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철
신현철

아파트에 살다 보니 편한 점이 많지만 간혹 불편한 점도 눈에 띈다. 어린이 놀이터에 널브러진 과자 봉지들, 소공원 벤치에 쏟아진 컵라면 국물, 반려견의 배설물까지. 이런 것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불편하다. 동대표가 되기 전, 평범한 한 입주민으로 살면서 보이는 대로 치웠다. 이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그러던 중 같이 차 한 잔을 나누던 이웃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줬다.

“날짜를 정해서 우리 입주민들이 모여서 청소를 해 보면 어떨까요?”

“그런데, 그렇게 자발적으로 나설 입주민들이 있을까요?”

내 소극적인 답변에 이웃이 말했다. 

“어떻게 되든 한번 해 봅시다. 저도 도울 테니까요.” 

“그래요, 한번 해 봅시다.”

말은 했지만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우선 아파트 포털 카페에 내용을 올리고 홍보하기로 했다. ‘우리 아파트 대청소 봉사자 모집’이라는 글의 댓글로 참가자 신청을 받기로 했다. 과연 주민들의 호응을 얼마나 받을지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했다. 글을 올리고 한두 시간이 지나도 댓글은 없었다. ‘그래, 역시 내 예상이 빗나가지는 않았구나’라는 마음으로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포털 카페에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다. 

“저 참석하고 싶습니다. 저와 제 아들과 딸, 이렇게 3명 참가합니다.”

“가족 모두 참석합니다. 총 5명입니다.”

“좋은 행사를 마련하셨네요. 저는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간단한 간식 준비해서 드릴게요.”

“중학생 두 명과 저까지 3명 참석합니다.”

이렇게 댓글이 이어지고 있었다. 참으로 기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처음 아이디어를 제공한 이웃에 연락해 이제 무엇을 준비할지 의논했다. 먼저 필요한 물품을 정리해 보았다. 쓰레기를 집을 수 있는 집게와 쓰레기를 담을 봉투, 장갑과 생수, 그리고 작은 현수막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 현수막에는 ‘우리 아파트를 깨끗하게’라고 적기로 했다. 

참여 의사를 밝히는 댓글은 계속 이어졌고, 드디어 청소하는 당일이 됐다. 놀랍게도 입주민 50여 명이 모였다. 그중 절반은 어린이와 청소년이었다. 일단 모두 관리사무소 앞에 모여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본격적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2개 조로 나눠 청소 후 다시 관리사무소 앞으로 모이기로 했다. 청소하면서도 계속 놀랐다. ‘아이들이 어쩜 저렇게 청소를 열심히 잘할까.’ 너무나도 대견스러웠다. 각자 집게를 들고 여기저기 쓰레기들을 담아 모았다. 30분도 되지 않아 봉투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물론 아파트를 청소해 주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화단 저 안쪽 구석과 갈라진 블록 사이에 끼인 담배꽁초 같은 것들은 청소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쓰레기들까지 우리 아이들이 다 찾아내 치웠다. 약 두 시간 정도 청소를 하고 다시 관리사무소 앞에 모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가 쌓였다. 쓰레기들을 바닥에 다 쏟아 내놓고 종류별로 분리해서 따로 담았다. 

자발적으로 나와서 그런지 어느 한 사람도 여유를 부리거나 뒷짐을 지고 있지 않았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했다.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너무도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이때 한 분이 과자 박스를 들고 오셔서 과자를 나눠 줬다. 일일이 작은 봉투에 종류별로 담겨 있었다. 간밤에 아이들을 주기 위해 손수 만들었다고 했다. 초콜릿과 사탕, 과자들이 다채롭게 담긴 선물 꾸러미를 받아 든 아이들은 너무 좋아 깡충깡충 뛰었다. 남자 몇 명이 쓰레기들을 재활용장에 옮기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첫 청소를 계기로 우리 아파트는 매월 한 번씩 청소 모임을 갖는다. 공모해 이름도 붙였고, 아이들 안전을 위해 형광색 조끼도 구입해 입혔다. 이제 봉사 입주민 수가 100여 명에 육박한다. 아파트 구석구석을 돌다 보니 몰랐던 곳도 알게 되고 아파트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 모임이 활성화하자 새 제안이 들어 왔다. 

“아파트를 넘어 우리 동네를 청소합시다.”

“그래요. 우리 동네를 한번 돌면서 깨끗하게 만듭시다.”

그래서 플로깅(달리거나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위) 행사를 했더니 주민자치회와 지역 정치인들까지 나와 각자 집게를 들고 청소에 열중한다. 우리 동네에 대한 애정이 절로 솟아난다. 꽃 피는 봄도 왔으니 우리 아파트, 우리 동네 청소 한번 어떠세요?

 


신 현 철 l 경기 고양시의원, 고양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부위원장. 한국PD연합회, 한국독립PD협회 정회원. 응급처치사. 애플 FCS 마스터 트레이너. 전 SK네트웍스 ICT연수원장, 전 애플 본사 한국교육센터 대표, 전 MBC프로그램 제작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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