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의 수요책방]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아서 브룩스 지음/강성실 옮김/비즈니스북스)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아서 브룩스 지음/강성실 옮김/비즈니스북스)

대부분 사람들은 나이가 들었지만 팔팔한 현역이라 생각한다. 예전과 같은 성과를 내기 힘들어지는 날이 한참 뒤에나 올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쇠퇴기는 도둑처럼 찾아온다. 이를 빠르게 경험하는 집단은 운동선수들이다. 폭발적인 힘이나 전력 질주가 요구되는 종목은 20~27세, 지구력을 요구하는 종목은 이보다 조금 늦은 30~35세 전후에 정점을 찍는다. 인생의 파티는 계속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행복 및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나이가 들면서 마주하는 직업적, 정신적, 육체적 쇠퇴를 후회와 분노가 아닌 성장과 변화의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 뛰어난 재능과 성취가 인생 후반기에 겪게 될 고통에 대한 보험 증서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 오히려 권력과 남다른 성공을 추구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은퇴 후 더 불행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다. 새로운 강점을 이해하고 개발하고 연습하는 것이다. 고대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노년과 관련해 세 가지 믿음을 갖고 있었다. 첫째, 빈둥거리지 말고 도움이 되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 둘째, 노년의 큰 재능은 지혜며, 배움과 사색은 다른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셋째, 다른 이들에게 멘토가 돼주고 가르쳐야 한다. 키케로는 자기 생각을 실천하면서 살다 갔다. 

인생 2막은 ‘더 열심히’ 일하는 법이 아닌 ‘더 지혜롭게’ 살아가는 법을 실천하는 시기다. 그동안의 경험과 지혜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아낌없이 써야 한다. 성공에 매달리거나 세속적 명성보다는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면 인생 후반기 찾아오는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음악가 바흐는 인정받는 삶을 살다가 직업적 쇠퇴기를 맞이했다. 좌절과 우울 속으로 빠져들기보다 스스로 스승의 역할을 자처했다. 삶의 마지막 10년을 바로크 음악 ‘푸가의 기법’을 작곡하는 데 바쳤다. 그는 두 번째 도약으로 아직도 존경을 받고 있다. 

삶의 전환은 힘들고 두렵다. 단테는 14세기 그의 작품 ‘신곡’에서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나는 어두운 숲속에 있었으니/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의 경계에 서 있기 때문에 특히 불편하다. 때로는 삶 전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나고 나면 열에 아홉은 ‘변화가 힘들었지만 전환기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예전과 같지 않은 쇠퇴기가 불쑥 찾아오면 침울해진다. 평소 약점은 당연히 피해야 하고 공유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고통 없이 오는 성장은 없다. 자신의 약점에 대해 솔직하고 겸손해질 때 이전과는 다른 자신감이 생긴다. 저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약점을 말하는 것은 일종의 초능력”이라며 “약점을 활용할 때 삶에서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젊었을 때 세속적인 성공을 많이 누린 사람일수록 인생의 오후에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타인에게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성공 혹은 일중독에 빠져 살아왔기 때문에 타인과 깊은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 결과다.  

“나의 쇠퇴를 즐기는 비결은 다른 이들과 연결해주는 뿌리의 존재를 의식하는 것이다. 내가 사랑 속에서 타인과 연결돼 있다면 나의 쇠퇴는 ‘다른 측면’이 발전하는 기회로 여기게 된다.”

우리는 이미 부나 명성,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 좋은 인간관계가 노년을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알고 있다.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멋지고 현명한 인생의 오후는 나를 내려놓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당신이 지금 중년이라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문자답 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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