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주 코이지 대표
조현주 코이지 대표

나의 할머니 집은 단층 주택이다. 마당도 앞뒤로 넓고 텃밭도 있어서 할머니는 늘 종종걸음으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집안일을 하시곤 했다. 지난 삼일절 연휴에 오랜만에 찾은 할머니 집에서 오랫동안 방치돼 다리가 썩어가는 나무 의자가 새삼 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의자들은 할머니 집 마당 곳곳에 있었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 용도는 매우 다양했다. 워낙 외부 공간이 넓어 빨래를 널 곳이 많으니 할머니는 항상 무거운 빨래를 마당으로 가져와서 널기도 했다. 이럴 때 빨래 바구니를 의자에다 올려뒀다. 할머니는 그 의자에서 텃밭에 오가며 몇 걸음마다 앉아서 쉬기도 했다. 저녁 반찬으로 수확한 채소들을 올려두고 잊어버려 내가 찾아오기도 했다. 제각기 모양도 형태도 달랐던 의자들이 사실은 고된 집안일에서부터 할머니의 체력을 아껴주는 비법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안전하게 지내며 체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서는 동선을 줄여 체력 낭비를 최소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민첩성과 체력의 저하로 한 걸음 걷는 것이 체력적으로 무리가 될 수도 있는 어르신들은 더욱 그렇다. 평소 기억해 두면 좋은 집 안에서 동선을 최소화하는 몇 가지 유용한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생활 공간을 깔끔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불필요한 물건은 치우고 자주 사용하는 물품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 좋다. 세탁기 근처에 빨래 건조대를 두고 조리대, 식탁 근처에는 냉장고를 두는 식이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일수록 손을 뻗었을 때 바로 잡을 수 있는 위치에 두자. 적절한 수납공간을 활용해 물품을 제자리에 두는 습관을 들인다면 청소나 정리에 필요한 체력을 아낄 수 있다.

둘째, 생활필수품은 한곳에 모아 사용 편의성을 높이자. 의약품, 식료품, 청소 도구 등 일상적인 물품은 현관이나 다용도실의 창고, 식탁, 화장실처럼 특정한 위치에 모아두자. 필요할 때마다 집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이리저리 찾지 않아도 돼 동선이 많이 단축된다. 의외로 물건을 매번 찾는 일도 일종의 체력 낭비가 될 수 있다. 

셋째, 생활 공간 내에 적절한 휴식 구역을 마련하자. 할머니 사례처럼 자주 다니는 길목에 쓰지 않는 의자 같은 것을 두면 좋다. 식탁 의자나 간이 플라스틱 의자도 괜찮다. 꼭 마당이 있는 주택처럼 외부가 아니더라도 집안 곳곳에 배치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주방에서 발코니, 현관에서 안방처럼 짧은 구간이라도 오가는 게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서서 하는 집안일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잠시 앉아서 쉴 수 있게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휴식을 위해 일부러 소파로 간다거나 앉을 곳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므로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넷째, 가정에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자. 식료품 배송, 청소, 세탁 등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서비스가 의외로 많다. 이런 서비스들을 활용하면 외출하지 않고도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집으로 받아볼 수 있다. 약간의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나르는 일이나 체력에 부치는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섯째, 동선을 줄여 체력을 낭비하지 않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실내 운동으로 평소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요란하고 본격적인 운동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 제자리 걷기, 체조 등을 통해 체력 유지와 유연성을 기르는 게 좋다. 평소에 규칙적인 운동 습관만 잘 길러두어도 집안일에서 오는 체력 저하를 상당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 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집에서도 안전하게 체력 낭비 없이 지낼 수 있다. 동선을 최소화하고 체력 낭비를 줄여 더욱 편안한 환경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해 보자.

 


조 현 주 l 한국편의증진연구원(코이지) 대표. 시니어 대상 홈케어 콘텐츠・플랫폼 개발. 서울 강서50플러스센터 안전 관련 강사. 저서 ‘부모님을 위한 나들이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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