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조경공간] (19) 서울 독산역롯데캐슬

여러분은 언제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나요?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와 내 취향을 잘 아는 가족이 내 입맛에 맞는 메뉴로 식사를 차려줄 때를 생각해 보세요. 혹은 백화점에서 옷을 고를 때와 양복점에서 몸의 치수를 꼼꼼히 재며 나에게 딱 맞는 정장을 살 때는 어떤가요?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의 선택을 알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니까요.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는 공간을 대할 때도 비슷하게 발현됩니다. 은퇴 후 전원주택을 꿈꾸는 이유도 나만을 위한 다락, 아내가 좋아하는 부엌 옆 정원, 딸이 바라는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서재 등 우리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을 구현할 수 있으니까요. 

공동주택 단지의 조경공간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전까지는 입주민들의 관심이 단지 전체를 향했지만, 최근에는 그 관심이 주동 단위로 더욱 세분화하는 추세입니다. 이제 입주민들은 더는 ‘단지 중앙 광장에 있는 진경산수’에 만족하지 않고 ‘내가 사는 동 앞의 필로티 정원’을 원하게 됐죠. 음식이나 옷처럼, 공간도 이용자들을 위해 세분화할수록 특별함을 더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이처럼 공간을 세분화해 단지 곳곳에 동별 특화정원을 담은 공동주택 단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2021년 5월에 준공한 서울 금천구 독산역롯데캐슬은 927세대, 8개 동으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인데요. 돌과 물, 숲을 콘셉트로 한 ‘Zary(자리)’라는 이름의 동별 특화정원을 통해 입주민들에게 특별함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독산역롯데캐슬의 특화정원 돌자리 전경/공간서술
독산역롯데캐슬의 특화정원 돌자리 전경/공간서술

 

돌과 어울리는 자리, 돌자리  

다채로운 돌과 수목의 조화 ‘매력’

첫 번째로 살펴볼 독산역롯데캐슬의 특화정원은 돌이라는 콘셉트로 조성한 돌자리(돌과 어울리는 자리)입니다. 이에 걸맞도록 현무암 괴석, 컨츄리매너블록 등 다채로운 질감의 석재를 정원 곳곳에 사용한 점이 돋보이는데요. 질감의 차이는 석재에 머물지 않고 조경 수목으로도 확장됩니다. 이에 따라 돌과 수목이 함께 만들어내는 경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죠. 

돌자리 한편에는 봄이 되면 가장 먼저 피는 솜털 같은 노란 꽃과 가을에 붉게 익는 열매가 매력적인 산수유가 심겨 있습니다. 산수유의 또 다른 숨은 매력은 여러 줄기로 뻗어 자라는 다간형의 수형과 거친 수피입니다. 산수유 줄기의 거친 질감은 아래에 쌓아 놓은 현무암 괴석과 대비돼 매력을 더하는데요. 종잇장처럼 낱장의 껍질로 거칠게 찢어지는 산수유 줄기와 오돌토돌 구멍이 뚫린 현무암의 질감 차이가 오묘한 느낌을 전합니다. 이렇게 수목 아래 쌓아 놓은 현무암괴석은 멀칭재의 역할을 하지요. 멀칭재는 토양의 수분이 쉽게 증발하지 않도록 돕고, 그 자체로 양분이 돼 토양의 비옥도를 높여줍니다. 

돌자리에 마련된 야외테이블 뒤편에는 컨츄리매너블록으로 장식담을 쌓았습니다. 컨츄리매너블록이란 콘크리트로 찍어낸 인공 석재로 마치 자연석과 같은 느낌이 있어 조경공사에서 다방면으로 쓰이는 재료입니다. 지형의 단차를 처리하기 위한 옹벽은 물론 장식담, 계단 등을 만들 때도 활용됩니다. 이 밖에도 정원으로 들어가는 동선을 따라 화강석 통석 디딤석을 놓고, 검정빛의 마천석 통석벤치를 놓는 등 석재의 종류와 표면 마감을 다양하게 가져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돋보입니다. 함께 식재한 옥잠화, 휴케라, 흰줄무늬억새 등 다채로운 질감의 초화는 석재와 대비되며 돌자리의 매력을 더하죠.

화강석 판석포장 사이로 물길을 낸 물자리의 모습/공간서술
화강석 판석포장 사이로 물길을 낸 물자리의 모습/공간서술

 

 물이 흐르는 자리, 물자리  

정원 곳곳에 물길 내 쾌적함 만끽

두 번째로 살펴볼 독산역롯데캐슬의 특화정원은 물자리(물이 흐르는 자리)입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 오면 더 많은 사람이 찾게 될 공간일 텐데요. 공동주택 단지 안에 수경시설을 조성하는 일이 이제는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독산역롯데캐슬의 물자리 특화정원은 다음과 같은 차별화 요소를 보입니다.

