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정원 꾸미기 (14)
뿌리파리는 성충・유충 함께 퇴치
과산화수소 희석액이 효과 좋아
분갈이 마친 식물 적응기간 필요

묵은 잔디 사이로 연둣빛 보드라운 잔디 털이 보입니다. 벚나무 가지마다 꽃눈이 맺힙니다. 3월은 설레는 마음으로 식물을 들여오기 좋은 계절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 식물집사들은 각양각색의 식물 화분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어떤 새로운 식물을 데려올지 즐거운 고민을 하는데요. 고심해서 데려온 새로운 식물이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비실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새로운 식물을 제대로 잘 맞이하는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식물을 잘 맞이하는 것은 새로운 식물뿐만 아니라 기존 우리 집 식물들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이 됩니다.

식물에 대해 잘 모를 때, 우리는 종종 구매한 식물을 그저 예쁜 오브제와 같은 존재로 여기며 무턱대고 여기저기에 놓아봅니다. 하지만 식물은 마치 사람처럼 종류마다 성격이 다르고 이에 따라 원하는 환경도 다릅니다. 식물마다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병을 앓기도 하고 잘 보살펴주면 회복하기도 합니다. 식물이 이러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충분히 알게 되면 우리 집에 들어온 새로운 식물들이 더 이상 이유 없이 죽어 나가는 일이 줄어들겠지요. 올봄 새로운 식물 식구가 들어오면 어엿한 식물집사로서 정성껏 맞이할 준비를 함께 차근차근 해보는 게 어떨까요.

뿌리파리의 모습/흔흔라이프
뿌리파리의 모습/흔흔라이프

◇새 식물로부터 벌레・곰팡이균 막기

혹시 우리 집 식물에 없던 벌레나 곰팡이균이 생겼다면 최근에 새로 들여온 식물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대부분의 병충해는 환경적인 문제로 생기기도 하지만 새로 들여온 화분이 유입 경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물을 놓고 파는 화훼단지나 식물가게의 화분들은 많은 식물 사이에 있기 때문에 병충해에 쉽게 노출됩니다. 개인 식물매장은 화훼단지나 농장에서 병충해 유무를 살펴보고 선별해 들여오고 매장에서 병충해를 관리하므로 상황이 좀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화훼단지나 농장에서 직접 식물을 구매한다면 벌레나 병균이 없는지 잎과 줄기 그리고 흙까지 더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해야겠지요. 

아무리 꼼꼼히 살펴도 흙 속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는 사실상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식물을 데려오게 되면 시간을 두고 몇 가지 조치를 해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새로운 식물과 격리= 첫째는 격리입니다. 새로운 식물에 벌레나 균이 있다면 기존의 우리 집 식물까지 그것들이 번져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섣불리 기존 식물들과 함께 위치해 두지 말고 다른 장소에서 임시로 격리해 그 식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켜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 들어온 식물을 격리하느라 햇빛이 전혀 들지 않거나 통풍이 안 되는 환경에 두면 좋지 않습니다. 적당히 그늘지고 통풍은 좋은 자리에서 적응시킨다는 느낌으로 다른 식물들과 떨어진 장소에서 관리해 주도록 합니다.

▷살충제 분사= 일단 격리된 새로운 식물은 어떤 관리를 해줘야 할까요? 아무리 잘 살펴보고 구매한 식물이라도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벌레의 유충이나 곰팡이 포자를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식물을 데려오자마자 해줘야 할 일은 미리 약을 치는 것입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살균, 살충제를 번갈아 잎과 가지 사이사이에 꼼꼼히 뿌려줍니다. 그리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잎이 마르도록 돕습니다. 

