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바람 없어도
장미는 심심하지 않았고 
아비 잃은 새끼는 아비 늑대가 됐다 
가지 부러져도 나무는 자랐고 
불탄 솔숲 자리에 고사리가 
새 솔숲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내가 없어도 
저들끼리 조화를 이루는데…
 
나는  
흙이었다가 바람이었다가 
먹이 찾던 늑대 
우리는 별개로 살면서 
각자 제 갈 길만 가간다는데 
그 길들이 번갈아 가는 길이구나 
기억에는 없지만 늑대의 길을 수도 없이 걸었고 
기억에도 없는 바람의 길을 수도 없이 걷겠구나 
그래서 네가 곧 나라고 했구나

 

 

 


이 석 락 l 자유문예 시부문 등단. 문학저널 초대작가. 계간 문학의뜰 창간호 편집장/ (사)국제펜한국본부 정회원,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사)부산문인협회 회원, 소로문학골 고문 역임, 계간 청옥문학 편집부장/ 한국청옥문학상 본상 수상, 개인 시집 도정법(盜政法) 외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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