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진폐 등 직업병 진단이 확정돼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그 기준이 되는 퇴직일은 언제인지요?

한영화 변호사
한영화 변호사

원칙적으로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직업병 진단 확정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진폐와 같이 유해 요소에 장기간 노출돼 발병하고 잠복기가 있는 직업병의 경우 질병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에서 퇴직한 후 비로소 질병을 진단받는 근로자가 적지 않고, 그중 일부는 그 사이에 직업병과 관련이 없는 사업장에서 근무하기도 하므로,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은 대체로 근로자가 장기간 근무했던 곳이므로 그 임금수준이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진단 시점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받은 임금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도록 한다면 동일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에 걸린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그 직업병 진단 직전에 근무한 사업장이 어딘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사업장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러한 결과는 업무상 재해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목적에 어긋납니다.

또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이 되는바(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업무상 재해를 보상하는 제도는 제정 근로기준법에서 도입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규정되기에 이르렀고,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은 사용자가 사업장의 업무로 인해 발생한 재해에 대해 그 사업장에서 지급받은 평균임금을 기초로 보상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직업병에 대한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을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위 법리에 비춰 살펴볼 때 원심으로서는 착암 업무가 일반적으로 진폐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업무라는 사정만으로 각 사업장을 진폐의 원인 사업장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위 각 사업장에서 수행해 온 업무의 내용과 근무기간, 유해 요소에 노출된 정도, 진폐 진단일까지의 시간적 간격 및 진단된 진폐의 정도 등을 종합해 위 착암 업무가 근로자들의 진폐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두60380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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