끈끈이트랩으로 뿌리파리 성충을 잡을 수 있다./흔흔라이프
끈끈이트랩으로 뿌리파리 성충을 잡을 수 있다./흔흔라이프

새로운 식물과 함께 들어오는 벌레 중 뿌리파리의 비율이 높은데요. 뿌리파리는 습한 환경을 좋아하고 화분을 넘나들며 번식하며 식물이 모여있는 곳에서 쉽게 보이는 해충입니다. 뿌리파리 자체는 식물에 주는 피해가 딱히 없지만 흙 속의 유충들은 식물의 조직과 연한 뿌리를 상하게 만들어 죽게 만들죠. 그래서 날아다니며 번식하는 성충과 흙 속의 유충과 알을 함께 퇴치해야 완벽한 박멸이 됩니다. 다소 까다롭죠. 뿌리파리의 성충은 눈에 보일 때마다 스프레이형 살충제를 뿌려 잡거나 끈끈이트랩을 화분마다 설치해 퇴치합니다. 

문제는 흙 속의 유충과 알인데요. 흙을 손가락으로 체크해 보고 겉흙이 충분히 말라 물을 줄 타이밍이 됐을 때 과산화수소(약국에서 판매하는 저농도 제품 기준) 1에 물 9를 섞어 전체 물의 10% 비율로 희석해 주면 어느 정도 퇴치 또는 방제를 할 수 있습니다. 과산화수소 희석액은 뿌리파리뿐만 아니라 곰팡이균이나 각종 세균을 죽이고 뿌리썩음을 방지해 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식물뿐 아니라 평소 물을 줄 때 종종 사용하기에도 좋습니다. 이런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박멸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다면 화학농약을 흙 위에 뿌려줍니다. 물을 줄 때마다 흙 속으로 녹아 들어가 유충을 퇴치하게 합니다.

분갈이하면서 벌레 등을 퇴치할 수 있다./흔흔라이프
분갈이하면서 벌레 등을 퇴치할 수 있다./흔흔라이프

▷새 화분은 새 흙으로= 새로운 식물에 대한 방제 단계를 며칠에 거쳐 진행하며 지켜보다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새로운 화분으로 분갈이해 주는 게 좋습니다. 많은 식물집사들이 매장이나 화훼단지에서 분갈이 서비스를 받아 그대로 화분을 데려오죠. 분갈이해 주는 흙이 깨끗하고 좋은 배합을 가진 흙이라 해도 개봉해 노출돼 있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노출된 흙은 언제든 병균이나 벌레가 유입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식물을 살 때는 포트째로 구매해 밀폐돼 판매하는 안전한 흙으로 직접 분갈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새로운 식물을 분갈이하면서 포트 내에 다른 해충이나 문제는 없었는지 식물 지하부(뿌리 부분)를 직접 살펴보면서 식물의 상태를 알아둘 수 있죠. 그러면 앞으로의 홈가드닝이 좀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이전 방제 단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병충해 문제가 있다면 분갈이를 하면서 기존 흙을 털어내어 벌레 등을 퇴치할 수 있습니다. 분갈이는 남의 손에 맡기기보다 직접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적응 기간 갖고 자리 이동= 깔끔하게 분갈이까지 마친 식물은 이제 다른 식물들과 합류해도 괜찮을까요? 분갈이를 마친 식물은 식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새로운 흙에서의 적응 기간을 갖는 게 좋습니다. 약하거나 예민한 일부 식물들은 분갈이 이후 몸살을 앓기도 합니다. 이때 무리한 환경변화는 식물에 좋지 않습니다. 식물은 미묘한 햇빛의 차이에도 크게 반응하는 존재입니다. 갑작스럽게 너무 밝은 장소로 이동하거나 온습도 차이가 크게 나는 곳으로 바로 이동시키면 식물이 탈이 나게 됩니다. 

아파트는 빛이 들어오는 장소와 그늘진 장소의 햇빛과 온도 차이가 크게 납니다. 적응 기간 이후 식물을 계획했던 자리로 옮길 때는 시간을 두고 하루 간격으로 서서히 옮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연스럽게 합류하면 새로운 식물 식구도 건강하고 완전히 적응된 상태로 큰 탈 없이 잘 자랄 수 있겠지요.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