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직원 일기]

최락원 시설대리/진천 영무예다음1차아파트
최락원 시설대리/진천 영무예다음1차아파트

날씨가 따뜻해지며 본격 이사철이 돌아오고 있다. 아파트 이사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이사용 사다리차 또는 승강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많은 짐을 한꺼번에 이동하기 쉬운 사다리차를 선호한다. 요즘 아파트 단지는 주차장보다 화단이 많아 사다리차가 주차할 수 없는 구간도 있다. 결국 승강기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근무하는 아파트도 이사하는 세대가 빈번하다. 아침부터 정문 초소를 담당하는 경비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삿짐센터가 오전부터 들어왔다는 업무공유 연락이었다. 워낙 이사철인데다 ‘업체에서 잘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관리직원들과 공유만 했다. 

30분이 지나자 해당 라인에 사는 입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대부분 출근 시간에 이사하는 것에 대한 불만 전화였다. 오전 7시부터 시작한 이사는 적어도 9시는 넘어야 끝난다. 출근 시간에 딱 걸려 입주민들이 정상적으로 승강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을 방문해 1층에 있는 이사업체 직원에게 지금 상황을 안내하니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호의적이진 않는 목소리였다. 일단 전달은 했으니 상황을 지켜봤다. 그 후로 10분 뒤쯤 전화가 걸려 왔다. 이번에는 매우 화난 입주민이었다. 

“이사를 출근 시간에 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 승강기를 3번이나 그냥 보냈어요. 이삿짐 때문에!”

이삿짐센터 쪽은 더는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같아 퇴거하는 입주민과 직접 만나서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를 나가기도 전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내가 탈 자리가 없어서 그 이삿짐 우리 층에 빼놨습니다. 알아서들 하세요.”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다. 어느 정도기에 이렇게 불편을 겪나 싶었고, 나중에 본인도 승강기로 이사할 수도 있는 건데 이웃이었던 사람들끼리 너무한다 싶었다.

직접 승강기 내부를 확인해 보니 화난 입주민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이삿짐 업체는 직원도 없이 짐만 가득 채워서 승강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사 층에서 승강기에 짐을 가득 채워 1층으로 내리면 1층에서 기다리던 직원이 받는 상황이었다. 중간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입주민들은 승강기에 꽉 찬 짐 때문에 탈 수가 없었다. 방금 전화했던 입주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삿짐을 본인 층에 빼놓고 그냥 타버린 것이다.

이삿짐센터는 이사가 끝날 무렵 고가 물건이 없다며 확인차 관리사무소에 방문했다. 우리가 상황을 설명하니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고장 나면 그 사람이 책임질 것이냐”고 되레 따지기도 했다. 관리사무소까지 나서게 되면 괜히 일이 커질까 봐 앞으로는 그렇게 이사하면 안 된다고 재차 주의를 주고 물건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승강기 이사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런 일이 발생한 건 처음이었다. 이후 관리사무소에서도 대책을 만들어 이사하는 입주자나 업체에 꼭 안내한다. 먼저 출퇴근 시간을 피해달라고 한다. 혹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미리 공지한다. 이삿짐센터 직원에게는 최소한 두세 사람은 탈 수 있는 공간을 비우고 짐을 채워 넣어달라고 한다. 이동 시 직원이 같이 이동해 승강기와 짐이 충돌하지 않게 주의해 달라고 안내한다. 

그동안 같이 생활했던 이웃에게, 또 새로 함께 생활할 이웃끼리 서로 얼굴 붉히지 않도록 이 정도의 작은 배려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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