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춘 변호사의 집합건물 분쟁 해법]

김재춘 변호사
김재춘 변호사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가 관리비를 연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관리단이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번거롭다. 관리단의 대표자인 관리인 입장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때 건물관리를 맡긴 위탁관리회사가 소송을 대신하는 게 가능할까. 

임의적 소송신탁의 허부와 관련해서 논의되는 문제다. 신탁법 제6조는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소위 ‘임의적 소송신탁’은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합건물의 관리단이 관리비의 부과·징수를 포함한 관리업무를 위탁관리회사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경우 통상적으로 관리비에 관한 재판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수여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위탁관리회사가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체납관리비를 추심하기 위해 직접 자기 이름으로 관리비에 관한 재판상 청구를 하는 것은 ‘임의적 소송신탁’일지라도 필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집합건물의 관리단이 위탁관리회사에 관리비 부과징수를 위탁하는 것은 재산권에 관한 소송에서 소송물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갖는 권리주체가 관련소송을 제3자에게 위임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임의적 소송신탁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맞다. 수탁자가 다시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행위를 하느냐 여부는 상관이 없다. 이 경우에도 신탁이 위법한 목적을 위해 이용되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탁법이 임의적 소송신탁을 금지하는 취지는 강행규정인 민사소송법 제87조에서 변호사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는 ‘변호사 대리원칙’을 잠탈할 우려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입법 취지상 변호사 대리원칙을 잠탈할 염려가 없는 경우 등 예외적·제한적으로 이를 인정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임의적 소송신탁도 허용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집합건물의 경우 거래 현실은 어떠한가. 다수의 구분소유자가 집합건물의 관리에 관한 비용 등을 공동으로 부담하고 공용부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구분소유자로 구성된 관리단이 전문 관리업체에 건물 관리업무를 위임해 수행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은 합리적인 이유와 필요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한 관리방식이 일반적인 거래 현실이며 관리비의 징수는 업무수행에 당연히 수반되는 필수적인 요소다.

실제로 집합건물의 일종인 일정 규모 이상의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경우 주택관리업자에게 관리업무를 위임하고 주택관리업자가 관리비에 관한 재판상 청구를 하는 것이 법률의 규정에 의해 인정되고 있기도 하다(공동주택관리법 제64조). 그렇다면 이제 답은 나왔다. 집합건물에서도 위탁관리회사가 체납관리비를 재판상 자기 이름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4다87885, 87892 판결).

그런데 현실에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관리비 청구소송 도중 관리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돼 버린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물론 새로운 관리업체가 소송절차를 이어받아 계속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9다229516 판결).

위탁관리회사가 동 집합건물 내에 관리사무실을 사용한 경우 관리비를 체납한 구분소유자가 사무실 사용대가인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 동 관리비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계주장이 적법할까. 위탁관리회사가 구분소유자에 대해 체납관리비를 청구하는 것은 관리비청구권 자체를 양도받은 것이 아니다. 관리용역계약에 따라 관리인으로부터 관리비청구권에 대한 소송수행권만을 부여받아 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구분소유자의 위탁관리회사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체납관리비청구권과는 상계적상(相計適狀)에 놓이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대법원 2014다87885, 87892 판결).

 

법무법인 화우 ☎ 02-6003-7116

 

김 재 춘  l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부위원장, 법무부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위원, LH 법률고문,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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