을 안한다고 해서 입증이 안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정인들이 주장하는 진정내용에 대해서 피진정인들도 업체의 입장을 소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진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피진정인들은 사람을 대하는 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위원회에서 차별 등을 판단할 때 구분, 차이를 뒀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차별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현저하게 불합리한 차별일 경우 권고하는 것이므로 업체 입장에서도 사건을 통해 이후로는 차별 등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김 과장은 “인권위가 2001년 11월 출범 후 차별 사건이 몇 건 안됐는데 이는 사람들이 차별을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며 “꼭 연령뿐만이 아니라 장애, 학력, 성별, 임신·출산, 용모 등으로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구제절차가 있으니 적극적으로 진정을 제기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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