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 교수 /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영두 교수 /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집합건물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은 건물의 투명하고 공정한 관리를 위해 관리비 공개 의무, 회계감사 의무,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업무에 대한 감독 권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가 관리에 관한 의무를 부담하고 감독의 대상이 된다. 공동주택관리법을 위반한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오피스텔, 상가와 같은 집합건물의 경우도 관리단의 대표자인 관리인이 관리비 공개 의무, 회계감사 의무 등 관리에 관련된 의무를 부담한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같이 집합건물의 관리인이나 아파트의 입대의와 관리주체가 관리업무를 수행할 때 법은 이들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관리인이 선출되거나 입대의나 관리주체가 구성되기 전까지는 집합건물이나 아파트를 관리할 주체가 없어 관리 공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합건물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인 선임이나 입대의 구성 전까지는 시행사에게 관리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법에 따라서 시행사를 부르는 용어에 차이가 있는데, 집합건물법은 시행사를 ‘분양자’라고 부르며(집합건물법 제9조 제1항), 공동주택관리법은 ‘사업주체’라고 부른다(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1항 제10호 나목). 시행사는 관리인이 선출되거나 입대의가 구성되기 전까지 집합건물이나 공동주택을 관리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며 입주민으로부터 관리비를 징수해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을 관리할 수 있다. 이렇게 시행사가 관리인이나 입대의와 마찬가지로 관리업무를 수행한다면 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준수해야 할 의무도 동일하게 부담해야 한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입대의뿐만 아니라 관리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관리주체가 준수해야 할 의무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관리주체는 자치관리기구의 경우에는 소장을 말하며, 위탁관리의 경우에는 위탁관리회사를 말한다. 그런데 시행사가 관리의무를 부담하는 기간에는 시행사도 관리주체에 포함된다. 따라서 시행사는 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소장이나 위탁관리회사와 동일한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시행사는 다른 관리주체와 마찬가지로 관리비 공개 및 회계감사 의무를 부담하며 지방자치단체는 시행사가 공동주택을 적법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감사할 수 있고 법을 위반한 시행사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제26조, 제93조 등).

그런데 집합건물은 공동주택과 사정이 다르다. 집합건물법은 관리인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준수해야 하는 여러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관리인은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보관해야 하며 관리비에 관한 정보를 입주민들에게 주기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회계감사도 받아야 한다. 관리단 집회의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고, 규약이나 회의록을 보관하면서 열람이나 복사를 청구하면 이에 응해야 한다. 만약 관리인이 이러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리고 지자체의 장은 관리인에게 관리업무를 감독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자료의 제출이나 설명을 요구할 수도 있다. 

관리인이 선임되기 전까지 집합건물을 관리하는 시행사는 관리인과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즉 시행사는 관리인과 마찬가지로 관리업무를 수행하지만 관리인이 준수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는다. 지자체도 관리인에 대해서는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 시행사에 대해서는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시행사가 미분양 전유부분에 대해 관리비를 제대로 징수하지 않거나 부당하게 징수하거나 집행해도 입주민들은 이러한 정보의 열람이나 복사를 청구할 수 없다. 시행사는 관리비에 관한 회계감사를 받을 의무도 없다. 시행사의 비리가 발견돼도 지자체는 시행사의 관리업무를 감독할 수 없다. 시행사의 관리업무 수행에 대한 통제가 없으니 부당한 관리로 인한 피해는 입주민들이 입게 된다. 관리인을 선출하기 위한 관리단집회 개최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관리인이 선임되기까지 입주민들이 시행사의 부당한 관리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심각하지만 해결 방안은 비교적 단순하다. 관리인이 선임되기 전까지 관리의무를 부담하는 시행사를 관리업무의 수행에 있어서 관리인과 동일하게 취급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시행사에도 관리인과 같이 관리비 등 관리업무에 관한 보고의무, 관리인에 대한 회계감사의무,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인에 대한 감독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조속히 입법적 개선이 이뤄져서 집합건물에서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입주민들이 시행사의 부당한 관리로 인해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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