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는 1층 상가 대지사용권 침해 행위 해당”
1심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상인들 손 들어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단지 보행자 출입구에 자동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려고 하자 1층 상가 상인들이 공사 금지 소송을 내 1, 2심에서 승소했다.

부산고등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김주호 부장판사)는 부산 북구 모 상가 상인 A씨 등 5명이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금지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입대의는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스크린도어 설치공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심을 유지하고 입대의의 항소를 기각했다. 

아파트와 상가가 붙어 있는 부산 북구 모 집합건물에서 아파트 입대의는 2020년 8월 임시회의에서 단지 자동 스크린도어 및 출입문 설치에 대해 입주자 찬반 투표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이 아파트 인근에는 등산로가 있어 등산객이 많이 지나다니는데, 이들이 단지에 들어와 쉬거나 음식과 술을 취식하며 소란을 일으키는 사건·사고가 자주 발생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대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12월 14일부터 이듬해 1월 3일까지 아파트 1층 상가에 접한 보행자 출입구 등 3개소에 스크린도어 설치에 관한 입주민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전체 참여자 1425세대 중 찬성 1204표, 반대 211표, 무효 10표로 전체 입주자등의 3분의 2 이상이 스크린도어 설치에 동의했다. 그 뒤 입대의는 2021년 2월 북구청에 스크린도어 설치 등에 대한 행위허가를 신청했고, 북구청은 4월 이를 허가했다. 

그러자 이 아파트 1층 상가 상인들이 반발했다.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 외부인이 상가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어 상가 매출이 줄어들어 재산상 피해를 본다는 이유였다. 상인 A씨 등 5명은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스크린도어 설치공사 금지 소송을 냈다.

A씨 등은 “스크린도어 설치공사는 집합건물법에 따라 공용부분의 변경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며 “상가 구분소유자들은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의결에 참여할 권리가 있는데도 주민투표에 관해 투표권을 부여받지 못했고 투표에서도 배제됐으므로 공사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 공사를 실시하면 재산상 손실이 발생해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받게 되므로 상가 구분소유자들의 승낙 없이는 공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입대의 측은 “공사에 관해 상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왔고, 상인들과 협의를 통해 스크린도어의 운영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며 “공사를 예정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공사를 금지할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입대의는 또 “공사가 실시되지 못한다면 아파트 전체 입주민들이 입는 재산권의 침해가 더 크고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행위허가를 받았으므로 공사에 관해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1심이 “입대의는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스크린도어 설치공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하자 입대의는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상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입대의가 앞으로 스크린도어 공사를 실시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이 공사는 A씨 등이 보유한 대지사용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상인들은 집합건물의 대지인 토지 공유자로서 공유지분의 비율과 관계없이 보행자 출입구를 상가의 출입구로 사용할 대지사용권이 있다는 것.

재판부는 스크린도어 공사가 집합건물법에서 정한 ‘공용부분의 변경’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변경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은 관리단 집회의 결의로 결정해야 한다고 봤다. 스크린도어 설치는 공용부분인 보행자 출입구의 형상 또는 효용을 실질적으로 변경시키는 것이라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입대의가 A씨 등의 집합건물법에 따른 의결권을 배제한 채 공동주택관리법의 규정에 따라 보행자 출입구를 변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자체로부터 받은 공사 행위허가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요건의 충족여부만을 판단해 발급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입대의가 입주민 투표의 결과에 따라 공사를 실시할 예정이더라도 집합건물 구분소유자들의 적법한 위임에 따른 것으로 보지 않았다. 입대의가 집합건물의 관리단 성격을 겸유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재판부는 “보행자 출입구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면 아파트 구분소유자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경비 인건비를 절약하는 등의 이익을 얻는 반면, A씨 등은 외부인 출입이 통제됨으로 인해 상가의 접근성 등이 상당히 제한됨에 따라 상가 매출이 감소하는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보행자 출입구의 변경 내지 관리는 A씨 등의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때’에 해당해 A씨 등의 승낙이 필요하고 승낙 없이는 공사를 실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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