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1) 판례
456건 중 12건 형사책임…위탁사 대표・소장 첫 유죄판결
대주관 “소장들도 안전보건확보 의무 잘 살피고 이행해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로 정신이 없네요. 방대한 안전보건 서류를 준비하고 직원들에게 안전모 쓰고 작업하라며 쫓아다녀야 하고요.”

“직원 안전관리에 대한 법적 책임도 강화되죠. 민사소송으로까지 이어지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올해 1월 법 처벌 대상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관리사무소장들의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처벌 대상이 관리업체 또는 입주자대표회의지만 소장도 부담이 커졌다. 위험성 평가 등 업무가 추가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요인이 덩달아 늘어났기 때문이다.

100세대가 넘는 공동주택에 관리 인원은 관리사무소장 1명, 경리 또는 시설직원 1명, 경비원 2명, 청소원 1명 등 최소 5명이 배치된다.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이라면 자치·위탁 등 관리방식에 관계없이 대부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게 된다. 소규모 관리업체와 자치관리 단지도 법 적용에 따른 대비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다.

경기 의왕시 모 아파트 소장 A씨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교육이나 관리업체 교육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대비의 중요성을 인지해 서류부터 시설물까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조경작업 등 작업 환경상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면책 노력이라도 하려는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12건 판결서 안전 체계 이행 주목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법 위반으로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된 사건은 총 12건이다. 공동주택 관리업계 첫 유죄 판결도 포함돼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2년 1월부터 2023년 10월 26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을 분석한 결과 중대재해 456건 중 29건에 대해 검찰 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법원은 그중 12개 사건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었고 11건은 집행유예, 1건은 실형이 선고됐다. 올해만 해도 두 달간 71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곧 관련 재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 설정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업무절차 마련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업무평가기준을 마련해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 △안전·보건 사항에 대한 종사자의 의견 수렴 절차 수립을 요구한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판례를 분석해 “법원과 수사기관은 특히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위험성 평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대한 평가 권한과 예산 부여, 종사자 의견청취 절차, 비상조치 매뉴얼 작성 및 점검, 비상상황에 대한 정기적 훈련 등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공동주택 관리업계 첫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조치 문제를 세세하게 지적한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해 서울 동대문구 모 아파트 관리직원이 천장 누수 보수 작업 중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진 것과 관련해 관리업체 B대표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아파트 C소장도 안전보건관리 업무 총괄자로서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역시 집행유예를 받았다.

법원은 업체가 C소장에게 안전보건 업무절차를 전달하지 않았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C소장의 업무수행 평가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래서 C소장이 직원에게 안전모를 착용할 것을 지시하지 않은 채 사다리 작업을 하게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C소장이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했다.

◇‘준비부족’ 이유 안 돼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는 해명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 하청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제강 D대표는 지난해 12월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재판 중 유일하게 실형이 선고된 사례다. 

D대표는 법원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을 준비할 기간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법이 제정·공포된 날부터 시행일까지 1년의 기간이 있었고 그 기간에 다른 사망사고가 발생해 다른 사업장보다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및 이행 관련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더 컸다”고 지적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공동주택에서는 사다리 작업, 전기설비 점검 등 위험작업으로 인한 추락, 감전 등 각종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한다”며 “소장들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주에 요구되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철저히 살피고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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