첫째는 수경시설을 포장과 연계한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수경시설을 조성할 때는 물이 담길 만한 연못이나 수조를 계획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물자리는 수조를 짜지 않고, 화강석 판석포장 사이로 물길을 내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지면보다 낮은 높이로 정원의 이곳저곳으로 물길을 내 공간의 온도를 효과적으로 떨어트려 쾌적함을 느낄 수 있죠. 그뿐만 아니라 포장과 연계된 수경시설은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여줍니다. 포장 면을 따라 물길이 흐르기 때문에 정원을 거닐며 물길을 건너기도 하고, 시선을 낮춰 흐르는 물을 감상할 수도 있죠. 시원한 물의 촉감을 손끝으로 느끼는 일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입체적인 물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고흥석 시설물/공간서술
입체적인 물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고흥석 시설물/공간서술

둘째 차별화 요소는 앉음벽과 결합한 입체적인 수공간의 계획입니다. 물자리에는 화강석 판석으로 마감된 앉음벽이 곳곳에 놓여 입주민들을 위한 휴게공간이 되고 있는데요. 수경시설에 물을 공급하는 입수구(물이 흘러드는 입구)도 앉음벽과 유사한 디자인 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시설물 위쪽 입수구에서 시작된 물은 상부 두겁석을 적시며 벽체를 따라 흘러내립니다. 찰랑거리는 물로 얇게 덮인 고흥석의 표면은 그 자체로 반짝거리며 아름다운 조형물이 되죠. 이렇듯 바닥 포장면, 시설물과 연계돼 입체적인 물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독산역롯데캐슬의 물자리는 공동주택 수경시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주팽나무와 현무암 괴석 담장이 인상적인 숲자리의 모습 /공간서술
제주팽나무와 현무암 괴석 담장이 인상적인 숲자리의 모습 /공간서술

 

숲과 함께하는 자리, 숲자리  

팽나무와 현무암, 제주 풍경 구현

마지막으로 살펴볼 독산역롯데캐슬의 특화정원은 숲자리(숲과 함께하는 자리)입니다. 이곳을 관통하는 디자인 콘셉트는 단연 제주의 풍경인데요. 굽이굽이 하늘을 향해 뻗은 제주팽나무와 현무암괴석 장식담에서 제주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제주팽나무를 활용한 식재 공간은 최근 지어지는 공동주택 단지에서 활발하게 조성되고 있는데요. 독산역롯데캐슬의 숲자리는 다른 공동주택 단지의 제주팽나무 공간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공간을 조성할 때 가급적 인공적인 재료를 배제하고, 자연 요소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인데요. 산책로 포장 재료로 사용된 장방형의 현무암 판석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재료를 가공 없이 사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수목이 자랄 수 있는 토심을 확보하기 위한 플랜터이자 장식담의 역할을 하는 현무암 괴석은 마치 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린 돌담의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돌담을 시공하기 위해서는 돌과 돌 사이를 모르타르(시멘트와 모래를 1:3의 비율로 물과 섞은 반죽)를 활용해 단단하게 접착시켜야 하는데요. 모르타르가 바깥에서 보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것이죠. 이러한 섬세한 시공 덕분에 실제 제주도의 전통가옥처럼 자연스러운 돌담의 모습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돌담과 판석 포장 사이에 틈새를 만들어 조성한 녹지/공간서술
돌담과 판석 포장 사이에 틈새를 만들어 조성한 녹지/공간서술

나아가 돌담과 바닥의 재료가 만나는 사이에 일정한 여백을 통해 식재를 심기 위한 여유 공간을 마련했는데요. 이러한 틈새에 관중과 아주가, 줄사철 등의 초화를 심어 현무암 괴석 돌담에서 판석으로 이어지는 경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연출했습니다. 자연 요소인 현무암 괴석의 울퉁불퉁한 마감과 가공한 판석 포장의 직선적인 마감이 맞닿으며 생길 수 있는 경계를 식재를 통해 흐릿하게 만들어준 것이죠. 

독산역롯데캐슬의 주민운동시설과 산책로 전경/윤석구
독산역롯데캐슬의 주민운동시설과 산책로 전경/윤석구

지금까지 살펴본 독산역롯데캐슬의 조경공간 어떠셨나요? 입주민들에게 특별함을 선물하기 위해 공동주택 단지의 조경공간은 공간별로 더욱 세분화하고 있지요. 돌과 물, 숲이라는 자연 요소를 주제로 이곳만의 특별한 정원을 연출한 독산역롯데캐슬의 조경공간은 단연 돋보입니다. 다채로운 석재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돌자리, 포장된 바닥을 따라 흐르며 입체적인 물의 경험을 선사하는 물자리, 제주팽나무와 현무암 괴석의 돌담이 만들어내는 숲자리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자연요소를 곁들인 정원에서 특별함을 느끼길 바랍니다.

 


공간서술    서울대학교에서 지리와 조경을 공부했다. 건설회사의 조경부서에서 설계, 견적, 시공 업무를 수행하며 좋은 조경공간에 대한 감상과 조경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콘텐츠 기획자(Planner)와 시공엔지니어(Engineer)라는 두 업을 가로지르며 공간과 조경에 관한 가치를 전하는 플랜지니어(Plangineer)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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