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정원 꾸미기 (15)
그늘진 곳으로 옮겨 꽃잎 운동성 최대한 줄여주면 좋아
물주기 타이밍도 중요…구근은 신문지로 잘 싸서 보관

따뜻한 봄 햇살이 가득한 4월은 피어나는 계절이죠. 지난가을에 튤립 구근을 심었나요? 그렇다면 겨우내 추운 발코니에서 얼은 듯이 시간을 보낸 화분에서 튤립 꽃대와 봉오리가 올라오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을 겁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키워 올린 소중한 튤립들. 어떻게 해야 튤립을 보다 오랫동안 감상하며 잘 즐길 수 있을까요?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튤립/흔흔라이프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튤립/흔흔라이프

◇아파트에서 튤립을 오래 즐길 수 있는 방법

▷저온처리, 적절한 햇빛= 지난해 가을에 심은 튤립은 올봄에 피어납니다. 겨우내 저온처리가 충분했고 적절한 시기의 햇빛요구도 잘 채워졌다면 잎과 잎 사이에서 꽃대와 꽃봉오리가 길게 올라와 정상적으로 예쁘게 피어납니다. 하지만 저온처리 과정이 부족했거나 영양이 부족한 구근은 잎과 잎 사이에서 꽃봉오리가 아닌 이미 피어난 꽃잎부터 내밀어 짧은 키로 성장을 끝냅니다. 

건강한 튤립은 꽃대와 봉오리를 길게 올린 뒤 꽃을 피운다./흔흔라이프
건강한 튤립은 꽃대와 봉오리를 길게 올린 뒤 꽃을 피운다./흔흔라이프

지난겨울이 다소 따뜻했던 터라 발코니에 기형적으로 짧은 키의 튤립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외에도 지역 간의 기온 차에 따라 이런 기형적인 모습도 보이는데요. 주로 겨울이 따뜻한 남부지방 발코니에서의 튤립은 다소 건강하지 못한 모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형이라고 해도 튤립은 튤립답게 예쁩니다. 오랜 기간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식물 집사의 마음에 서둘러나온 서툰 녀석이라 여기며 짧지만 예쁜 꽃 잘 즐겨주면 되겠습니다.

▷그늘진 곳에서 꽃잎 운동성 관리= 짧지 않고 긴 꽃대로 예쁘고 건강하게 피어난 튤립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2주일 정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튤립을 자세히 살펴보면 해가 뜨고 따뜻하면 꽃이 벌어지고 해가 지면 꽃잎을 오므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데요. 튤립의 꽃은 이렇게 빛과 온도에 따라 만개했다 오므렸다 반복하지요. 

이렇게 꽃잎이 자주 벌어질수록 튤립의 수명은 단축됩니다. 따라서 예쁜 튤립을 오랫동안 보고 싶다면 최대한 꽃잎의 운동성을 줄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시원한 발코니 장소에서 햇빛을 피해 그늘진 곳에 두는 것이 그나마 오랫동안 튤립을 즐기는 방법이 됩니다. 예쁜 꽃을 보면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오며 가며 눈에 담고 싶겠지만 높은 기온에도 꽃잎이 금방 벌어져 튤립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집니다. 그러니 집안에서는 잠깐씩 데리고 들어와 즐기시고 평상시에는 서늘한 장소에서 계속 키워주세요.

기형적으로 짧게 올라오는 튤립/흔흔라이프
기형적으로 짧게 올라오는 튤립/흔흔라이프

▷물주기 타이밍 확인= 튤립을 오랫동안 보고 싶다면 물주기 또한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4월은 기온이 따뜻해지고 공기가 건조해지기 때문에 흙이 말라가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꽃을 피워내는 식물의 물 요구량도 많아집니다. 손가락으로 겉흙을 만져보고 1㎝ 정도가 고슬고슬 말라간다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물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꽃을 피워내는 시기에 물이 부족하면 그 건조증상은 꽃잎이 말라 떨어지는 것으로 시작되기 때문이죠. 그러니 개화기의 튤립화분은 흙의 물 마름 상태를 자주 체크하며 물주기 타이밍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절화 튤립 즐기려면 개화 전 물꽂이= 보다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튤립을 절화로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봄날의 중요한 손님이 있다면 직접 키워 올린 튤립을 잘라 화병에 장식해 화사하게 맞이할 수 있겠죠. 절화된 튤립으로 오래 즐기고 싶다면 만개한 튤립보다는 개화하기 전 꽃잎의 색깔이 꽃봉오리에 살짝 물들어 올라왔을 때 잘라서 물꽂이하는 것이 좋습니다. 

