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입대의 구성원 의결 있어 서명받고 기재한 것” 주장
법원 “입대의서 의결 안한 정황…원심 형 적정” 항소 기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되지 않은 안건을 임의로 회의록에 기재한 관리사무소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심현근 부장판사)는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은 강원 원주 모 아파트 소장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유지하고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아파트에서 소장으로 일하던 A씨는 2021년 3월 관리사무소에서 입대의 회의록을 위조하고 이를 서류철에 편철해 사무실에 비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입대의 회장 등 5명이 미리 서명한 입대의 회의록에 임의로 ‘회의안건’이라고 기재하면서 ‘공용부분 수선유지비 부과건 : 우리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 잔고가 넉넉지 않은 관계로 필요시 수시로 수선비를 부과하는 것으로 의결함’이라고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 A씨는 “의결되지 않은 안건에 대해 임의로 회의록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는 “2021년 3월 개최된 입대의에서 ‘공용부분 수선유지비 부과건’에 대해 입대의 구성원들의 의결이 있어 관례에 따라 입대의 회의록의 회의안건 부분을 비워둔 채 구성원들의 서명만 받은 다음 이를 포함해 의결된 안건을 회의록에 기재한 후 관리사무소에 비치했다”고 주장했다.

이 아파트 입대의는 “2021년 3월 입대의 회의에 참석했던 구성원들은 수선유지비 부과건에 대해 의결하지 않았으며, 우리가 입대의로 있는 동안에는 수선유지비를 올리지 말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진술했다. 관리직원들도 “A씨가 ‘입대의 의결 여부는 신경 쓰지 말고 수선유지비를 올려서 관리비로 부과하라’, ‘관리사무소의 모든 책임은 소장이 지는 것이기 때문에 내 말만 들으면 된다. 티 안 나니까 일단 올려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각 동에 게시된 회의 결과 공고를 보면 수선유지비 부과 안건은 기재돼 있지 않은데, 소장 컴퓨터에서 발견된 공고문 파일에는 ‘기타안건’으로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가 수선유지비를 부과할 필요를 느끼고 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의결되지 않았던 안건을 회의록에 임의로 기재한 후 그 내용에 맞춰 공고문 파일을 수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이 안건이 입대의에서 의결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입대의 회의록을 위조하지 않았고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형을 선고한 1심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증인들의 각 진술은 구체적이고 자체의 모순점을 발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A씨를 무고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발견할 수 없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입대의에서 이 사건 안건을 의결했음에도 이를 입주민들에게 고지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경험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는 입대의에서는 당시 이 안건을 의결하지 않았음을 추단(推斷)케 할 하나의 정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아파트 입주민들로부터 관리비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민원을 받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입대의 회의록에 이 사건 안건을 임의로 기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형은 적정하고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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