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운행 늘며 지자체도 골머리
입주민 편의보다 안전 우선돼야

최근 아파트 단지 내 승강기가 운행금지 통보를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전국에 설치된 승강기 84만여 대 중 지난해 안전 검사에 불합격한 승강기는 7084대. 최근 승강기 운행금지 이유의 대부분은 7대 안전장치 설치 미이행이었다. 부산 해운대구, 서울 노원구, 경기 수원시 아파트 등에서 이런 이유로 잇따라 승강기가 운행 중단됐다. 승강기안전관리법 개정으로 승강기에 7대 안전장치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승강기는 최초 설치 이후 15년이 지나면 승강기안전관리공단의 정밀안전검사를 받아야 하고, 이후로도 3년마다 정밀안전검사를 받는다. 이때 7대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으면 3년씩 두 차례의 유예기간을 주고, 3차 정밀안전검사에도 설치돼 있지 않으면 불합격 처분으로 운행금지 통보를 받게 된다. 다만 입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 서류 등을 공단에 제출하면 3년을 추가로 유예할 수 있다. 최초 정밀안전검사 이후 최대 9년까지 유예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기한 내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못하는 아파트가 있다는 것이다.

유예기간을 줬는데도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후 아파트의 경우 장기수선충당금이 부족해 공사가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한 아파트는 관리사무소장이 장충금 인상 내용을 담아 관리규약을 개정하려 했으나 입주자대표회의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한다. 수년간 입대의를 설득했지만, 그사이 설치해야 하는 기간을 넘겨 승강기 운행금지 통보를 받고 말았다. 

운행금지 통보를 받고도 버젓이 승강기를 운행하는 아파트도 있다. 경기 한 아파트는 지난 1월 총 40대의 승강기 중 39대에 운행금지 통보를 받았으나 지금도 운행 중이다. 경북 한 아파트도 지난 1월 운행금지 통보를 받은 22대 승강기 중 10대를 운영했다. 

검사 불합격 또는 미검사 승강기를 운행한 관리주체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 부산 해운대구청은 공단의 운행금지 명령에도 승강기 운행을 강행한 한 아파트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다 결국 지난달 이 아파트를 경찰에 고발했다. 승강기를 불법 운행하는 아파트가 늘어남에 따라 지자체도 골머리를 썩인다. 

정밀안전검사에 불합격한 승강기를 운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일부 아파트는 과태료를 물더라도 기어이 승강기를 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승강기 운행을 멈추면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민원이 빗발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입주민들은 당장 편안한 게 좋을지 몰라도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불안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입대의의 잘못된 대응이 입주민을 힘들게 한다. 

아파트 시설물의 유지와 보수를 위해서는 적정액의 장충금을 적립해야 한다. 부족한 장충금은 입주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그러나 대다수 입주민은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면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운행 중단의 이유는 알지 못한다. 한 전문가는 소장들에게 “법으로 정해진 승강기 점검 시기와 이에 따른 장충금 확보 방안을 입대의에 수시로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승강기는 공사비가 큰 만큼 지자체 지원금을 따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입주민들도 이제는 장충금 적립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승강기는 24시간 내내 운행하며 사람을 운송한다. 그만큼 입주민의 안전과 밀접하다. 당장의 편의를 좇다가 큰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편리함을 위한 승강기가 공포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공동주택에 안전관리가 강화되는 요즘, 관리주체는 무엇보다도 입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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