봉오리 채 물꽂이를 한 튤립은 색이 점점 진해지며 절화된 상태에서 개화되기 때문에 절화로도 오래 즐길 수 있는데요. 보통의 절화된 꽃들은 사선으로 자르죠. 하지만 튤립은 다른 꽃보다 줄기가 약해서 사선으로 잘라내면 빠른 속도로 줄기가 물러집니다. 그러니 튤립 줄기를 전지가위로 자를 때 사선이 아닌 일자로 자르고 화병의 물은 1~2일에 한 번씩 시원한 물로 자주 갈아줍니다. 그때마다 물러진 가장 아래 줄기를 조금씩 잘라주며 관리해 주면 좋습니다.

햇빛이 많고 기온이 높을수록 꽃잎은 벌어진다./흔흔라이프
햇빛이 많고 기온이 높을수록 꽃잎은 벌어진다./흔흔라이프

물을 갈아 줄 때는 절화보존제를 물에 희석하면 아무래도 꽃을 오래 보는 것에 도움이 되겠지요. 줄기를 자른 후 튤립의 잎을 제거할 때는 세로가 아닌 옆으로 돌려가며 가로로 잎을 제거해주면 되는데요. 잎을 전부 제거하기보다 잎을 한두 장 정도 남겨두는 것이 튤립 꽃체의 수분유지에도 도움이 되고 보기에도 예쁩니다. 물에 닿은 잎은 물을 금방 썩게 만들고, 물에 닿는 줄기 면적이 넓을수록 그 줄기가 쉽게 무르게 되니 물을 너무 많이 담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내년을 위한 튤립 구근 관리

1~2주간 화려하게 피우던 튤립은 꽃잎이 서서히 벌어지면서 시들게 되는데요. 꽃이 시들면 꽃대 아래쪽을 잘라주고 초록초록한 잎을 좀 더 즐겨주세요. 그 잎마저 시들면 흙을 파내 구근을 꺼내 볼 수 있는데요. 구근을 신문지로 잘 싸서 그늘지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말리며 보관하다 다음 가을에 다시 심어볼 수 있습니다. 

화분에서 파낸 구근으로 다음 해에 또다시 꽃을 보고 만나고 싶다면 봄에 꽃대를 올리기 시작할 때부터 영양관리를 충분히 해줘야 합니다. 영양이 부족하고 보관이 잘 되지 못한다면 다음 해에 다시 꽃을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까다로운 구근관리를 하기보다는 매년 가을마다 전문가들의 영양관리를 잘 받아 쾌적한 상태로 보관이 잘 된 건강한 구근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짜리몽땅한 튤립으로 일찍 꽃이 져버려 아쉬움이 남거나 지난가을에 미처 심지는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튤립 화분으로 봄을 즐기고 싶은 분도 있겠죠. 그러면 화원이나 마트 등에서 어느 정도 성장한 튤립구근 포트를 구매해볼 수도 있습니다. 튤립구근 포트는 좀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한 다음 물을 충분히 준 뒤 역시 시원하고 해가 잘 드는 곳에 둡니다. 이른 시일 내에 우리 집 발코니에서 튤립을 꽃을 피워보는 가드닝을 경험해 볼 수 있답니다. 

이제 튤립을 제대로 심고 키워 잘 즐길 수도 있게 됐으니 매년 가을마다 튤립 구근이 생각이 날 겁니다. 튤립 구근을 심지 않으면 봄의 발코니가 다소 허전하게 느껴질 정도로 봄의 튤립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죠. 이 튤립은 색깔마다 각기 다른 꽃말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요. 노란 튤립은 희망을, 빨간 튤립은 열정을, 분홍 튤립은 배려를, 어여쁜 망고튤립은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갖고 자신을 표현하죠. 우리집 발코니에서 알록달록한 튤립을 키워내 본다면 이 따뜻한 봄날에 예쁜 이름들을 붙여줄 수 있을 겁니다.

 

흔흔라이프 l 6년간 아파트 발코니에서 홈가드닝을 해온 평범한 식물집사. 식물과 집 가꾸기를 기록하는 크리에이터. 아파트 실내 홈가드닝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2022년부터 온라인 식물상담을 하고 있고 이 사연들을 ‘오늘의 집’에서 ‘흔흔라이프의 식물상담소’에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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